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느린 걸음, 슬로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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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느린 걸음, 슬로푸드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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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 운동은 미국의 맥도날드가 1986년에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한 것을 문제 삼아 생겨난 운동이다.

현재 슬로푸드회장인 카를로 페트리니와 그의 동료들은 음식을 표준화하고전통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여 식사,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슬로푸드운동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미국의 패스트푸드 진출이 패스트푸드의 유입에 그치지 않고, 세븐 일레븐 그리고 맥도날드 종업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등이 보여주는 미국의 저급 노동문화가 이탈리아에 유입될 것을 우려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9년에 파리에서 슬로푸드 선언문이 발표되면서 국제적인 운동이 된다.슬로푸드 운동이 출범한지 3년 만에 국제적인 운동이 되고, 또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된 데에는 영국에서 처음 발병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광우병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내장인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생겨난 병이 광우병이다. 소의 빠른 성장과 사료비절약을 위해 양의 내장으로 만든 사료를 먹인 것이 화근이 되었는데, 여기에는 영양성분이높은 사료를 먹임으로써 단기간에 단백질 생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음식생산에서 얼마든지 시간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이 광우병을 만들어낸 것이다. 광우병은 동물복지 차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이됨으로써 엄청난 재앙이 되고 있다.

광우병이 확산되면서 그 공포에 떤 유럽인들이 보다 안전하고 믿을만한 음식을 찾았고, 슬로푸드 운동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동참하게 되었다.

슬로푸드 운동에서는 통상적인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산업형 농업에 시간을 단축해서 생산한 식재도 패스트푸드로 본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이다.

슬로푸드운동은 패스트푸드를 정체불명의 나쁜 음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패스트푸드 대신에 자연의 리듬에 의해 생산되는 제철 먹을거리, 사람들이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제대로 된 먹을거리로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전통식품의 대부분이 슬로푸드라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글로벌 푸드 대신 로컬푸드를 지지한다. 슬로푸드 운동은 농업이 기본적으로 지역의 기후, 토양, 문화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지역농업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로컬푸드에 주목한다.

로컬푸드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지역주민을 위해 생산된 먹을거리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는 가운데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진다. 슬로푸드운동은 유전자 조작이 아닌 먹을거리를 옹호한다.

유전자 조작은 그것을 옹호하는 농기업이나 연구자들의 주장과 달리 먹을거리로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또 표준화된 음식보다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는 지역음식을 더 선호한다. 각 지역의 문화,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지역음식 그리고 지역음식문화를 옹호한다.

슬로푸드 운동이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좋은 음식의 생산을 가능케 하는 환경, 생물다양성, 생산방식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슬로푸드를 가능케 하는 슬로라이프를 중시한다. 슬로푸드 선언문에 보면, 현대문명의 속도에 대한 집착과 강조, 그리고 속도 중시가 음식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들이 속도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푸드를 확산시키고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슬로푸드가 여러 가지 면에서 좋기 때문이다. 우선 슬로푸드는 먹는 사람의 건강에 이롭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산된 음식재료로 만든 것이다. 사철과일이 아니라 제철과일을 지칭하며,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등을 사용하지 않은 음식재료로 만든 것이다. 사람의 몸이 유기체이기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산된 재료로 만든 슬로푸드가 몸에 더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슬로푸드는 현대사회에서 위기에 직면한 가족관계의 복원에도 기여한다. 현대 가족의 불안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원인의 일부로 패스트푸드를 지적하기도 한다. 슬로푸드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가정에서의 식사 준비는 가족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슬로푸드는 지역의 환경의 보전에 기여한다. 슬로푸드의 확산은 지역에 지속가능한 농업이 자리하도록 한다. 슬로푸드 생산에 농약, 성장호르몬 등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토양, 수질오염과 파괴를 막는다.

슬로푸드를 생산하는 농업은 단일종자보다 다양한 종자에 의존함으로써 종자 다양성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동물의 생태에 맞는 사육은 환경의 훼손을 막을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의 향상에도 기여한다.

슬로푸드의 확산은 지역사회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슬로푸드의 확산은 지역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에 의한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슬로푸드 생산과 소비는 생산자인 농민 그리고 소비자의 자율성을 높이고, 자원이 지역에서 순환됨으로써 지역 비즈니스의 번창을 가져오는데 기여한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이로운 좋은 먹을거리의 확산에 힘을 쏟는 슬로푸드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발전이 더디다.

이 운동이 활성화되면, 먹을거리가 정상화되고, 지역경제가 번창하며, 나아가 슬로라이프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해본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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