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면 건강한 먹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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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면 건강한 먹거리가 있다
  • 이상인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 승인 2014.09.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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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이상인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이상인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요즘 들어 뱃살도 찌는 것 같고, 고지혈증에 소화불량, 편두통까지 있는 것 같아 유기농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 가족들과 유기농식당을 찾았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하니 각종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 밥과 반찬을 가져온다. 현미밥에 배추된장국, 양배추쌈, 상추, 깻잎 등 각종채소가 푸짐하다.

식당주인은 거의 모든 재료를 유기농과 친환경인증(HACCP)을 받은 제품만 쓴다고 자랑을 한다. 다소 모양이 안 좋은 채소는 유기농으로 농약을 쓰지 않으니 벌레 먹어서 그렇다고 너스레를 떤다.

 

유기농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유기농이란 무엇일까? 언제부턴가 우리주변에서 유기농, 유기농법, 유기농업이란 말이 농업의 주류가 되었는데 유기농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럼 유기농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부지런히 검색을 하니 유기농에 대한 자료가 무수히 쏟아진다. 그런데 유기농법의 반대말은 화학농법 쯤 된다는데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별로 인기가 없나보다.

과거에는 화학농법 식자재를 먹고 배고픔은 면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농약에 중독되어 병원신세를 지거나, 알게 모르게 죽은 사람도 많았다. 농촌에 가면 레이첼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풀벌레 하나 울지 않을 것 같이 농약 냄새가 진동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경제가 발전하고 질적 수준이 높아짐에 맛좋고 질 좋은 먹거리를 찾게 되면서 비싼 값을 주더라도 유기농을 찾고, 모양이 조금 빠져도 건강에 좋다는 유기농 식자재를 찾으러 다닌다.

 

유기농은 정말 건강한 것일까?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쓰고, 화학농약 대신 친환경 농약을 쓰거나 전혀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하던데 유기농은 정말 건강한 것일까?

식탁에 놓인 양배추를 보았다. 둥근 모양의 연녹색 속살, 부드럽고 달달한 맛. 지금의 양배추는 아주 오래전에 먹기 좋고, 상품성이 높은 품종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래 양배추는 둥글지 않다. 1∼2m의 긴 줄기에 녹색 잎이 어긋난 형태이며, 지금 우리가 먹는 것보다 다소 억센 느낌이 있다. 아마 케일이 양배추의 원종에 가깝다고 하니 케일의 잎을 생각하면 되겠다.
배추도 중국 산동성에 자생하던 식물을 지금의 다양한 모양으로 품종 개발한 것이며, 대부분의 채소가 우리 먹거리를 위해 개량된 것이다. 그럼 식물이 원래의 모습과 성분을 잃어버리고 재배된다면 정말 건강한 것일까?

얼마 전 세계적인 곡물 부족으로 인해 수입한 옥수수가 GMO(유전자 조작) 품종이라고 하여 심각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옥수수로 만든 마가린, 기름까지 불매 운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먹이면 안 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식물학을 전공한 사람입장에서 충분히 건강을 고려하여 품종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건강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럼 진짜 건강한 식재료는 무엇일까?

화학농에서 유기농, 유기농에서 자연농으로 발전하는 것이 한 단계씩 진보하는 것이라면 이제 우리는 유기농을 넘어서 진짜 자연과 어우러진 산림농법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산림에는 약 7천여 종의 자생식물이 있으며, 이중 재배하는 식물은 5백여 종이 되지 않으니 앞으로 6천여 종 이상이 먹거리가 다양한 재료로 사용 될 수 있다.

산과 들에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자라는 곰취, 나물취, 음나무순, 다래순, 고사리, 산마늘, 산더덕, 칡 등 식재료를 사용하여 진짜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먹거리로 재배한 ‘산림농법, 산림농’의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

 

국토녹화의 저력으로 건강한 먹거리 제공에 힘쓰자

국내 식재료 시장이 연간 약 200조원 규모인데 임산물 생산액은 전체 7조원정도이며, 목재를 제외하면 버섯을 포함한 식·약용식물 생산이 약 2조원쯤 된다고 한다.

산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을 좀 더 열심히 연구하고, 산업화하여 건강하고 맛있는 식재료로, 병을 치료하는 제약과 화장품 등 바이오산업의 원료로 사용하면 많은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을 담당하는 산림청에서도 국토녹화에 성공했던 저력을 모아 산지자원화에 좀 더 힘쓰고, 건강한 식재료와 바이오산업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생물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생물자원을 이용한 창조임업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민건강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우리 식탁에 산림농으로 생산한 건강한 먹거리, 산채를 다양하게 올려놓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있게 먹게 되기를 앞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나의 뱃살, 고지혈증, 편두통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으로 오래오래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정책기고/이상인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본 원고는 정책기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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