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대정읍 ‘단산(바굼지오름)산책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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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대정읍 ‘단산(바굼지오름)산책로’..왜(?)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1.10.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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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관계자 '일부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생긴 일..소유주와 협의마쳐 내년에 개방 계획' 밝혀
지난해 4월의 단산산책로 모습
지난해 4월의 단산산책로 모습

 

 

 

단산(바굼지오름)에 설치되었던 단산(바굼지오름)산책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단산 둘레를 돌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산책로가 사라졌다는 제보로, 이에 대한 기가 막힌 상세 내용을 취재했다.

기자는 지난해 4월 잘 정돈된 단산(바굼지오름) 둘레를 돌아 정상에 오르는 산책길을 걸었던 적이 있다.

산책길이 숲길로 되어서인지 이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산책길을 평화롭게 걷고 있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곳 산책길을 걸으면서 숲이 주는 상쾌함과 오름이 주는 시원함이 교차되면서 몸과 맘이 건강해 지는 기운도 함께 느꼈다.

이 때는 사계절 마다 걸어 봐야겠다고 맘속으로 다짐을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다만, 걸으면서 “앞으로 이 숲길이 머지않아 제주 명소 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풀들이 산책로를 모두 차지해 버렸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10월 14일 단산(바굼지오름) 산책길을 찾았는데 너무나 황당한 모습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과연 지난해 내가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걸었던 길이 맞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옛 시인은 세월의 무상함을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며 노래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본 광경으로는 “인걸은 의구한데 산천은 간 데 없다.”라는 말로 표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산(바굼지오름) 산책길이 수 십 년이나 방치된 것 같은 몰골로 다가 온 것은 충격이었다.

몇 달 동안 머리를 안 감은 사람처럼 산책길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지난해 깔끔하게 다듬어졌던 산책길은 사람 키 높이로 자란 풀들이 가로 막고 있어 산책길은 간데 온데 없이 다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풀들을 헤치고 들어 가 보았지만 지난해 걸으면서 본 안내 시설과 편의 시설들은 다 부숴지고 망가져서 형체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단산(바굼지오름) 산책길은 이미 다듬어지지 않은 곶자왈처럼 변해 버린 것이다.

 

 

 

1년 반 사이에 이처럼 변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풀숲을 헤치며 들어 가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풀숲 길엔 가시나무가 자라서 길을 막고 있었다.

특히 파리풀과 도깨비바늘처럼등 몸이나 옷에 달라붙기를 좋아 하는 들풀 열매들로 옷은 찢기고 바지에 달라붙은 들풀 열매들로 바지가 금방 고슴도치처럼 되어 버렸다.

도무지 더 이상 걸어 나갈 수가 없어서 중도에 걷기를 포기하고 돌아 나와 버렸다.

이미 길이 아닌 식물들이 점령한 산책길을 들어 갔기에 보통 길을 걸을 때보다 힘은 두 배나 더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단산(바굼지오름)이 대정읍과 안덕면에 걸쳐 있는 오름이다.

관할이 어딘지 몰라 우선 대정읍사무소에 전화로 문의를 해 봤다.

대정읍 담당자는 “오름의 산책길은 서귀포시에서 관리를 한다”고 안내해 주었다.

서귀포시 관리담당이라는 녹색환경과에 전화를 걸고 담당자에게 자초지종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단산(바굼지오름) 산책길은 옛날부터도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지만 이 산책길에 개인소유의 사유지가 있어, 그 동안은 이 지역 주민인 사유지 주인의 묵인(默認) 하에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므로 서귀포시에서는 예산을 들여서 제초를 하고 고무매트를 깔고 나무데크와 안내판을 설치한 후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산책길을 조성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타 지역 사람으로 사유지 토지소유주가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토지소유주가 사유지에 사람들이 다니는 걸 용인하지 못하겠다고 서귀포시에 연락을 해서 산책길이 폐쇄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후 서귀포시와 토지소유주 간에 여러 차례 협의를 하여 지난 9월 토지소유주로부터 다시 사용 승인을 받고 산책길을 새롭게 조성하기 위해 공사를 발주 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11월 초나 중순까지는 산책길 제초를 한 후 공사를 재개하여 내년부터 산책길을 개방하려 한다”고 설명이었다

하지만 “공사발주중이라도 제초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유지라서 제초를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함께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아무리 사유지라도 토지소유주의 허락을 받았다면 바로 제초부터 해야 하는데 서귀포시청의 일 처리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더욱이 “아무리 개인소유라 하더라도 그동안 아무 일 없이 다니던 산책로를 토지소유주의 말 한마디에 애써 만든 산책길이 유령이나 나옴 직한 폐허의 길을 만들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한 주민은 “산책길을 만들면서 그동안 들인 예산은 허공에 날리고 또 세금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똑 같은 길을 조성한다면 그 예산이 개인의 돈주머니 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표현도 했다.

특히 “단산(바굼지오름) 산책길을 하루속히 새 단장하여 주민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며 “대정과 안덕 주민들이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한편 누구나, 언제나 걷고 싶은 길로 조성되어 제주의 명품(名品) 길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다음은 단산(바굼지오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다.

토지소유주가 바뀌면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단산(바굼지오름)이 대하여..

단산을 다른 이름으로 ‘바굼지오름’이라고 한다.

단산(바굼지오름)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와 안덕면 사계리 경계에 있는 오름이다.

바굼지오름은 ‘바구미오름 또는 바구니오롬’의 차자 표기(※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방법으로 차자 표기법(借字表記法)은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우리말을 기록하던 표기법을 말한다.)이다.

‘탐라순력도’에는 단산(바굼지오름)을 파군산(破軍山)과 파군산악(破軍山嶽)으로 표기하고 있다.

오름의 형체가 대바구니(대를 얽어서 만든 바구니)와 같다는 데서 ‘바고미오롬’이라 부르다가 ‘바굼지오롬’이 되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산야가 모두 물에 잠겼을 때 단산(바굼지오름)이 대바구니만큼 보였다고 해서 ‘바굼지오름’이라고 했는데 한자로 단산(簞山 : 대나무 광주리 단)이라고 표기를 했다.

‘바굼지’는 ‘바구리’라는 말이 되기도 하는데 그와 가까운 말이 ‘바구미’이다.

‘바구미’는 박쥐의 옛 이름으로 오름이 모양새가 박쥐와 닮은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바굼지오름’의 총면적은 약 339,982㎡, 둘레 2,566m, 높이 158m이다.

‘바굼지오름’ 남사면은 가파른 절벽이 있고 그 주변 풀밭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서쪽과 북쪽에는 오름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책로 조성되어 있다.

오름의 앞쪽과 뒤쪽에는 일제 강점기에 파놓은 진지 동굴들이 여러 개 남아 있다.

오름의 서사면 기슭 자락에는 태고종 단산사(壇山寺)가 자리를 잡고 있고 남동쪽 기슭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유형 문화재 제4호인 대정 향교(大靜鄕校)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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