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제주 화산토의 변신, ‘제주흑자’ 도예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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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주 화산토의 변신, ‘제주흑자’ 도예유산
  • 이성래
  • 승인 2010.03.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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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래(제주특별자치도 사무관)



이성래(제주특별자치도 사무관)
한라산 영봉 백록담을 중심으로 제주가 탄생하였을 당시의 흘러내린 화산재(Scoria)가 제주땅의 토양이 되었고, 그 결과 제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자연과 문화의 유산을 선사받게 되었다.

어찌 보면 제주가 척박한 땅에다 기후마저도 좋지 않는 섬처럼 보이지만 수 천 년의 제주인이 일구고 가꾸어 온 세계에서 우뚝 선 낙원 제주를 만들어 냈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것 중 옹기항아리를 등에 진 여인상이다. 그것은 제주의 물이 귀한 시절의 물동우 역할을 한 제주여인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런 독특한 제주의 옹기가 그저 평범한 물항아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제주옹기의 우수성을 인정한 한국의 도공 육산(六山)김영수 선생의 제주화산토 도예 혼불을 활짝 피어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까! 제주시 무수천을 지나 평화로가 시작하는 곳에 위치한 ‘제주요(窯)’ 도자기문화관이 있다.

이곳 제주도자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이야말로 일류 최초로 빚어온 한경면 고산리에서 출토된 융기문토기, 북촌리식 토기, 탐라시대 초기의 삼양동식 점토대토기, 탐라시대 전·후기의 곽지리식·고내리식 토기를 재현한 내용들이 전시·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제주의 화산회토가 원적외선을 다량 함유하여 옹기항아리 물이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시켜 놓고 있으며, 또한 세균증식 검사를 통해 육지부 항아리와 제주옹기항아리를 비교하여 그야말로 숨쉬는 제주옹기를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옹기 말고는 제주화산토로 만든 도자기는 없었고, 수천년의 통념을 깨고 10여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드디어 속살이 검은 화산토 도자기 ‘제주흑자‘를 탄생시켰다.

우리의 선조들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그리고 분청도자기 유산을 우리에게 남겼듯이 수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에 제4의 제주화산토 도자기라는 또 하나의 천추에 빛나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다.

참으로 위대한 것은 국내 최고의 도공으로 경기도 광주 전통도자기(경안요)로 그 명성을 떨칠 즈음 그가 가진 도예의 기반을 제주로 옮기고 제주의 또 다른 문화유산의 가치를 창출한 장인이자 제주를 빛낸 도예인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흙은 지구를 구성한 물질 가운데 가장 근본이고 뭇 생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생활환경 중에 흙은 조형의지와 욕망을 표현하는데 가장 사랑받으며 쓰여 왔듯이 우리 한민족의 훌륭한 도예 문화유산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값지고 고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나고 자란 제주땅 화산토가 제4의 흑자로 태어나 제주의 진면모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도자기에 잘은 모르지만 각박한 현대생활에서 뭔가 기품 있고 삶의 염원을 담아내는 제주 화산토 도예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체험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식기하나라도 우리 땅에서 나온 흙으로 빚은 도자기 그릇을 사용하고 특별한 의미를 둬보자. 다도에서 다기 하나에서 차 맛이 달라지고 식생활에서 사용하는 토기그릇에서 밥맛과 식단의 품격이 한층 높여질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집안의 적당한 곳에 도자기 하나 놓여 있을 때 그 고품격의 멋스러움에 한국인의 미감양성으로 한 발짝 다가 갈 것이며, 그래서 이 땅의 은은하고 질박한 흙내음에 따뜻한 감촉과 감성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것도 삶의 잔잔한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의 맨하튼 중심가에 한국 도자기가 프리미엄 브랜드 ‘프리우나’로 진출하듯 한국도예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의 도자기로 불리우는 화산토 도자기는 세계자연유산 제주 흙이 빚어낸 또 다른 현대감각으로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화산토 변신으로 도자기에 새겨진 가장 제주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그 검은 유혹에 도예를 아는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고 분명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이성래 (제주특별자치도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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