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까지도 자연 상태로 놓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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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까지도 자연 상태로 놓아 둡니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09.04.22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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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제주 김녕 미로공원 김영남 대표이사에게 듣는다
설립자인 더스틴교수 권유로 아르바이트하다가 대표이사 맡아



“콘크리트가 하나도 안 들어갔고 농약도 뿌린 적이 없으며 잡초도 뽑지 않고 4계절 내내 자연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공원 내의 모든 풀들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놓아 둡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인연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된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김녕 미로공원 김영남 대표(31세).

그가 심혈을 기울이며 만들어 가는 미로공원이 이미 세계적인 미로공원으로 회자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김녕 미로공원은 세계적인 미로공원 전문가들이 “공원과 분리된 미로공원은 실패한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립자인 프레데릭. H. 더스틴 교수(전 제주대교수)가 지난 83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 후 87년부터 하나씩 만들면서 95년에 완성됐다.



더스틴교수는 한국전 참전이 인연이 돼 한국에서 연희전문대 교수와 제주대 교수를 거쳐 제주도에 살게 됐는데 미로공원을 우리나라에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더스틴교수는 공원 개장후 처음 2년간은 무료로 개장했다고 한다. 이후 97년 유료화했는데 제주도내에서는 드물게 매일 1천여명 이상이 찾아오는 유명관광지로 변모시켜 놓았다.

고향이 김녕이었던 김영남 대표는 대학 1학년 때인 98년부터 방학 때 내려올 때마다 매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한다. 7년여에 걸친 성실한 아르바이트 학생이었던 그는 대학 4학년이었던 2004년 “김녕미로공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더스틴 교수의 권유에 따라 대표이사의 자리에 올랐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직원이 없었습니다. 매표나 나무관리 생과일 전문하우스 운영 등 모두 혼자서 도맡아 했지요. 오스트리아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미로는 유럽에 많다는 걸 알았지요. 성의 정원에 한 일부분을 미로로 만들더라구요. 미로의 유래는 고대 크레타섬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리스신화에서도 미궁이라 해서 주술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원에 미로를 만드는 것은 어린이들의 유희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원 전체 중에 일부분을 미로로 만드는 것이지요”

김녕 미로공원은 미로만 전문으로 만드는 영국인인 에드린 피셔씨가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김녕 미로공원이 성공한 후 제주도에만 3군데의 미로공원이 새로 생겼고 각 지자체에서도 안 만드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김녕 미로공원은 너무 많은 시설을 넣지 않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재미가 있고, 환경을 많이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 중입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올레 등 슬로시티 구상을 통해 환경적이고 재미도 있으면서 건강을 가미한 공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여름철 야간공개라든가 호박축제 등 돈은 별로 들이지 않고 관광객이나 지역주민들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는 얘기.

김녕 미로공원은 디자인은 서양 것이지만 미로 전체는 제주도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로의 외곽선은 제주도의 해안선을, 조랑말 문양은 1276년 몽고인들이 제주도에서 방목했던 것을, 송곳니를 드러낸 뱀의 문양은 제주에서 행해졌던 초기 종교적 의식을, 고인돌은 제주도 청동기 시대의 흔적을 상징화 했다는 것.

또한 배 문양은 17세기 말에 하멜이 제주도에 난파했던 것을 상징화 했고 음양문양은 동아시아의 음양철학을, 경위선은 실제의 동서남북을 따라 제주도가 놓인 방향과 같게 놓여져 있다고 한다.



김영남 대표는 “오시는 많은 분들이 만족하고 웃으면서 나갈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현재 4천여평 정도를 활용하고 있으나 김녕 미로공원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지역과 가깝기 때문에 확장계획은 세우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고 한다.

현재 김대표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박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다.

“김녕미로공원에서는 매년 순이익의 80% 이상을 제주대학교에 외국인 교수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녕 초,중학교와 김녕노인대학 김녕세일링클럽 등 지역사회 교육부문에도 지원됩니다. 더스틴 교수님의 철학인데요. 지역사회에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돈을 벌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시지요”

김대표는 “외국인이 제주도에 살고 싶어 시작한 일이고 여기에서 얻는 수입은 제주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녕 미로공원을 설립한 더스틴 교수는 교수 등 일선 직책에서는 물러났지만 매일 김녕 미로공원에 나와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아직도 건강하게 김대표를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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