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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무영
위에서 모으면 '흑자', 밑에서 모으면 '적자'빗물박사 한무영 교수의 '빗물 이야기'
한무영  |  my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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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0.04.06  07: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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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교수
최근 들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저탄소 녹색기술의 대안으로 빗물 모으기가 각광받고 있다. 방법론적으로 빗물을 위에서 모으는 것이 좋은지 밑에서 모으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수질적인 측면과 에너지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은 지붕이나 계곡에서 받은 빗물이다. 산성비는 땅에 떨어진 다음 쉽게 중화되며, 황사 등 입자상 물질은 침전으로 쉽게 제거된다. 빗물을 위에서 모으면 빗물의 유통경로가 짧고 투명하기 때문에 하천에서 문제되는 오염물질은 거의 없다. 위에서 모은 깨끗한 빗물은 마실 수 있고 텃밭을 가꾼다던가 냉각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빗물을 밑에서 모으면 도로의 타이어가루, 먼지, 기름, 농경지의 비료나 농약성분이 섞이게 된다. 수처리비용은 오염물질의 양에 비례하므로 밑에서 모으면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아무리 처리를 잘해도 사용처가 제한된다.

에너지 측면에서 봤을 때 위에서 모은 빗물은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레방아를 돌리거나 자연폭포를 만들 수 있다. 빗물을 위에서 모았다가 양을 조절해 흘려주면 토양침식도 막을 수 있다. 하천의 흙탕물을 줄여주면 이를 정화하기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절감된다.

반대로 밑에 모은 빗물을 사용하려면 도리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밑에서 모을 때는 에너지를 잃어버린 더러운 물을 받는 것 이외에 규모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곳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한꺼번에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공간을 만들려면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고 민원도 발생한다. 반면 위에서 모으면 규모가 작아져서 예산도 줄고 민원도 줄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정책은 밑에서 모으는 것 일변도이다. 환경부는 하천오염방지용으로 하천에 들어가기 직전에 더러워진 빗물(비점오염원)을 커다란 시설을 두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홍수방지용으로 천변 저류지를 계획하고 있다. 단지를 만들 때에도 그 하류 부분에 커다란 유수지를 만든다. 모두 다 에너지를 잃어버린 더러운 빗물을 밑에서 모아서 한 가지 목적에만 사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수질과 에너지의 관점에서 빗물 모으기 좋은 장소는 위쪽이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는 산이 많이 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해 산중턱 빗물 저장조를 제안한다. 작은 굴을 뚫어 저장하거나 아니면 산비탈을 평평하게 만들어 100~500톤 규모의 튜브형 저장조를 설치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여러 개를 만들어 여름에는 빗물을 저장한 후 가을, 겨울에 천천히 하천으로 흘려보내거나 지하로 침투시키든지, 비상 시에 사용하도록 한다. 봄에는 산불에 대비할 수도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커다란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지역의 일거리도 만들 수 있다.

생각을 바꿔 위에서 내려오는 빗물정책으로 바꾼다면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 속담에 호미(위에서)로 막을 것을 가래(밑에서)로 막지 말라는 말이 있다. 빗물 관리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금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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