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한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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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한 세상의 변화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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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는 사는 동안 음식을 먹는다. 음식이 우리의 생명과 건강, 생활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그러기 때문에 음식이 우리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음식은 세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음식 없이는 사회가 존립할 수 없다. 농업사회에서는 제철음식, 슬로푸드가 주된 음식인데 비해 산업사회에서는 사철음식, 패스트푸드가 지배적이다.

음식은 또한 다차원적이다. 음식은 문화를 반영하고, 문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음식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이 세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음식이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 먹을거리 생산자들의 삶과 생활, 환경, 경제, 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패스트푸드를 먹게 되면, 패스트푸드업체에 보다 많은 패스트푸드의 생산과 공급을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된다. 반면에 우리가 슬로푸드를 먹게 되면, 슬로푸드 생산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슬로푸드 생산을 격려하는 것이 된다.

특정음식의 소비를 통해 우리는 좋은 음식의 생산에 대한 촉진을 의미하는 음식의 선순환 또는 나쁜 음식의 확산을 지칭하는 음식의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패스트푸드는 그것의 공급자에게는 이윤을 얻게 하는 중요한 대상물이지만. 그것의 생산은 환경, 동물복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슬로푸드의 생산은 농민에게 이롭고, 환경과 동물복지에도 기여한다.

또 우리가 먹을거리로 글로벌푸드 또는 로컬푸드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신은 물론, 환경과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명과 건강을 좌우하고, 음식의 선택과 소비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음식의 최종소비자인 우리가 음식을 올바로 알고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지배적인 식량체계에서 우리 소비자는 음식을 올바로 알기가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먹을거리 생산자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의 생산자, 생산과정 등을 알 수가 없다.

또 현대음식은 복합적인 재료와 각종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어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각종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의 공세 속에 그것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조리기술의 습득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될수록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에 대한 의존에 빠져들게 한다.

이렇게 되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이 멀어지게 된다. 세계식량체계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구조적으로 음식문맹이 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음식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먹을거리에 대해 성찰을 하고, 의식적으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음식시민이 되어야 한다. 음식시민은 음식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끼치는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고 식사를 한다.

음식 소비를 통해 음식의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하고, 나아가 먹을거리 생산자들이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먹을거리의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지려면, 개인적인 노력 못지않게 세계식량체계에서 지역식량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식량체계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 지역시장을 위한 먹을거리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식량체계의 주역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상호 배려와 지원을 할 수 있다.

지역식량체계에서 생산자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면서 그것을 먹는 소비자를 염두에 둔다. 소비자는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생산과정을 알 수 있고, 생산에 동참할 수 있다.

생산자와 연결은 소비자를 공동생산자가 되게 한다. 미국의 시인 웬델 베리는 “먹는다는 것은 농업적 행위다”라고 했다. 이 말은 우리가 음식의 최종 소비자로서 내리는 선택이 먹을거리 생산. 농업공동체의 미래와 지구 및 환경의 관리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면 새로운 농업이 가능해진다. 세계식량체계의 농업은 농민 몫이었고, 소비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농업에 대한, 먹을거리에 대한 이해관계도 달랐다.

농업에서 일어나는 일은 농민 그들의 일이었지, 소비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다. 이와 달리 소비자가 생산자와 연결되면 이른바 시민농업이 될 수 있다.

시민농업에서는 농업이 농민만의 몫이 아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농업이다. 농민과 소비자가 먹을거리 공동체를 구성하고, 농업과 영농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소비자가 영농의 위험을 공유하고, 영농에 직면하는 어려움을 함께 한다. 이는 좋은 먹을거리를 먹기 위해, 또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환경과 사회가 되는데 필요한 일이다.

거대자본의 광고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조종되던 소비자에서 벗어나 우리가 음식시민이 되고, 먹을거리의 공동생산자가 되어, 시민농업에 참여하게 되면, 먹을거리를 보다 좋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먹을거리의 이러한 변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농업, 환경과 사회의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먹을거리에 대한 온전한 대응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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