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해녀.. 사라지면 제주문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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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해녀.. 사라지면 제주문화 없어"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2.11.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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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파워블로거 로우 티엔홍 주한대만부산총영사의 제주이야기

 

파워블로거로 제주도의 초청을 받아 제주에 온 로우 티엔홍 주한대만부산총영사

 "제주에서 해녀가 사라진다면 세계에 보여줄 제주문화가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로우 티엔홍(羅添宏)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부산판사처 처장(54·주한대만 부산총영사)이 제주도청의 초청으로 제주를 찾아 우도와 올레 등 제주도 일대를 돌아보고 25일 부산으로 돌아갔다.

그를 통해 제주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관한 얘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로우 총영사는 현재 부산에 상주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과 알찬 글에 담아 중화권에 널리 알려주는 파워 블로거로 유명한 인물.

그동안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다양한 정보를 자신의 블로그('한국, 이렇게 즐길 수도 있다' tw.myblog.yahoo.com/lovesong-tansui)에 올려 중화권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고 있으며, 누적 방문객이 41만4천여명이나 된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파워 블로그로 뽑히기도 했는데 그의 블로그에는 한국을 여행하면서 쓴 글 303편과 사진 1만여장이 담겨 있다.

특히 전국의 맛집 정보와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 지역별 명소 등이 상세한 설명으로 곁들여져 있다.

이번에 초청을 받은 것도 그의 파워블로그를 이용한 제주도 홍보를 위해서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에 온 로우 총영사는 돌아가기 전날인 24일 저녁자리(슬로푸드 샤라의 정원 레스토랑)에서 기자와 만나 갑작스런 인터뷰가 이뤄졌다.

로우 총영사는 지난 1983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를 거쳐 2007년 7월 부산에 부임했으며 3년 임기가 끝나가자 드물게 임기 연장을 신청,5년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고 더 이상 연장이 어려워 내년에 대만으로 돌아가게 된다.

로우 총영사로부터 제주도에 대한 인상과 제주도가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제 등을 들어봤다.

 

-이번 제주여행은 어떤 계기로 오게 됐는지..

“그동안 제주도는 6번쯤 왔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공식일정으로 왔었고 이번에는 제주도청의 초청으로 대만.홍콩지역 파워블로거로써 개인적으로 방문하게 됐습니다. 현재 제 블로그에는 340여개의 한국에 관한 글과 1만2천여장에 달하는 사진이 게재돼 있어서 누적 방문수가 41만여명 정도 됩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제주도에 관한 많은 글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제주도의 어떤 변화를 느끼시는지..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는 하와이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2005년도에 하와이에 3개월 가량 산 적이 있는데 그때랑 느낌이 비슷했었지요. 그런데 올때마다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제주도는 자연환경도 좋지만 독특한 인문환경이라든가 생활환경이 슬로우한 게 저랑 잘 맞았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가 본 국가가 48개국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도 제주는 스페셜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오면 편안해요. 그래서 많은 외국인이 제주를 찾고 있고 또 다시 오고 싶은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30%정도는 또 다시 오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제주도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더 가는지요.


“저는 관광지나 자연풍경도 물론 좋지만 제주도의 문화와 역사를 독특하게 느낍니다. 민속박물관의 옛날 초가집을 가 봤는데 이 초가집을 보고 많은 감동을 느꼈어요. 이렇게 제주도민들이 옛날 전통이나 문화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은 좋은 일로 보입니다. 제주도는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보존하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오늘(24일) 우도에 가서 해녀물질을 구경했는데 이건 정말 대단한 문화입니다.
해녀는 세계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데 일본해녀는 거의 진주만 캐지 먹을 걸 캐지는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해녀는 기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일본해녀보다 우수하다고 봅니다.

이 모두가 제주도의 환경에서 나온 문화라는 차원에서 앞으로 이들이 나이가 들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에서 해녀가 사라진다면 제주도가 진정으로 갖고 있는 제주의 문화는 뭘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제주도를 볼때 안 좋아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앞으로 제주도는 고령화 사회로 발전할 것입니다. 따라서 천천히 가는 슬로우 도시라는 이미지가 잘 지켜져야 하고 너무 도시화하는 부분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주도가 북경이나 동경과 똑같이 변한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는 도시가 될 뿐입니다.

지금처럼 건물높이 제한 같은 제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 빌딩을 크게 짓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욱이 농촌지역의 빌딩건축은 더더욱 그렇지요.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까 하는 특색있는 문화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겠지요.”

 

-이번 여행에서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은..

“저는 이번에 하멜기념관을 꼭 가보고 싶었어요. 왜 하멜이 궁금했느냐 하면 하멜이 처음 가고자 했던 목적지는 일본이었거든요. 그런데 가장 먼저 표류를 했던 곳은 대만이었어요. 대만에서 먼저 표류하고 나서 제주에서 다시 표류했던 것이지요.

더욱이 네덜란드는 50년간 대만을 점령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만사람들은 하멜을 잘 몰라요. 한국에 와서야 하멜이 대만에 갔었다는 걸 알고 대만과도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하멜의 동양에 관한 얘기를 썼듯이 하멜에 대한 얘기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강진에 가면 하멜기념관이 있는데 원래 강진은 돌담이 없는 곳임에도 돌담이 있는 것을 보면 하멜이 제주돌담을 강진에 전달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 볼 수도 있지요. 여수에 가면 또 하멜이 탈출한 등대가 있거든요. 거기도 가 봤는데 이처럼 흥미로운 얘기꺼리를 만들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제주도에도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제주에는 현재 1백여명의 화교가 살고 있습니다. 어제 산지천에 있는 중국피난선을 가서 봤는데요.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는 화교들은 원래 중국대륙에서 중국공산당이 싫어서 도망 나온 사람들입니다. 당시 중국여권이 없어서 여권을 만들어 준 게 대만입니다. 대만인 신분이 된 것이지요.

산지천 목선은 50년전인 1953년에 들어 온 것입니다. 원래 대련과 상해에서 무역을 하던 상선이었지요. 중국성인 양씨성을 가진 사람의 배인데 지금 제주도내 양씨성을 가진 화교들은 모두 그 목선의 후손들입니다. 당시 80명 정도가 왔는데 제주에 남은 사람도 있지만 다른 지방으로 떠난 사람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당시 제주도에 왔던 화교들은 제주도에서 화교소학교를 졸업하면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녔어요. 그후에 나머지 공부는 대만에서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요.”

 

-대만의 소개할 만한 문화는..

“대만사람들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습니다.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환경문제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식당에서도 남은 음식은 싸줍니다. 중국인은 남기는 걸 미덕으로 알지만 대만에서는 결혼식에서도 손님들이 밥을 먹을때 주인이 봉지를 줘서 싸가도록 합니다. 지금은 호텔결혼식이 많아 그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농촌에서는 아직도 그런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제주환경을 위해 조언을 하신다면..

“제주도는 제가 볼 때 많은 부분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곳을 지나고 있는데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어서 저런 상이 왜 제주도에 있어야 하나 하고 의아해 했어요, 제주도는 제주도 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는 수출1조원 시대를 연다고 수출에 열심인데 대만과의 교역은 어떤가요.

“제주도와 대만의 무역관계는 현재 거의 없습니다. 감귤은 대만에서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어서 현재 여행업 중심으로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교역규모는 1백억원 정도 됩니다. 다만 기후변화 등으로 현재 대만에서 생산되는 과일이 언젠가는 제주도에서도 생산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문화와 관광분야에서 함께 발전하는 것이지요.


작년에 46만여명의 대만 국민이 한국을 찾았는데 대만을 찾은 한국인은 24만명에 불과하거든요. 한국은 대만에서 인기있는 국가 5위를 차지합니다. 2개월 전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대만을 방문했는데 앞으로 대만과 제주간 문화와 관광교류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좋았던 곳과 음식은..

“저는 스토리가 없는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세계자연유산센터와 올레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세계자연유산센터는 천편일률적인 전시가 아니라 영상과 체험 등을 두루 갖춘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생각됐습니다.

또 올레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사람들도 너무 편안히 대해 줬고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생활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음식은 선흘에 있는 샤라의 정원 미친 닭이 생각나는데요. 이곳은 식당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이 들었어요. 5년간 한국에 살면서 먹어 본 음식 중 가장 맛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집 주인의 초청으로 해조류비빔밥을 먹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다 먹었어요. 아직 메뉴에는 올라있지 않은 음식인데 미리 맛보게 해준다며 만들어 주었지요.

이 두 번째 음식을 먹으면서 가장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조류와 들기름 그리고 연어가 들어간 이 음식은 이 지역 풍토병(습기가 많아 생기는 관절염)을 예방하는 음식이라는 주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더불어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로우 총영사는 한국에 5년간 근무하는 동안 제주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어봤다고 극찬한 선흘의 샤라의 정원에서 인터뷰를 했다
   


한편 로우 총영사는 영도구 홍보대사와 거창사과 홍보대사를 겸하고 있다.

그는 어윤태 영도구청장을 만나 인사를 건네면서 "신미양요 때 전사한 어재연 장군의 어(魚)씨이시군요."라고 말했고 어 장군 후손인 어 청장은 “나도 잘 모르는 역사를 알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한다.

이후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으러 한국에 왔던 서복의 역사를 통해 동래와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홍보대사가 된 인연이 있다.

로우 총영사는 “제주도와 영도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부산 영도구의 제일 높은 산 이름이 봉래산인데 서복이 맨 처음 불로초를 찾을 때 동쪽에 가면 봉래산이 있다고 해서 맨 처음 봉래산을 찾았고 이후 제주도의 한라산인 영주산을 찾았다는 얘기다.

그게 인연이 돼 부산의 봉래산이 됐다는 것인데 서복도 사실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으러 온게 아니라 5백여명의 동남동녀를 진시황으로 떼놓기 위해서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며 영도에서 보이는 대마도를 향해 가서 최후로 도착한 곳이 대마도라는 것.

그래서 일본에도 서복의 역사가 있고 특히 중국의 경우 태종대보다 봉래산이 더 유명하고 대만에는 가장 인기있는 쌀 이름도 봉래미라고 전해 주며 이 모두가 스토리텔링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로우 총영사는 내년에 한국에 관한 책을 하나 발간할 예정이다. 한국의 유명한 출판사인 학고제에서 ‘외국인이 본 한국의 얘기를 써 달라“고 이를 요청, 책을 쓰기로 한 것인데 ”그런 부탁을 받은 것만 해도 영광“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에 관한 얘기도 만들 계획이다.

다만 현재 제주도청에서 만드는 관광책자가 너무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제주도에 관한 얘기를 만들 생각이라고 한다.

로우 총영사는 “제주도의 문화와 스토리에 집중한 책 하나를 내고 싶다”고 말하고 “관광지에 대한 얘기보다 제주도의 문화를 말하는 스토리텔링 쪽으로 쓰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외국인이 바라 본 제주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얘기다.

 고현준 발행인과 포즈를 취한 로우 티엔홍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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