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즐기면 세상도 즐겁다”
상태바
“음식을 즐기면 세상도 즐겁다”
  • 고재섭
  • 승인 2013.07.20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재섭/2013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 조직위 사무총장



▲ 고재섭 2013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머리 속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세요.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인가요. 아니면 음식점에서 사서 먹는 음식인가요.

혹시 먹을 때 그 음식들의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또 어떻게 조리되어 식탁에 올랐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은 대개 알고 계시죠? 오늘은 음식이 건강 외에 우리 삶의 어떤 부분들과 관련되어 있는가 살펴봅시다.

먼저 재료입니다. 먹는 행위가 투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밀과 소고기를 생산하는 미국의 농업과 축산업을 키워주게 되겠지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면 쌀과 재래콩을 생산해낸 우리나라 농부를 지원해주는 셈이 될 겁니다.

미국의 어마어마한 목장과 밀밭을 생각해 보십시오. 메마른 땅, 우리에 갇힌 소들, 거기서 쏟아지는 엄청난 분뇨, 비행기에서 밀밭에 뿌려대는 농약들, 고갈되어 가는 지하수...이 모든 것들이 음식과 연관되어 있지요.

햄버거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농업은 시들어가고 미국의 농업은 튼튼해질 거예요. 대규모 농업과 축산업은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 공해, 식량위기 등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맛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만 찾고 우리 고유 음식의 맛에 흥미를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의 입맛이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면 결국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에너지 환경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의 위기 또한 고착되고 심화될 것입니다.

먹는 방법은 어떨까요. 햄버거는 걸으면서, 차를 몰면서, 텔레비전이나 모니터를 보면서 먹기에 좋습니다.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죠. 패스트푸드는 속도의 산물입니다. 전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음식 명상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시판 도넛 하나를 열여섯 조각으로 나누어 30분에 걸쳐 먹게 합니다. 그러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도넛이 맛있다고 좋아했던 분들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게 되면, 도넛의 단맛 외에 기름쩐 맛, 석유냄새 등 숨어있는 맛과 향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배가 부르다며 도넛 하나를 다 먹지 못하는 분들도 나옵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맛있고 즐겁고 신나는 운동입니다. 슬로푸드운동은 미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식도락은 사치가 아닙니다. 참맛을 구별해내는 예민한 미각은 우리의 건강도 지키고 농업도 지키고 환경도 지킵니다.

민물새우로 만든 유명한 젓갈 토하젓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의 훌륭한 음식 유산인 토하젓이 살아남으려면 토하젓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겠지요. 그러려면 토하라고 하는 민물새우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겁니다. 슬로푸드에서는 소비자들이 생산에 참여한다고 하여 공동생산자라고 칭합니다. 미식가가 되면 될수록, 땅도 살고 농부도 살고 경제도 살아나게 될 겁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최고의 식당이라 꼽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조리사 앨리스 워터스도 음식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깨닫고는 슬로푸드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가 요리사가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건강한 시골 음식을 접하고서였습니다.

유기농으로 키워낸 농산물이 맛과 향이 더 좋다는 것, 이런 재료들을 직접 요리해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가정이 건강하고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워터스는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음식을 대하고 땅을 이용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학교 정원 텃밭으로 만드는 운동을 주도적으로 해왔지요. 그는 상징적으로 백악관부터 텃밭을 만들라고 촉구하였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이 백악관 정원을 텃밭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그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김치를 직접 담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지요.

올해 10월 1~6일 이태리의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 프랑스의 유로 구스토(Euro Gusto)에 이어 세계 3대 슬로푸드 축제의 하나인 아시오 구스토(Asio Gusto)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립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40여개 국이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슬로건을 “슬로푸드, 맛으로 바꾸는 세상”이라고 이름지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아시오 구스토는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음식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저절로 알게 되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맛있는 축제 아시오 구스토에 초대합니다. 꼭 참가하셔서 가족과 함께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