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우 창, 제롬 벨 3인전 '이중 생활(Doub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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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우 창, 제롬 벨 3인전 '이중 생활(Double Life)'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4.11.2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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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 현대미술관 12월 13일 – 2015년 3월 13일


 

▲ 양혜규_조우의산맥

 
국제갤러리는 28일 양혜규는 오는 12월 12일 미국 휴스턴 미술관에서 우 창(Wu Tsang), 제롬 벨(Jérôme Bel)이 참여하는 3인전<이중 생활(Double Life)>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큐레이터 딘 다데르코(Dean Daderko)가 기획한 이번 전시<이중 생활>은 관객은 작품을 관람함과 동시에 작업에 포용되는 일부로서 객관적인 주체가 된다.

참여작가 제롬 벨, 우 창, 양혜규는 60년대 이후 일련의 행위지향적 현상인 “수행적 전환 (Performative turn)”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에워싸는 듯한 불빛과 조각 설치, 16mm 영화, 즉흥 안무, 그리고 영상 신작 등이 선보여질 예정인데 각 작품의 연극적인 요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서사적 구조의 연출된 이야기와 실제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에 보여졌던 퍼포먼스가 특정 시간에 펼쳐지는 생동적 몸의 움직임으로 여겨졌다면, 오늘날에는 행위를 보는 사람까지도 포함하는 등 그 개념의 범위가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쿤스트페어라인 함부르크에서 첫 선보인, 양혜규가 초기에 제작한 대표작 <조우(遭遇)의 산맥>(Mountains of Encounter, 2008)은 특정한 정치⋅문학사적 인물에 관한 작가의 고찰에서 비롯된 블라인드 설치 작품이다. <조우(遭遇)의 산맥>에서 인용된 두 역사적 인물은 한국의 지하 독립운동가 김산과 미국의 여류 기자이자 작가인 님웨일즈이다.

양혜규는 두 사람의 우연적이면서도 운명적인, 그리고 이례적인 만남을 자신의 추상적인 언어를 통해 지각적(知覺的)인 풍경으로 그려낸다.

 

 

빛을 투과시키는 반투명성의 블라인드와 그 내 외부에 위치한 조명의 조합은 일제 점령 당시 한반도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이 어떻게 역사와 결부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고국을 떠나 일제에 저항한 공산당원 김산과, 중국 공산주의자에 관한 조사를 위해 상하이에 온 님웨일스의 만남은 역사라는 ‘글쓰기’가 부여하는 정체성의 형성과정이라는 점에서 작업 <조우(遭遇)의 산맥>의 레퍼런스가 된다.

옌안의 도서관에서 대출하던 도서마다 등장하는 김산의 이름에 호기심을 품은 님웨일스는 당시 지하생활로 인해 만나기 어려웠던 그와의 만남을 시도한다.

결국 이들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지속되었던 만남은 그에 대한 전기 집필로 이어진다. 양혜규는 사후에 발간된 김산의 전기<아리랑>(1941)을 통해 한국의 독립투쟁 역사에 기록된 만남과 그의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나아가 작가는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역사적 격동기를 공유하는 인물들을 통해 국가적 영웅의 탄생에 집중된 역사기록에 반하는 새로운 관점의 역사적 글쓰기를 고찰한다.

서로를 조망하는 개체들의 조우(遭遇)는 강렬한 조명기의 움직임, 불빛의 줄기가 블라인드 표면과 맞닿는 지각적인 현상을 나타낸다. 이는 명백한 역사의 기록으로 서사가 상실되지만 대신 강렬한 조우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중심축으로부터 나선형으로 풀려나가는 구조의 선명한 붉은색 블라인드의 각 윗변은 다양한 각도로 구성되어 마치 높이 솟은 연안의 풍경에서나 등장할 만한 능선을 가진 산맥 풍경을 암시한다.

블라인드 구조 깊숙이 설치된 두 대의 조명기가 바닥을 향해 폭포와도 같이 빛을 쏟아내다가 서서히 점멸하기를 반복하는 한편, 블라인드 외부에는 4대의 무빙라이트가 설치되어 탐조등처럼 블라인드 표면을 서서히 어루만지며 선명한 원형의 빛으로 적색 면들을 잘라내는 동시에 벽면에 백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추상은 배운 것을 버리는 과정 양혜규에게 그들의 우연한, 그러나 운명적인 조우는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일부로써 이름이나 얼굴 없이 잊혀진 인물들 사이에 이루어졌을 수많은 만남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정작 작업이 설치된 공간에서는 이 매개 인물에 대한 어떤 지식이나 정보도 전달되지 않는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연구와 자료 조사는 작업이 공간 안에서 구체화되는 것과 동시에 ‘배운 것을 버리기(Unlearn)’의 과정을 지나가게 된다.

즉 구체적인 서사는 잊혀지고 그 뒤에 자리 잡은 보편적 정의나 믿음 등의 질적인 가치들이 서사의 자리를 대체한다. 양혜규는, 추상은 구상(具象)의 반대가 아니라 이러한 ‘배운 것을 버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굳이 인물로 요약되는 참조적인 지식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이유는 질적인 우회(Detour)를 통한 수련이라 해석한다.
 

제롬 벨(Jérôme Bel) : 파리 태생의 프랑스인 무용가로, ‘포스트-드라마틱 씨어터(Postdramatisches Theater)계열의 새로운 창작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2001년 파리에서 초연한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바 있으며 2012년 카셀도큐멘타에서 <모두를 위한 춤(Disabled Theater)>을 선보였다. 국내에도 2005년 첫 내한공연을 통해 방문하였고, 이후 다원문화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봄2012에도 참여한 바 있다.
 

우 창(Wu Tsang) : 1982년 매사추세츠 우스터에서 출생한 작가 우 창은 현재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이다. 중국계 미국인 2세이자 트랜스젠더인 우 창은 여러 정체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면서 단순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이상으로 주제가 되는 문제들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뉴 뮤지엄 2012년 트리엔날레 «다스릴 수 없는 자들 The Ungovernables»에 참여한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해 영화 <삶을 인지하는 법>(2012)을 선보 인 바 있다.
 

미국 휴스턴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Art, Houston)

빌 아닝(Bill Arning)이 디렉터로 있는 휴스턴 현대미술관은 텍사스주에 세워진 최초의 미술관으로 1990년에 개관하여 현재 미국 10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6만 4천여점에 달하는 고대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소장품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120만 명이 관람하는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이다.

 

 

 

 

 

PREVIEW_ 양혜규_2015년 주요 전시 일정 안내

 

 

양혜규 국내 개인전 _ 2015년 2월 11일 – 5월 10일 / 삼성 리움 미술관, 서울, 한국

 

양혜규는 2010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었던 개인전 «셋을 위한 목소리» 이후, 국내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가진다. 그간 블라인드, 방울 등을 주 재료로 사용해온 양혜규는 리움미술관 개인전에서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업과 더불어 이제까지 미발표된, 짚풀을 소재로 도입한 최신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성채(Cittadella), 2011, «복수 도착» 전시 전경,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브레겐츠, 오스트리아, 2011 <우측 이미지>

 

양혜규 샤르자 비엔날레12 참여 - “과거, 현재, 그리고 가능성(The past, the present, the possible)” 2015년 3월 5일 – 6월 5일 / 샤르자 전역, 샤르자, 아랍에미리트

 


1993년 개최 이후 올해 12회를 맞는 샤르자 비엔날레12는 아랍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보적인 비엔날레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책임지며 양혜규 작가를 선정했던 주은지 큐레이터가 12회를 맞는 샤르제 비엔날레 전시총감독을 맡았다. 작가 양혜규는 환풍기 같은 산업적인 역사를 회고하는 재료를 이용하며 새로운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혜규, 베이징 소재 울렌스 현대예술센터(UCCA), 중국 첫 개인전 - “고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최대 전시, 중국어 첫 도록 출간 예정” 2015년 10월 31일 – 2016년 1월 3일 / 울렌스 현대예술센터(UCCA), 베이징, 중국

 


양혜규는 내년 10월 울렌스 현대예술센터(UCCA,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 첫 중국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울렌스 현대예술센터는 중국 현대미술의 최대 컬렉터 중 하나로 꼽히는 울렌스 부부가 설립한 현대미술의 주요 플랫폼으로 베이징 798 예술단지 내에 소재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또 다른 중심지로 떠오른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주요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지면서, 양혜규 작가의 한국으로 국한된 활동범위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중국미술계에 소개할 수 있는 자료가 될 도록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양혜규 작가는 이미 지난 10월 26일에는 울렌스 현대예술센터 초청으로 강연 ‘Uneven Arrivals’를 진행한 바 있으며 다가올 내년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블라인드 설치작 외 다수의 신작을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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