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지대계의 농업과 소비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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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지대계의 농업과 소비자의 역할
  • 김종덕
  • 승인 2013.10.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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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우리가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에는 어떤 표현이 적당할까? 천년지대계라고 하면 될까? 사실 농업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천년도 짧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에 농업이 시작된 지는 10,000여 년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최고로 오래된 볍씨가 발견되었을 정도로 농업이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농업의 발명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농업은 산과 들에서 채취한 종자를 주거지 인근의 공터에 심어 수확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초창기에는 종자도 몇 가지 안 되었고, 수확이 보잘 것 없었으며, 생산량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특정 토양에 맞는 작물과 종자를 찾아내기 되었고, 그 종자에 맞는 투입재와 영농기술이 적용되면서 점차 생산량이 늘어났고, 생산량도 안정적이 되었다.

또 수확이 예측 가능한 것이 되었다. 농업의 발전은 국가의 등장을 가져왔고, 도시와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도 이미 있었던 농업혁명에 힘입은바 크다.

이윤을 위해 경쟁과 속도를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농업에 적용되면서 농업에 대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에는 지역시장과 공동체의 수요에 부응하는 농업이 지배적이었다면 세계시장을 목표로 생산하는 농업이 자리하게 되었다.

자연의 원리가 지배했던 농업생산에 공장의 원리를 도입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농업을 죽이는 살농업(agricide)이 자리하게 되었다.

즉 과도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 단작재배, 속성재배 등으로 인해 경작지가 황폐화되고, 물이 오염되고, 농민들이 농촌에서 쫓겨나고, 지역종자가 사라지고, 생물다양성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산업형 농업은 제한된 석유자원,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영농, 종자와 문화의 다양성 약화로 인해 농업에 심대한 위기를 낳고 있다.

산업형 농업이 점점 더 확산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농업이 사라지고 있고, 현재와 같은 농업과 그것에 의한 식량공급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현대인들의 삶에서 여러 편의적인 장치나 기계들, 도구들, 옷과 집 등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먹을거리만큼 중요하지 않다.

다른 편의품들은 없게 되면 우리의 생활이 불편하게 될 뿐이지 생명 그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반면에 농업이 먹을거리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세계의 도처에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되고, 식량폭동 등에 의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인류문명이 지속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농업 없이도 먹을거리의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농업으로 인해 농업붕괴가 더 일어나기 전에 지속가능한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업은 절대로 포기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농업은 10년, 100년이 아니라 천년 그 이상의 기간에 계속해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러면 농경지의 감소를 막아야 하고, 땅이 살아 있게 하고,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하고, 농민들이 자기 직업에 보람을 갖고 농사를 짓도록 하고, 젊은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영농을 계승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수천 년간 내려온 지역의 종자들이 잘 보존되고, 실제로 영농에서 그 종자들이 재배되고, 거기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든 지역음식이 자리해야 한다.

농업이 천년지대계가 될 수 있도록 농업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데 농민의 역할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먹을거리의 생산자인 농민보다 먹을거리의 소비자가 더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농민들은 값싼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 영농을 통한 생계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농업에 자신의 생존과 생사가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농업과 농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나아가 농민과 더불어 천년지대계인 농업 지키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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