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선진국 핀란드 생태주거단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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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선진국 핀란드 생태주거단지 가보니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09.05.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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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외국은 어떻게] 핀란드 ,,②


핀란드는 산림이 방대하며 환경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러나 환경 선진국 핀란드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라는 재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핀란드는 기후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7년 컬럼비아대학 부설 국제지구과학정보네트워크센터(CIESIN)가 세계 100개국을 대상으로 물리적 조건과 국가별 기후변화 대처 역량 등을 종합해 매긴 국가별 기후변화 취약성 순위에서 핀란드는 노르웨이 다음으로 기후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로 뽑혔다.

그러나 순위가 높다고 해서 기후변화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폭풍우의 발생 빈도와 이동 경로 변화, 해수면의 상승 등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갖가지 현상들을 고려했을 때, 해안선이 긴 핀란드는 물리적 조건이 취약하여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핀란드는 기후변화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핀란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는 두 현장을 소개한다. 

자연과 조화되는 생태주거단지 ‘에코-비키’

헬싱키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8㎞ 떨어져 있는 에코-비키(Eco-Viikki)는 핀란드에서 최초로 건설된 생태주거단지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과 같은 환경적 이슈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던 1990년대 초에 계획된 에코-비키는 당시 대규모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개발 지역 부근의 해안가를 따라 있는 자연보전지구 ‘비키-바한카우푼진라티’가 인접해 있어 환경보전주의자들 사이에서 개발에 대한 반대가 거세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광범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서 핀란드 최초의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거단지인 에코-비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에코-비키의 주거단지 개념은 향후 핀란드가 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건물들이 어떻게 지어져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비키는 원래 헬싱키 근방의 농업 지대로 1931년 이래 헬싱키 대학의 연구시설로 이용되어 왔다. 농토와 대학의 연구시설이었던 이 지역은 1990년 생태주거단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수립된 이후 1994년 공모를 거쳐 ‘에코-비키’라는 생태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현재 비키는 크게 과학공원과 주거단지인 에코-비키로 나눠진다. 과학공원에는 헬싱키 대학의 생명공학과, 임학과, 농학과, 수의학, 환경학과가 있다. 비키에는 2012년까지 1만7000명의 주거민과 6000명의 학생들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6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비키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이다<사진 1>.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와 비슷한데, 특이한 것은 베란다에 파란색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 파란 색깔의 태양광 패널들은 아파트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한다.

또한 난방공급을 위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들도 볼 수가 있는데, 여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은 건물 난방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사진 2>.

태양열 외에도 난방과 관련하여 건물 위에 환풍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들도 있다. 환풍장치는 공기를 순환시켜 열 손실을 막아준다고 한다<사진 3>. 에코-비키의 건물들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대부분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최신의 태양광 시설, 환풍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에코-비키 주거단지의 건물들은 외관이 전반적으로 소박하다. 이는 다른 유럽과 달리 화려한 건축물이 없는 소박한 핀란드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군데군데 있는 공동 사우나 시설에서는 또 다른 핀란드의 문화를 엿볼 수가 있다<사진 4>.

에코-비키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저층 건물들이 모두 목조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핀란드 천해의 자연환경인 산림을 이용한 것으로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핀란드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비키 주거단지 내 목조 건물의 백미는 비키 교회이다. 포플러 나무로 지어진 비키 교회는 방부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부패나 충해 등의 피해는 없다고 한다<사진 5>.

에코-비키는 ‘그린핑거(green finger)’라는 독특한 주거단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린핑거는 주거 구역인 건물들이 모여 있고 손가락 모양처럼 주거 구역 사이로 녹지가 관통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에코-비키 주거단지 사이의 녹지 공간을 일컫는다.

이 녹지 공간은 주민들의 쉼터,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또한 그린핑거는 빗물을 저장하여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펌프를 갖추고 있고, 배수시설은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인공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그린핑거는 비키의 자연보전지구와 함께 에코-비키 녹지 공간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에코-비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연보전지구이다. 숲과 실개천이 어우러진 자연보전지구는 비키의 총 면적 1132㏊ 중 70%를 차지하며 다양한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고 레크레이션을 위한 구역과 생태탐방로가 있다.

자연보전지구는 에코-비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으로 환경을 위해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파괴하기 전에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첨단기술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따른 적절한 자연환경 보전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연보전지구에서 미래의 주거단지는 첨단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그림 6>. 



바이오매스와 피트를 대체에너지로 활용하다

헬싱키에서 약 100㎞ 북쪽의 포르사(Forssa)시. 인구 1만8000명의 소도시 포르사의 난방과 전기는 VAPO사에서 운용 중인 바이오매스 열병합(CHP) 발전소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바이오매스와 피트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함께 바이오매스가 대체에너지원으로써 각광받고 있으며, 방대한 산림을 갖고 있는 핀란드는 바이오매스의 이용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며, 또한 생장하는 동안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은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연료이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 자원이다.

한편 바이오매스 외에도 최근 핀란드에서는 피트가 재생가능한 연료로써 주목 받고 있다. 피트는 습지성 지대에서 유기물질들이 분해되고 부패하여 퇴적된 유기질토이다.

포르사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소에 들어서면, 우선 발전소 주위로 연료를 위한 목재와 피트가 수북이 쌓여 있는 집하장이 눈에 들어온다<그림 7>.

발전소는 철재 골조로 되어 있다. 철재 골조는 21세기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의 발전소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지만, 이러한 발전소 외부와는 달리 발전소 내부 사무실은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였고, 복잡한 발전설비는 전자동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고 있었다<그림 8>.


연료유로 발전을 하던 포르사 발전소는 1995년 연료유의 이용을 줄이고 나무와 같은 지역연료의 사용과 지역난방을 목적으로 개조에 들어가 1996년부터 핀란드 최초로 톱밥, 우드칩, 목재잔재와 같은 목질 바이오매스와 피트만을 이용하여 발전을 시작하였다.

특히 피트는 발틱해 연안에서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바이오 연료와 함께 이용되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 또한 높아 광범위 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피트는 바이오연료와 같이 혼합할 경우 미세 먼지 농도가 줄어들고 보일러의 부식도 줄여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그림 9>.



핀란드는 국토의 30%가 피트이며 이는 3050만㏊에 해당한다. 피트는 300년에 걸쳐 형성되며, 현재 핀란드에는 600∼7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피트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피트를 재생가능한, 엄밀히 얘기하면 ‘느리게 재생가능한(slowly renewable)’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 유럽통계(EUROSTAT)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통계에서는 피트를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피트지대에는 방대한 양의 탄소가 포함되어 있고, 피트가 재생가능한 연료로 인정될 경우 석탄도 ‘느리게 재생가능한’ 자원이라는 논리가 적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피트는 재생가능한 연료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풍부한 양의 피트를 보유하고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을 비롯한 몇몇 북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에 피트를 재생가능한 연료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피트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피트를 사용하더라도 피트가 생성되기까지의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 시대 핀란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산림과 피트에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가능성을 찾고 있다. 국토의 65%가 산림인 우리나라도 현재 바이오매스의 이용을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도 지혜를 모아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의 에너지원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글 사진 기후변화센터 국제협력팀 김택주>

<출처=정부 정책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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