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도의 생활문화 ‘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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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도의 생활문화 ‘괸당’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2.12.14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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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당의 위력을 아시나요?

 

김태홍 차장
‘괸당’은 친척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육지의 친척이 보통 혈연관계만을 의미하는 반면, 제주도에서의 괸당은 혈연관계를 넘어서 지연, 학연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제주에선 괸당이라는 독특한 친족문화가 발달된 대한민국에서도 제주도는 조금만 살아보면 괸당문화가 유별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 방언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故 현평효 박사는 제주어사전(1995년)에서 괸당은 돌보는 무리라는 뜻인 권당(眷黨)의 제주어 표기라고 했다.


제주속담을 연구한 사라캠퍼스 고재환 명예교수는 제주도속담사전에서(1999년)괸당은 친족과 외척, 고종, 이종 등 멀고 가까운 친척을 두루 일컫는다라며 이들은 집안에 혼례나 장례를 비롯해서 집안에 관심사가 있을 때 모여들어 서로 돕고 걱정하며 정분을 돈독히 하는 것이 관습화 됐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제주도에서 괸당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제주도는 지금은 도시화가 이뤄지고 외지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예전처럼 괸당문화가 강하지 않지만, 여전히 괸당은 사회생활 속에서 뿌리 깊게 작용한다.


음식점을 가더라도 웬만하면 괸당이 운영하는 집으로 가려하고, 무엇을 사더라도 꼭 괸당이 하는 곳으로 가려한다. 조금 못하고 부족하더라도 괸당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 즉 마음으로 부조를 하는 것이다.


괸당을 없애야 제주가 발전?


육지에서 갓 이주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무슨일을 하려면 제주도 사람하나는 끼어야 일이 순조롭다. 그만큼 제주도의 괸당문화를 경계하는 말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섣불리 건들었다가 이 괸당문화에 나가떨어진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도의 괸당문화는 제주도민의 응집력을 더욱 견고히 결속시켜 주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연고, 파벌주의를 더욱 부채질하는 역기능도 내포되어 있다.


같은 괸당이라면 도와주고 밀어주려고 하지만 다른 괸당이면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경향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주도의 괸당문화를 없애야 제주가 발전한다는 다소 격렬한 말을 한다. 아무리 제주기업이 서비스와 제품의 질을 높여 봐야 제주도민은 괸당에 따라 소비하고, 그 결과로 많은 기업인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열중하지 않고 괸당이나 쫓아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역사와 같이 한 제주도의 한 문화가 그렇게 쉽게 없어지기는 만무하다. 오히려 이 괸당문화의 순기능을 이끌어내고 더욱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제주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친족에게 멱살 잡고 싸울 수는 없는 일! 제주도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온 국민이 서로 괸당이 된다면 범죄율도 줄어들고, 대화합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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