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소남머리와 냉수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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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소남머리와 냉수마찰
  • 강문칠
  • 승인 2012.08.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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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회장,음악평론가. 작곡가)


 

 

1960년대 초, 서귀포 동남쪽에 위치한 소남머리, 사계절 구분 없이 동네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냉수마찰(냉수로 몸을 씻는 것을 말함)이라는 이름으로 전부가 소남머리를 다녔다. ‘소남머리’는 소나무가 많다는 말인데,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불려졌다.

소남머리는 서귀포 동쪽 정방폭포를 가기 전의 바닷가 근처인데, 남쪽 바다 쪽으로 향하면, 언덕에서 다시 꼬불꼬불한 길을 내려가면, 용천수가 언제나 콸콸 내 뿜는 곳이 나온다. 남녀 구분하여, 냉수마찰을 할 수 있도록 구분 지워 졌는데, 서귀포의 물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이곳을 아침, 저녁으로 다녔다.

특히나 여름이 되면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 까지 항상 만원사례를 이뤘다. 아침 6시에서 7시 까지 그곳엘 가면, 시원한 냉수가 흘러내려서, 그 물로 냉수마찰을 하면, 몸에는 언제나 건강한 기운이 돋아, 그곳을 애용을 하였다.

 


냉수마찰을 하는 사람은 마치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냉수마찰이 끝나면 탕 밖으로 나간다. 탕 밖은 바로 바다가 있어 탁 트인 서귀포의 앞 바다를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윗동네에 사는 형님이 있었는데, 당시 경희 음대 성악과를 다니는 형이 있었다. 간혹 그 형님이 바다 언덕 위에 올라서서, 문섬과 새섬(서귀포 앞 바다의 섬들)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어찌나 잘 부르는지, 많은 사람들이 노래 한곡이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른다.

감동적인 성악은 지금 생각하니 테너인데, 그것도 아름다운 미성(美聲)의 테너였다. 많은 구경꾼들이 모이고 앵콜 박수를 치면 한 두곡을 더 불러 주시던 그 형님,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낼까? 유독 동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노래는 인생을 살면서 성악을 정말로 좋아는 계기가 되었다.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에 맞게 목욕을 하고 난 뒤 바다 근처로 발을 옮기면, 바다의 색깔이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겨울과 이른 봄에는 마치 검은 색을 칠한 것처럼, 바다가 온통 진한 흑청색으로 변한다. 여름에는 맑은 푸른색을 띠는 바다는 신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바다가 자꾸만 유도(誘導)를 한다.

가을이 되면, 마치 억새와도 같이 황갈색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황갈색과 짙푸른 청색이 어우러진 바다, 서귀포의 앞바다는 사색을 불러 일으켰던 장소이기도 했다. 소남 머리 언덕에서 목욕을 하기 위하여는 비탈길을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 나무를 잡기도 하고, 풀을 잡기도 하면서 조심스레 내려오면, 안도하는 마음으로 남탕을 찾는다. 담장 하나 사이로 바로 옆은 여탕이다.

여자들이 냉수마찰을 하는 경우는 잘 없지만, 여름철이면 저녁이 되어, 지금의 정방동과 송산동 말고도, 서귀포 전역에서 시원한 서귀포 앞 바다도 구경도 하고, 목욕도 할 겸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면 남탕에서는 짖궂은 남자 어른들이 물을 여탕으로 대야에 담아서 던지는 장난이 시작이 된다. 그러면 여탕에서도 질세라, 여탕에서도 물이 넘어온다.

남탕과 여탕에서는 벗어놓은 옷이 젖을까봐, 옷을 가슴에 안고 물이 오지 않을 만큼, 멀리 도망치곤 한다. 한참이나 신나는 장난이 끝나고 서로가 ‘장난 그만’하는 말들이 오간다. 그러면 큰 소리로 서로가 웃고 즐기던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라 말소리만 들어도 누구누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이들이다.

 

바다에 돌을 던져보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언덕을 오를 때에는 조금은 힘이 들기도 하고, 언덕에 오르면, 서귀포 앞바다가 동서로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장면에 취해서 지냈던 곳,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왠지 개선장군 마냥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냉수로 목욕을 한 뒤라서, 귀가 길이 한결 산뜻한 느낌이다. 스치는 바람도 신선하기만 하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한번은 꼭 들러야 하던 곳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다, 바람이 분다, 이 처럼 궂은 날씨를 빼고는 거의 매일처럼 사람들이 찾는 곳 ‘소남머리’, 지금은 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서귀포의 관광 명소가 될 정도로 깨끗하게 단장이 잘 되어 있다. 아무튼 1960년대에 유명한 서귀포 시민들이 휴식 장소로 이용했던 곳이다.

소남머리 바다와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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