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성 포장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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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투성 포장을 다시보자
  • 한무영
  • 승인 2009.06.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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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과 침투를 동시에 하는 방법으로...⑥


어느 TV의 광고를 보면 기저귀에 물을 한 컵 부어도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자기 제품의 흡수 성능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좀 더 많은 양의 물을 붓거나, 한번 젖은 기저귀에 물을 붓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기저귀가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물은 그대로 흘러나간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기 때문이다.

침투포장의 침투효과

요즈음 친환경 조성이나 물 순환의 건전화를 위하여 침투성 포장의 설치를 권장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확산에 앞서 그 침투효과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추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침투 포장이 만능은 아니다. 먼저 강우의 양이다. 비가 조금 내리면 모두 다 침투가 되지만, 갑자기 많이 오는 비는 모두 다 침투시키기 어렵다. 침투를 시키려고 도로를 모두 물에 잠겨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로의 구조이다. 도로는 포장면 밑에 여러 층의 단단한 층이 있다. 침투속도는 포장 밑 여러 층 중에 가장 침투속도가 낮은 층의 속도와 관계가 있다. 따라서 표면에 물이 잘 빠지는 시설을 했다고 해서 도로전체가 물이 잘 침투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침투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기상청의 자료를 가지고 따져보자. 서울지방 2004년도의 실제 강우량은 1,499mm이다. 만약 내린 비를 모두 침투 시킬수 있는 비의 양을 10 mm라고 가정하면 실제로 침투가 되는 양과 그 날짜는 매우 적다.

전체 비가 온날 100일중 10mm 이상 온 날수는 44일이고, 10 mm 이하 내린 날은 66일이다. 따라서 빗물침투시설이 제 성능으로 발휘하는 날은 일년 중 66일밖에 안된다. 그리고 1499 mm 중 침투되는 양은 440 mm 이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에 한꺼번에 비가 많이 올 때에는 침투되는 양이 기대했던 것만큼 많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의 침투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mm 단위로 나온 침투량에 구 지역의 면적을 곱하면 된다.

이 수치는 개략적인 가정치이므로 전문가의 검증과 새로운 계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올 때는 침투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쉽게 비유하자면 배가 부를 때 맛있는 음식을 잔뜩 갖다 주어도 하나도 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시 전역에 걸쳐 오는 비에 대하여 일부 지역에만 투수성 포장을 깔았을 때 침투되는 양을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그 양은 매우 미미하다. 건천화 방지를 위한 효과가 있도록 많이 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강우특성

우리나라는 매년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침투는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서 천천히 빗물을 지하에 침투시켜 지하수위를 보충하고 그 물이 천천히 하천에 공급됨에 따라 하천의 건천화를 막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침투시설의 홍수 제어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침투시설은 마치 한번 젖은 기저귀와 같아서 침투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침투시설을 하느라 많은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수도나 하천에서의 홍수대비를 위한 비용은 또 투입하여야 한다. 이것을 축구와 비유하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따로따로 둔 전형적인 3류 축구의 전략이다.

여러 개의 작은 시설을 전체 유역에 설치하는 분산화의 필요성

비스켓에는 구울 때 발생하는 가스가 빠져 나가도록 작은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구멍이 없거나 큰 구멍 한 개만을 만들었다면 보기가 안 좋을 것이다. 침투도 이와 마찬가지 원리이다. 다만 가스가 빠져나가는 대신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다르다.

<침투시설도 비스켓의 공기구멍을 만들듯이>

비스켓의 예를 참조하면 빗물의 침투시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인다. 즉, 전체 유역에 골고루 침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비스켓의 일부의 표면에만 가스가 빠지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침투성 포장), 분산화된 여러 개의 지역을 중심으로 모아서 침투시키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장 및 침투).

지역전체를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는 것은 비용과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고 효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의 불투성 포장을 바꾸지 않고 침투를 시킬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일단 저장된 물은 우리가 비상시 화재방지용, 친수환경 조성용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침투에도 멀티플레이어 전략을

지금의 침투시설은 단지 가뭄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와 별도로 홍수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을 둔다면 사회적인 낭비의 요소가 있다. 기왕이면 한번의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은 저장과 침투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멀티플레이어 전략을 써서 성공한 것처럼.

강우량이 연중 거의 일정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강우특성상 침투와 저장을 동시에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의해 그 나라들도 가뭄과 홍수가 점점 많이 나는 추세이므로 우리와 같은 시설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정답은 우리 선조들의 방법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선조들이 했던 방법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전 국토에 걸쳐 논에 물을 가두고 천천히 침투하도록 하는 것이라든지, 군데군데 방죽을 만들어 물을 침투시키는 것이 바로 모두 우리나라의 강우특성을 감안한 저장과 침투를 동시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옛날에는 땅을 조그만 파도 물이 나왔고 개울마다 물이 많이 흘렀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다시 논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러한 개념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최근 개발된 자재나 시공 및 관리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세계 최고의 빗물관리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하여 고통을 받을 모든 나라에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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