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마셔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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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을 마셔도 되는가?
  • 한무영
  • 승인 2009.05.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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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은? ...②

지난 8월초 동경의 국제빗물포럼행사에서는 일본의 전통 복장을 입은 부인들이 빗물을 이용하여 차를 끓여 마시는 다도를 방문객에게 시연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손이나 발로 펌프나 패달을 돌리는 휴대용 정수기를 이용하여 비상시에 전기가 없더라도 빗물을 걸러서 마실 수 있는 장치도 선을 보였다.

아니! 빗물을 마시다니?

수돗물이 잘 보급된 지금 빗물을 마신다는 것이 낯설거나 신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 인류는 탄생때부터 최근까지 빗물을 마시면서 지속적으로 살아왔다.

빗물의 수질특성을 자연에서 물의 순환과정에서 찾아보자. 가장 먼저 비가 내린 후 그 속에 이물질이 용해되어 강물, 호수물, 지하수가 되며 그 물을 처리하여 수돗물이 된다. 따라서 순환과정의 하류로 내려 갈수록 이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음용수 수질기준을 맞추기 위하여 제거해야할 물질은 빗물로부터 하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대기오염기준과 수질오염기준의 차이

그래도 사람들은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다. 평소에 많이 들어본 산성비, 황사, 대기오염물질 들과 같은 비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물질이 대기 오염의 차원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수질오염의 관점에서도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비교적 약한 코로 곧바로 들어오지만, 마시는 물은 처리하여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하는 수치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쉬운 예를 들면 방 안에 코에서 재채기가 날 정도의 고춧가루가 있다고 할때 같은 양의 고춧가루를 같은 부피의 물에 타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고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대기 및 수질오염 기준을 나타내는 단위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대기기준의 단위는 마이크로그램/m3 이고 수질기준의 단위는 mg/L 이다 (1000마이크로그램 = 1 mg이고, 1 m3 = 1000 L). 따라서 같은 물질이라도 대기오염이 기준치의 백만배를 넘을 때 비로서 수질기준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1원짜리 물건에 붙어있는 라벨의 단위를 잘못보고 백만원 짜리인줄 알고 깜짝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빗물속의 이물질은 다 어디로 갔나?

산성비가 문제시되는 것은 직접 비에 접촉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의 부식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맥주(pH 4.0)나 오렌지 쥬스(pH 2.5)는 아주 강한 산성비보다도 더 산성이다.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푸와 린즈도 산성이며 이 때문에 대머리가 된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한 산성비는 그리 큰 문제가 안된다. 또한 산성비는 대기중의 먼지나 황사같은 물질에 의해 쉽게 중화된다. 지붕면을 거쳐 모아두는 것만으로 별도의 처리없이 산성비의 문제는 해결된다 (내린비는 산성, 받은 비는 알칼리성, 모은 비는 중성). 이것은 간단한 pH 측정장치를 이용하면 초등학생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황사는 입자상 물질이라서 자연적인 침전에 의하여 쉽게 분리된다. 황사 먼지가 자동차 표면에 남는 것만 보아도 황사는 물에서 쉽게 분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황사경보 때의 입자의 농도의 단위는 마이크로그램/m3 로서 수질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강물을 처리해서 공급하는 수도기술자들은 홍수 때 그 수치의 백만배, 천만배가 되는 흙탕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인 황화물과 질산화물의 기준도 마찬가지로 수질기준의 수치보다 훨씬 작다. 수질기준에서는 이러한 물질을 개별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러한 음이온과 양이온을 합친 값인 총용존물질을 이용하는데 이 수치기준도 500 mg/L로서 대기 오염기준의 백만배 또는 천만배가 높은 수치를 이용하고 있다. 각각의 무기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및 권장량은 (최소치와 최대치) 세계보건기구 (WHO)등에서 이미 전문가들이 검토하여 음용수 수질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줄이고 대기오염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건축물의 부식이나 호흡기 질환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지 오염된 빗물 때문에 물을 마실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빗물을 마셔도 되는가?

빗물을 마셔도 되는가를 물어보는 것은 우문이다. 왜냐하면 빗물 그 자체는 깨끗하더라도 집수나 취급시 이물질이 들어 갈수 있기 때문이며 이점은 강물도 지하수도 마찬가지이다. 빗물이나 강물등 어떤 물이든지 음용수 수질기준에 맞게 처리하면 마실 수 있다. 그런데 보다 현명한 질문은 여러 가지 수원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처리하고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과 안전성 면에서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정답은 우리의 귀여운 자녀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며 답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빗물과 강물의 처리비용을 보면 어느 것이 경제적인지는 자명하다. 처리비용은 물속에서 제거해야 할 물질의 양에 비례한다. 강물에는 처리해야 할 이물질이 많으며, 환경호르몬과 같이 아직 미확인된 것도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은 처리를 하여 음용수 수질기준에 맞는다 하여도 나중에 또 다른 물질이 나타나면, 더욱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처리를 해야 한다.

반면에 빗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성비와 입자상 물질, 그리고 미생물뿐이다. 산성은 쉽게 중화 되고, 입자상 물질은 매우 적어 화학약품을 안들이고도 분리할 수 있고, 미생물은 간단한 소독을 하면 음용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속에 이들 외에 심각한 오염물질이 있다고 보고된 적은 별로 없다. 이것은 자연계의 물 순환에서 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반되어 왔는지를 알면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

수송비를 비교하면 빗물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빗물은 떨어진 그 자리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수송비가 들지 않는다. 반면에 댐이나 하천에서 물을 공급하면 운반비가 많이 든다. 이것은 정전이나 수질오염사고 등 비상시를 대비한 사회의 안전성의 확보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만약 어느 지역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수병을 공급하기 보다는 그 자리에 있는 빗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서 먹을 수 있는 장비를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빗물이용의 사례

제주도나 섬지방에서는 평생 빗물을 마신 어른이 오래 살고 계신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빗물을 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호주에서는 집집마다 빗물탱크를 두어 빗물을 마시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작년에 쯔나미 피해로 지하수가 오염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빗물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하수가 비소로 오염된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도 빗물이 가장 중요한 수원이 된다. 칵테일을 만들 때 빗물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빗물을 안심하고 이용하여도 된다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상 증명이 된 것이다.

전 사회가 빗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현대에 들어와 물을 마음대로 수송할 수 있는 동력을 발견한 후로 인류는 빗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무시해 온 경향이다. 이제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빗물에 대한 중요성과 활용방안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빗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우리나라에 현재 보급된 상수공급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여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상수도정책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물 부족에 대비하고, 비상시에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빗물은 처리와 운반에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앞으로 국제유가의 상승에 대비하여 가장 먼저 도입하여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상식적인 내용을 초등학교부터 일반인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홍보를 통하여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알릴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능시험에 이 내용을 출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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