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가 내 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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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가 내 몸에 왔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2.09.18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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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단상)별도봉에서 만나는 반가운 친구들

 

 

봄부터 늦가을까지 사라봉과 별도봉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최근에는 올레길까지 생기면서 그 명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여년, 갔다가 말다를 반복한 산책길이었지만 여름철마다 만나는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여름밤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반딧불이다.


흔히 개똥벌레로 불리우는 반딧불이는 한때 제주시내 여기저기에서 마음껏 볼수 있었던 존재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내에서는 이들을 만나기가 좀처럼 어려워졌다.


중산간지역에나 가서야 겨우 조우할 수 있는 귀한 존재들이다.
나는 반딧불이를 만나면 늘 반갑다.


별도봉을 오르다보면 만나는 반딧불이를 볼때마다 나는 꼭 인사를 나눈다.
"얘들아 반갑다. 절대로 죽지말고 오래오래 살아 있어라. 꼭 그래야 한다"


내가 반딧불이에게 이말을 전해 놓는 이유는 반딧불이가 우리에게는 매우 소중한 환경지표종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나쁜 곳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보이는 지역은 공기가 맑다고 보면 된다.


태풍이 오기전 지난 12일 밤에 만난 반딧불이는 별도봉을 오르는 중간지역.
"올해는 많이 안보이네"하고 생각하는 순간 반딧불이가 내 앞을 스쳐가기 시작했다.
두 마리 세 마리.. 너무나 반가왔다.


"애들아 반갑다. 오래오래 잘 살아야 한다"
나는 이들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다음날 다시 오른 별도봉.
이번에는 별도봉 입구에서 이들을 만났다.


보통은 별도봉 중간 이상 지역에나 있던 반딧불이를 이날 처음 입구에서 만난 것이다.

더욱 반가왔다.


"얘들아 너희들은 정말 더 반갑다. 오래오래 잘 살고 있어줘라.."
인사를 나눈 나는 별도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늘 반딧불이를 만나던 중간 지점에서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점점 많은 반딧불이가 공간을 날아다니며 예의 그 발광체를 자랑한다.


나는 또 인사한다.
"얘들아 반갑다. 오래오래 잘 살아야 한다"


별도봉 꼭대기에 다 가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벤치에 앉았다.
조금 앉아 있는데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날아 오더니 마치 내말을 알아듣기나 한 듯 내 팔뚝에 살포시 앉는 게 아닌가.


그것도 잠시 잠깐...
그러고는 내 몸을 스치며 하늘로 다시 날아 올랐다.


"나를 찾아주기까지.. 너희들 너무 고맙다"하고 고마운 인사(?)를 다시 전했다.


이들 반딧불이들은 내가 별도봉을 다 내려 올 떄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 앞길을 비춰 주었다.
이날 반딧불이와의 만남은 한 여름 밤 영상으로 기억에 남을 묘한 추억이었다.


반딧불이 서식지가 늘어난 것인지 매년 2-3마리 정도 보이던 반딧불이가 별도봉에도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입구에서 보일 정도면 개체수가 확실히 늘어났다는 생각이다.
또 뱀이나 족제비까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별도봉은 자연환경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욱이 아직 별도봉 지역에 반딧불이가 많이 날아다니고 있으니 제주시의 여름공기가 더욱 신선한 것은 아닌지...


이제 곧 내년에나 보게 될 반딧불이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한다.


"반딧불이야 살아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환경아 아직 건강해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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