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쇠고기를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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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쇠고기를 먹어야 하나?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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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가축을 대규모로 사육하면서 곡물을 이용하여 단백질 고기를 생산한다.

대강의 공식은 닭이나 오리고기 1kg의 생산에 곡물 2kg, 돼지고기 1kg의 생산에 곡물 5kg, 쇠고기 1kg의 생산에 곡물 8kg이 든다.

곡물대비 단백질 생산 효율성으로 보면 닭이나 오리고기가 효율성이 높고, 쇠고기는 효율성이 낮다.

대규모 소 사육은 사람이 먹을 곡물을 소가 먹게 하고, 사료용 곡물수요를 늘려 곡물가격을 올라가게 한다, 이로 인해 많은 빈곤층의 사람들이 굶주리게 된다.

또 수천 수만마리의 소에서 나오는 분뇨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들에게서 방출되는 메탄가스 등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밖에도 대규모 공장형 사육은 동물복지의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동물성사료의 이용으로 인한 광우병 발생,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의 남용도 심각하다.

사람들이 쇠고기를 적게 먹으면 대규모 소 사육으로 야기되는 이러한 문제들을 완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행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중국의 경우 현재는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많이 먹고 있는데, 고도성장으로 소득이 상승하면, 쇠고기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쇠고기 맛에 이미 빠져있는 사람들이 쇠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쇠고기 사육업자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최고의 맛을 가진 쇠고기를 공급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 중에 마블링(꽃 등심)으로 불리는 것이 있다. 좀 비싸지만, 이 고기는 고기 사이사이에 지방이 촘촘히 박혀 있어 숯불 등에 구우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할 정도로 맛이 있다. 누구라도 그 고기 맛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마블링이 최고의 맛을 가진 쇠고기라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쇠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사육과정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의 방식으로는 그러한 쇠고기가 생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른바 과학을 적용하여 소의 운동량을 줄이고, 정해진 물의 량을 먹게 하고, 또 마블링이 만들어지는 사료를 먹인 결과이다. 즉 마블링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쇠고기이며, 이 과정에서 동물복지가 침해되고, 자연이 훼손되는 결과기 야기된다.

필자는 마블링과 대비되는 쇠고기를 라오스에서 먹어본 적이 있다. 라오스에서는 대부분의 소들이 방목되고 있으며, 사료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큰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소들이 작고 마른 것이 특징이다. 어미 소인데도 우리나라의 중송아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필자가 라오스 농장을 방문했을 때 자연에서 크고, 사료를 먹지 않은 소를 도축한 쇠고기로 만든 요리를 몇 가지 먹은 적이 있다.

그 맛이 우리나라에서 먹던 쇠고기 특히 마블링 고기와는 영 차이가 났다. 고기 맛은 고소하지도 않았고 또 질겼다. 육즙도 거의 없었다. 이러한 고기 맛은 소가 자란 과정 즉 곡물 사료 등을 먹지 않았고 또 농장에서 그냥 자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블링 고기 그리고 예로 든 것이지만 라오스의 쇠고기중 우리는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맛에 탐닉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마블링 쇠고기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기아의 문제,동물복지나 생태문제를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라오스의 쇠고기가 훨씬 친환경적으로, 소의 생태에 맞게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카를로 페트리니가 쓴 책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에 보면 새로운 미식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미식학은 우리가 먹을 고기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페트리니에 의하면 이전의 미식학은 그냥 맛만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미식학은 맛과 생태학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맛을 기준으로 할 때 마블링과 같은 쇠고기가 더 맛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기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되므로 세대를 넘어 오래 먹을 수 없다.

또 맛을 위해 가해지는 동물 복지 침해행위를 방관해야 한다. 반면에 페트리니가 새로운 미식학에서 이야기하는 맛과 생태 두 측면을 고려한 먹을거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라오스의 쇠고기가 정답이다.

앞에서 지적한 공장형 사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해결하는데 소비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미식학의 바탕위에서 생태적 소비, 윤리적 소비를 한다면, 문제의 먹을거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지속가능한 먹을거리의 생산을 계속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상품화된 맛, 싼 값에 공급되는 먹을거리, 생산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를 먹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금 즐기고 있는 쇠고기 맛이 길들여져 있는 맛이며, 그것이 동물복지를 침해하면서 인간의 욕심으로 키운 고기의 맛이 아닌가 반문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맛을 좀 양보하더라도 생태적으로, 친환경적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하면서 키운 쇠고기를 선택하고, 그것을 먹을 때 공장형 사육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의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 그것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마불링에 대한 소비는 그러한 고기를 공급하는 사육업자를 돕는 길이며, 반대로 자연에서 방목한 쇠고기의 소비는 그러한 방식의 사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때문에 쇠고기를 먹을때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미치는 결과를 고려하면서 먹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의 우리의 먹을거리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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