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가 가장 활발한 나라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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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가 가장 활발한 나라 ‘영국’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09.05.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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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외국은 어떻게] 영국 ..⑧


지난해 11월 영국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냈다.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법’을 발효한 것이다.

기후변화법은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전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국내법이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26%, 2050년까지는 1990년의 80% 감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작년 10월 사업기업규제개혁부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식품농업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통합하는 에너지·기후변화부(Department for Energy and Climate Change)를 신설했다.

영국은 기후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영국은 이미 1990년과 2006년 사이에 교토의정서 제1차 공약기간(2008-2012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12.5%를 상회하는 15%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었다.

목표 이상의 감축 실적을 자랑하는 영국에 대해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업이 발전해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비교적 수월했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규모가 6번째로 큰 국가이며 지난 1990년부터 2006년까지 경제 성장률은 48%에 달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선도적인 정책들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탄소감축, 저탄소 기술개발 촉진 위한 독립기구 설치

영국 정부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 추진과 함께 탄소 감축과 저탄소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곳이 카본 트러스트이다. 카본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설립한 독립기관이다. 카본 트러스트에는 탄소 감축과 저탄소 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좋은 사업들이 많이 있다.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는 탄소 감축과 저탄소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민간사업 부문의 지원과 함께 2001년 영국 정부가 설립한 ‘독립’ 기관이다. 독립기관이라고 강조되는 이유는 예산 집행에 있어서의 독특함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하고 비록 국가에서 회계 감사를 직접하고 있지만, 정부의 승인 없이 카본 트러스트 이사회에서 독자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본 트러스트에는 150명의 스태프와 350명의 컨설팅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이래로 각종 사업을 통해 10억 파운드의 에너지 절약과 170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등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1>각종 상품에 부착돼 있는 탄소감축라벨. 탄소발자국이라고도 불리는 탄소감축라벨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카본 트러스트의 주요 사업에는 탄소 감축을 위한 민간 및 공공부문에 대한 컨설팅, 저탄소 기술 개발 지원,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 프로젝트 지원, 그리고 탄소 감축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 등이 있다. 카본 트러스트는 카본 트러스트 스탠더드(Carbon Trust Standard)와 카본 라벨 컴퍼니(Carbon Label Company)라는 두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독립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카본 트러스트 스탠더드는 한 회사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고 지속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인정될 경우 이를 인증하는 기관이다. 카본 라벨 컴퍼니는 흔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알려져 있는 탄소감축라벨(carbon reduction labe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 1>.

탄소감축라벨이란 한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해 라벨의 형태로 제품에 부착하는 제도이다. 이 라벨은 소비자들에게 저탄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탄소 기술 개발을 하고 제품 생산에서 폐기까지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영국 최대의 소매업체인 테스코(TESCO)는 영국에서 자회사 제품에 탄소감축라벨을 최초로 부착한 기업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탄소감축라벨 제도와 같은 탄소성적표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23개의 제품이 인증돼 있다.

카본 트러스트는 사업영역을 국제적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카타르에서는 청정 기술(clean technology) 개발을 위한 펀드를 설립했다. 카본 트러스트가 탄소 감축 및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향후 카본 트러스트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의 중심 ‘ECX’

영국은 또한 기후변화라는 기회를 산업적으로도 잘 활용한 나라로 손꼽힌다. 유럽배출권거래제도의 출범과 함께 유럽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는 ECX(European Climate Exchange: 유럽기후거래소)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런던 중심부 비숍게이트 62번가에 위치한 ECX는 유럽 최대의 탄소배출권 거래소라는 명성과는 달리 소박한 외관을 갖고 있다. 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직원 또한 6명뿐이다.

그러나 ECX에서는 2008년에만 무려 84.9%의 EUA(European Union Allowance: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할당된 탄소배출권)가 거래되는 등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이는 20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양이며, 금액으로는 427억 유로(약 72조 원)에 달한다. 참고로 현재 유럽에는 유럽기후거래소 외에도 노르드풀(Nordpool), 블루넥스트(Bluenext), 유럽에너지거래소(EEX, European Energy Exchange) 등의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있다. 2008년 EUA 거래 총량 중 7.1%는 블루넥스트, 5.8%는 EEX, 2.1%는 노르드풀에서 거래됐다.

ECX는 2005년 EU-ETS(EU Emissions Trading Scheme: 유럽 배출권거래제도)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EU-ETS는 각 기업에게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설정해 배출 총량 한도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적게 하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분과 배출 총량 한도를 초과하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분을 거래할 수 있는 ‘총량 제한 배출권 거래제(Cap & Trad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U-ETS에서 거래되는 것이 바로 EUA이다. ECX는 EUA와 CER(CDM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 두 가지의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사진 2>. EUA의 경우 EU-ETS에서만 거래할 수 있지만, CER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석유, 강수량, 기온 등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사진2> ECX 내부 벽면의 모니터는 탄소배출권 거래 정보를 시시각각으로 제공한다.

ECX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탄소 시장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참여할 경우 탄소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탄소 가격 및 탄소배출권 컨설팅 업체인 포인트카본(PointCarbon)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탄소 시장이 참여한다는 가정 하에 202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시장이 2조 유로(약 3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세계 탄소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ECX는 미국이 탄소 시장에 참여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메리카의 유일한 거래소인 CCX(Chicago Climate Exchange: 시카고기후거래소)의 지주회사가 ECX의 지주회사인 기후거래 공공유한회사이기 때문이다.

CCX에서는 아직까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인 VER(Voluntary Emission Reduction: 자발적 탄소배출권)만을 거래하고 있지만, 미국이 탄소 시장에 참여할 경우 CCX가 미국의 탄소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위한 준비가 한참 진행 중이다. 특히 한국탄소금융주식회사(KCF: Korean Carbon Finance)가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민관기업 합작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로 거래소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거대한 탄소배출권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수 있을지 국가적인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출처=기후변화센터 국제협력팀 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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