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내가 끝까지 두고 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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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내가 끝까지 두고 볼거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4.11.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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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국내 문화계의 대가 50명의 예술가, 왜 나섰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이름이 높은 분이다.


그가 2년전인 2012년 제주에 대한 그의 일곱 번째 문화유산 답사기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발표했다.
제주도 곳곳을 답사한 소감과 그에 대한 문제점을 소상히 보고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제주도민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제주도의 모든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해 조목조목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를 설명하고 예찬하며 한편으로는 문제점을 지적해 놓고 있다.

그가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 추진한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대한 얘기를 읽다 보면 그렇게 극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제주도가 천혜의 환경을 가진 행운의 땅임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유홍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1호는 설악산이 될 뻔 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지역 땅값 하락을 걱정한 의회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더욱이 실사단이 한국에 도착할 때 공항까지 나가 반대함으로써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곳은 절대로 지정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원히 세계자연유산이 될 기회를 박탈당해 버렸다고 아쉬워한다.


그런데 제주도는 도민 55만여명 등 국민 150만명이 등재요청 서명을 한 내용을 보냈고 유네스코가 이에 크게 감명받은 내용도 전해주고 있다. 그런 일도 처음이란다.

유홍준은 첫번째 행운으로 (2011년 기준)당시 전세계적으로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지역이 183곳이었는데 그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화산지형이라 세계유산위원회는 “얼마나 많은 화산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포함시킬 것이냐”며 화산지형에 대한 회의론이 있을 때 심사위원인 뉴질랜드 지질학자인 폴 당월과 영국 지질학자 크리스우드의 실사를 받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들은 제주에 대한 실사를 하면서 제주의 자연과 지질에 매료되어 제주도 팬이 됐다는 것도 소개했다.


그는 "등재에 있어 문제는 한번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동굴을 유네스코가 원했었는데 마침 전봇대 작업을 하다 발견된 처녀지인 용천동굴이 발견되면서 유네스코에서 전원 찬성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역사를 제주도의 두번째 행운"으로 감명깊게 전하고 있다.


유홍준은 2007년 6월27일 뉴질랜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유산위원회 31차 회의에 참석, “나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제주도지사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다섯가지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여 훗날 제주도 전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고 쓰고 있다.


그는 구좌읍을 돌아 조천읍 그리고 삼성혈을 답사하며 느낀 소감도 세세하게 전하고 있는데 그의 요구중의 하나는 전문가 입장에서 제안하는 글이라 소개될 만 하다.


삼성혈과 화북에 있는 삼사석지 그리고 삼양동 선사유적지를 잇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그곳에는 제주도 유일의 고려시대 5층석탑과 검은모래사장이 있어 관광자원화해야 하며 특히 선사유적지를 그냥 내버려 두지말고 삼성신화를 연결시키면 선사시대와 연결되어 의미가 더 커지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유홍준은 “전설이 유물을 만나면 현실적 실체감을 얻게 되고, 유물은 전설을 만나면서 스토리텔링을 갖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의 또하나의 바램은 관덕정광장의 부활이다.


“광장이 없는 도시가 어디 있느냐”며 “사람냄새가 전혀 없는 제주목 관아지에 사람이 찾게하여 도시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시장 포장마차 야외찻집이라도 만들어 술집이나 노래방으로만 가는 관광객이 관덕정 광장으로 모이도록 하라”는 제안이다.


유홍준은 특히 김만덕을 초라하게 만든 묘소와 높이 솟은 뽈대 기념탑에 대해 슬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만덕 묘소는 엄청난 뽈대 때문에 진정성이 크게 손상됐다며 정작 기려야 할 묘소는 북향을 한 채 길바닥에 나앉은 초라한 모습이 됐다는 문제점을 밝혔다.


거창한 의녀반수 김만덕 보다는 만덕할머니같은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말한 유홍준은 “평민도 노블리스 오불리주,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지적하고 있다.


유홍준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이를 다시 정비해 달라고 제주도에 정중하면서 강력하게 요구했다. 출입구만이라고 새로 내어 묘소를 남향으로 바로 잡아 참배객이 오면 먼저 만덕할머니 묘소에 예를 올리고 저 멀리 있는 ‘뽈대’는 이 묘소의 후광으로 삼으라고..실무자는 예산을 세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며 “내가 끝까지 두고 볼거다”하고 쓰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 KBS제주방송은 '집중진단 제주 문화를 말하다'라는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김원 환경건축가와 조정래 작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함께 한 방송이었다.


이날 김원 건축가는 “제주도가 살기 위해서는 예술의 섬을 만들어야 하며 이제 문화 예술인들이 나서서 도지사가 중앙정부의 압력에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사회자는 “그런 일은 직접 앞장 서서 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고 이에 조정래 작가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엄청난 압력단체가 될 거”라며 기꺼이 제주도를 위한 일에 예술계에서 나설 뜻을 밝혔다.


원 지사도 “그렇게 힘을 모아주시면 훌륭한 서포터가 되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방송에 나간 후 불과 10일도 안된 지난 21일 서울에서 ‘제주도를 사랑하는 예술인 모임(가칭)이 만들어졌다.


이날 이들 예술가들은 제주도의 환경·문화·가치를 키우고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제주도 예술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0여명의 국내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제주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의기투합 한 것이다.


최근 중국자본의 무차별 유입으로 제주도의 정체성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이 때 이들 국내 예술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제주도로서는 엄청난 행운이다.


유홍준은 관덕정 돌하르방의 깊고 높은 예술성을 말하면서 참된 문화창조의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이 민에게 강제하면 생명없는 관제작품이 되지만 민이 요구하는 것을 관이 받아들이면 명작이 나온다”

국내 최고 지성들이 제주를 위해 모였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제주도는 물론 도민의 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칼럼자는 이들 50명의 대가들에게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써 진정성 있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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