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성산읍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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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성산읍 사람들...
  • 송미영
  • 승인 2010.02.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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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영(성산읍 주무관)




송미영(성산읍  주무관)
일출의 고장 성산읍.


제주도에 사는 사람조차도 파란 바다위에 초록빛을 뿜으며 펼쳐진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만큼 성산읍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성산읍에 근무하게 되었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2009년 봄, 첫 출근을 하였다.

성산읍에서의 생활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출장을 가는 길에도 관광을 나온듯한 기분이 들었고 운전을 하다가도 바다와 일출봉, 유채꽃, 해바라기 등 여기저기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들이 너무 많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일쑤였다.

하루는 업무를 마치고 친구와 약속이 있어 제주시로 가기위해 처음으로 수산리와 대천동을 잇는 길을 운전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골칫덩어리 인줄만 알았던 서양민들레가 양 길가를 가득 채우니 영화 속 한 장면이 따로 없었고 조금 더 차를 타고 가다보니 오름과 넓은 평야사이로 풍차들이 돌고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차를 멈춰 세우고 한참을 길가에 서서 풍경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박신양이 부르는‘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으니... 그때의 감동이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설레고 탄성이 나온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 성산읍은 푸른 바다와 일출봉이 어우러진 곳, 노란 유채꽃이 아름다운 곳, 하늘아래 오름이 그림 같은 곳 이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쏟아지는 비, 시간의 흐름 속에 싱그러운 초록빛의 일출봉도 흐려지고 형형색색 예쁘게 핀 꽃들도 꺾이고 나 역시 업무에 치여 성산에 대한 감흥이 시들해지고 있을 때였다.

성산리에 조카와 함께 생활하면서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수급자가 있었는데 두 번의 간이식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 천 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간이식을 포기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성산읍 곳곳에 전해지게 되었고 이 분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성산초ㆍ 중ㆍ고 동문회와 성산포교회가 하나 되어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수술비 마련을 위해 성금모금 운동 및 일일호프를 계획한 것이다.

2009년 11월 28일, 많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 일일호프를 무사히 치룰 수 있게 되었고 그 성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주민들이 하나 되어 성금모금 운동과 일일호프를 추진한 결과 약 3,000만원 상당의 성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예상치 못했던 금액이라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비 마련에 안도의 한숨을 쉬긴 하였지만 간이식의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생에 한번 기회가 찾아오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저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랄 수밖에...

하지만 기적은 너무나 빨리 일어났다. 2009년 12월 8일, 일일호프를 끝낸 지 단 열흘 만에 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일사천리로 간이식 수술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역시 성공적이었다.


10년간 혼자 병마와 싸우며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던 일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순간 기적의 힘을 만들어 냈고 한 사람에게 두 번째 생일을 선물해준 것이다.

이제 나에게 있어 성산읍은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곳, 사람이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곳이 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기 보다, 하늘의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된 것이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성산읍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하고 정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가 뜨는 고장 성산읍에는 희망을 낳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희망의 기운이 성산읍을 넘어 온 세상으로 퍼져 모두 함께하는 더 멋진 내일이 올 것을 기대하며, 나 역시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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