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업들의 절전 참여 열기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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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업들의 절전 참여 열기 뜨거웠다
  • 이상훈
  • 승인 2013.01.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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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추워도 너무 춥다. 지난 12월은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추웠다. 지난해 서울 12월 평균기온은 영하 4.1℃로, 평년보다 4.5℃나 더 낮았다.

이런 맹추위는 역설적이게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겨울철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자 북극 상공에 가둬진 찬 공기가 아래쪽으로 내려와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친 것이다. 그래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미국 북부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쏟아진다.

우리나라는 바깥만 기온이 떨어진 게 아니라 가정이나 상가, 사무실 실내 온도도 예전보다 떨어졌다. 대형 상가와 가정집 실내 온도는 20℃ 내외를 맴돌았고 공공기관은 평균 실내 온도가 18℃로 떨어졌다.

공공기관 건물 구석진 구역은 실내 온도가 15℃이하인 경우도 흔하다. 외기 온도가 낮아서 실내 온도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가정과 기업이 최악의 전력난을 막기 위해 국민발전소 건설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국민발전소 건설은 저명한 에너지 전문가인 에모리 로빈스가 주창한 네가와트(Negawatts)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효율 향상과 절약 실천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은 곧 그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한 것과 같은 셈이다. 그래서 네가와트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다음의 제5의 연료라고도 말한다. 네가와트는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도 줄인다.

지난해 10월에 올 겨울에 매서운 혹한이 찾아온다는 전망이 나오자 전력 공급이 전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었다.

최근에 전기 난방이 급증하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전력수요가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최대전력수요가 에어컨 가동이 절정에 달하는 8월이 아니라 전기 난방이 급증하는 1월에 발생하고 있다.

올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 16.4℃까지 떨어진 1월 3일, 오전 11시에 전력사용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비력이 45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가정과 건물의 절전 노력과 산업체 수요관리 덕분에 다행히 심각한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된다면 이번 겨울은 무사히 넘길 것 같다.

사실 국민발전소 건설 같은 전기 절약 실천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면서 불편함이 따르고 때론 약간의 희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던 과거에는 겨울에도 반소매 옷을 입을 정도로 실내 온도가 높은 경우가 흔했고 문 열어 두고 난방 하는 매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당시엔 실내가 더운 공간이 많아서 내복 입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이젠 달라졌다. 내복을 입지 않으면 몸을 움츠릴 정도로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게 기본이 되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낮은 실내 온도 때문에 근무 중 장갑이나 외투를 착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업들도 실내 건강온도 유지, 조도 조정 등은 물론이고 전력피크관리, 조업 시간 조정 등 부하 관리에 협조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하는 시민과 기업의 참여 문화가 국민발전소 건설의 열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열기가 전기 난방 급증을 유발하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력요금을 정상화하고 낭비적 요소가 많은 상업시설과 교육시설의 에너지 이용 관행을 개선하는 추동력이 된다면 전력난 걱정은 사라지는 대신 우리 환경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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