(하프올레걷기) "민들레 홀씨 위에 앉은 꿀벌 한 마리, 빤히 나를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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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민들레 홀씨 위에 앉은 꿀벌 한 마리, 빤히 나를 쳐다 본다.."
  • 고현준
  • 승인 2021.09.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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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4코스 저지정보화마을-한림 월령리 선인장마을..쉴 곳이 필요한 미완의 올레길

 

 

지난 26일(일요일) 거의 2달 여 만에 올레걷기에 나섰다.

그동안 주말마다 비가 내려 걷지 못했고, 태풍과 연휴가 계속 돼 도무지 밖으로 나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은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제주올레14코스를 걷기로 큰(?) 마음을 먹고 출발했다.

이날 오전 날씨는 집을 나설 때 까지는 조금 기온이 찬 듯 하여 긴 옷을 걸치고 나왔는데..

걷다 보니 다시 여름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랜만에 걸으니 몸은 천근만근인데 쉴 곳은 마땅치가 않아 걷기에 많이 힘든 날이었다.

더욱이 제주올레 14코스의 취약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쉴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땀은 흐르고 햇볕은 쨍쨍한데..

쉴 만한 나무그늘 하나 없는 곳이 14코스였다.

 

 

 

겨우 중간에 나무 한 두 그루 정도 그늘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는 했지만..

농업용수탑 아래쪽은 그늘이 있어 쉴 수도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는데, 웬일인지 모두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어 그 공간 아래로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올레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올레길에는 중간중간 작은 벤치라도 놓아, 걷다가 지친 사람들이 잠시 앉아 목이라도 축일 그런 곳을 군데군데 만들어 놓아야 한다.

누군들,,올레꾼들에게 누가 걸으라고 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제주올레를 걸어보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제주도로서는 마지막 남은 좋은 여행코스라는 점에서 올레를 걷는 올레꾼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당연한 질문이며 요청인 것이다.

올레길의 가장 큰 약점은 중간에 물을 먹을 수도, 뭔가 사 먹을 곳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지 않는 것은 결국 올레꾼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주도민이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올레를 걸을 수 있지만 육지에서 오는 올레꾼들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하며 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 올레꾼들에게 배려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확실한 시행착오다.

만약 서귀포쪽 올레가 아닌 제주시쪽 이런 코스를 처음 걷는 올레꾼이라면 올레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레길 중간중간 수도시설이나 벤치 마련 등의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 준다면 올레를 찾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올레14코스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정보화마을 건물 앞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14코스와 14-1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전체구간 19.1km 중 우리는 10.1km에 이르는 한림읍 월령리 선인장마을까지 하프코스를 걷는 구간을 선택했다.

저지오름 옆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 해변과 바닷빛이 아름다운 월령해안까지 가는 코스다.

 

 

 

이날 처음 걷다 만난 풍경은 날씨가  맑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지오름 옆에서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여지지 않는 것이 흠이었다.

그래도 걷는 내내 들과 밭 사이를 걷는 올레라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그런 느낌도 주었다.

이날 함께 한 두명의 올레꾼 고광언과 안건세 선생은 걷는 내내 “다른 올레와 달리 코스가 너무 지루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들길만을 따라 걷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그나마 볼만한 볼거리도 14코스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오르막이 아니라 내리막이 많다는 것이 걷기에 어렵지 않았다는 점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하프코스였다.

올레를 몇 번이나 걸었던 나로서는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래도 하프코스가 끝나는 중간 스템프를 찍는 곳은 바닷가라 볼게 많다”고 다독이며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걸어가며 만나는, 그나마 다양한 들꽃들을 찍는 재미가 있었다.

 

 

 

1시간쯤 걸었을까..

하얀 민들레 홀씨가 가득한 그 모습이 눈에 띄어 사진을 찍으려는데..웬걸 이 부드럽기만 한 솜털같아 곧 날려갈 것만 같은 그런 홀씨 위에 꿀벌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너무나 특이한 모습이라 사진을 몇장을 더 찍었는데 그 꿀벌은 모델이라도 된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경계하듯 유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예쁜, 자연의 살아있는 야생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만난 다양한 들꽃들..

아주 작은 꽃들부터 열매가 먹음직스러워 입에 한 알을 집어 넣었다가 혀가 마비된 듯한 느낌을 줬던 열매까지..다양한 자연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올레는 그런 재미가 있다.

뭔가 볼 게 없으면 다양한 자연과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늘 그렇지만..

어떤 곳에서든 그에 맞는 즐거움을 찾으면 되는 일이다.

올레꾼 고광언은 가시밭길을 지나다 자연산 코리아바나나로 불리우는 으름열매(우릅)를 두 개나 딸 수 있었고, 안건세 선생은 야관문이란 불리우는 비수리를 잔뜩 따다 내게 전해주기도 했다.

자연속에 있으면 어른들은 그렇게 곧 동심으로 돌아간다.

예전에 들로 나가 자연산 열매를 따서 먹던 추억이 그곳에는 있기 때문이다.

올레꾼 고광언, 안건세 선생

 

 

 

가시밭에 있던 으름열매를 따던 고광언은 “으름은 원래 가시밭에 산다”며 가시밭으로 들어가 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기어이 두개의 열매를 따고는 "놓아두면 저절로 열매가 익는다"고 전해줬다.

봄의 올레길에서는 산딸기를 보이는 대로 마음껏 먹었고..

가을에는 억새가 춤을 추는 풍경과 만난다.

올레길은 언제나 그렇게 걷는 이들에게는 역사가 되고, 곧 오래된 추억으로 남는다.

이날 올레길은  아직 여름이 다 가시지는 않은 더운 날씨였지만..

이제 곧 가을이다.

그래서 올레는 늘 변화무쌍한 생동감을 준다.

가을에는 또 가을의 올레가, 또 오늘과는 다른 모습으로 올레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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