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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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 전승호
  • 승인 2014.01.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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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호 / 아라동주민센터 실무수습원

전승호 / 아라동주민센터 실무수습원
아라동주민센터에 배치 받은 첫날 가장 놀랐던 순간은 전기톱을 들고 있는 선배 주무관님을 봤을 때였다. 용도가 궁금해서 선배님께 어디다 쓰실 거냐고 물어봤다. 선배님은 도로 주변에 나무들이 반사경을 가려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나무를 자르러 간다고 하셨다.

선배님과 같이 나가서 낮은 곳은 전기톱으로, 높은 곳은 나무 위에 직접 올라가 톱으로 나무를 잘랐다. 근무 첫 날부터 공무원은 별걸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달간 교육을 마치고 돌아 온 며칠 후 김장 김치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오전에는 부녀회·복지협의체 분들과 김장김치를 만들고 오후에는 직접 김치배달을 하게 되었다.

10kg 김치를 들고 열 번 넘게 5층 건물을 오르라내리락 했다. “힘드네요”라고 옆에 주무관님께 말씀드렸더니, 니가 아직 40kg 쌀을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봐서 그런 소리 한다고 농담을 하셨다. 그리고 힘들수록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선배 주무관님에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건 힘들긴 했지만 고맙다고 인사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밖에 일하러 나가면 눈이 와서 그런 것 같다. 오등동에 위치한 오병이어 옆 도로변에 대나무 자르러 간 날 도 그랬다. 오병이어 측에 대나무를 잘라내도 되는 지 허가를 받으러 갔는데 주인 분이 흔쾌히 응해주시며 자기들도 차가 급정거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서 걱정이 많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에 국유지에 누가 나무도 심고 가짜 묘지를 만들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으니 저 국유지를 활용해 도로를 넓히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그리고 눈이 오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대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도와주셨다. 그날은 주민들과 호흡하며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주민센터업무만에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 이후 3주 간 수습을 하면서 자생단체 지원 업무 보조, 인감 정리 보조, 문서 배부 업무, 클린하우스 주변 정리, 공영주차장 청소, 불법광고물 정비 보조, 재해방지업무 보조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동사무소 업무는 현장에 나가는 일이 많아 운전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아직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직원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주말에 운전학원을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공직수행을 위해 필요한 능력계발에 힘쓰고 주민들이 보여주는 밝은 미소를 보며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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