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 비는 산성, 모은 비는 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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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비는 산성, 모은 비는 중성
  • 한무영
  • 승인 2009.06.1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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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박사의 빗물이야기...⑨



우리 나라에는 일년에 평균 1,290억 톤의 빗물이 떨어진다. 이 물은 현명한 자에게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 되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재앙이 된다. 우리에게 이 비는 선물인가 재앙인가?

많은 국민들의 생각에는 빗물은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맞아서도 안 되고, 내리자 마자 눈앞에서 없애 버려야 하는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이 생각 하나 때문에 도시의 물 순환이 왜곡될 수 있고, 에너지와 물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는 에너지와 물 부족, 그리고 국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심지어는 우리 자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기도 한다.

우리는 산성비의 문제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것 같다. 깨끗한 빗물의 ph는 5.6이며 산성이 아닌 비는 드물다. 비는 전 지구상에서 유사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는데 왜 유독 지금의 우리 나라 사람들만 문제시 하고 있는가? 과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올바른지, 또한 어떤 나쁜 사례가 있었는지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내리는 비는 산성이다. 대기오염 물질이 있으면 산성도(ph)가 더욱 강해져서 3-4까지도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산성도는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일상에서 접하는 액체들의 산성도는 빗물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높다. 콜라는 2.5, 오렌지 쥬스는 3.0, 그리고 매일 머리 감는 샴푸와 린스 3.5이며 특히 어린이들의 즐겨먹는 요구르트는 3.4이다. 산성비 때문에 건강을 헤치고, 머리가 빠진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산성도가 높다고 하여 무조건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지붕에서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서 ph를 측정하여 보았다. 콘크리트 지붕면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에 ph가 오히려 7-8.5 정도의 알칼리성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이 수치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저장조에 모은 빗물의 ph를 2-3일 후에 재어보니 ph가 7.0-7.5 사이가 되어 모아 놓은 물은 중화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빗물은 내린 비를 금방 쓰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모아둔 다음에 중하된 물을 쓰기 때문에 산성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세식 변소나 청소용수에 쓰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없다.

빗물의 산성도에 대한 그릇된 오해는 내린 빗물과 모은 빗물의 ph를 재어봄으로서 쉽게 풀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간단한 과학적 방법을 근거로 하여 사람들이 생각만 바꾼다면 내려진 모든 빗물을 잘 모아서 이용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도시의 물 순환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제는 산성비라는 현상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공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원인을 찾아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면 된다. 하늘이 주신 고마운 선물을 푸대접하여 손해 보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계속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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