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금 백냥은 어디에 들어 있을까
학습관 안에 있는 백량금(Ardisia crenata Sims)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열매가 하나 둘 떨어지더니, 며칠 전부터
가지 끝에 작은 꽃봉오리들을 조롱조롱 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네요.
길다란 분홍빛 꽃자루에다 뒤로 말린 하얀 꽃잎과 노란 꽃술
흰 암술대가 밖으로 삐죽 나와 있고 노란 수술들은 침 발라 다듬어 놓은
세필처럼, 꼭 다문 입처럼 끝을 하나로 모으고 있군요.
참 앙증맞고 경쾌한 모습이네요.
한 마디로 놀랍습니다!
가장자리에 물결무늬가 있고 만지면
오돌도돌한 느낌이 특이한 길쭉한 잎은
늘 푸르고 시원스럽지요.
관목원 숲 그늘에 서 있는 백량금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분에 넣어 기른 것처럼 풍성하게 자라진 않았지만
비바람 맞고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낸 수형이 멋들어져 보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식나무 그늘에서 노루 두 마리가 쉬고 있네요.
노루도 며칠 째 계속되는 폭염을 견디기 힘든가 봅니다.
한라산 고원지대로 올라갔으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제주희귀특산식물원에 살고 있는 백량금은 아직도 빨간 열매를 단 채 꽃을 피우고 있네요.
붉은 열매와 짙푸른 잎, 사이사이에 핀 작고 하얀 꽃
언제 보아도 참 보기 좋습니다.
학습관 백량금 분 아래에 노랗게 물든 잎과 작은 꽃들이 하나 둘 떨어집니다.
떨어진 꽃들을 모아보니 세필처럼 꼭 붙어있던 수술 끝이 모두 벌어져 있군요.
작고 앙증맞은 꽃이라 그런지 병아리가 삐약거리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네요.
조글조글해진 열매 겉을 갈라 보았습니다.
고추처럼 노란 금 백냥이 들었을까요?
오호- 열매 속에는 동글하고 단단한 씨 한 알이 들어 있네요.
백량의 금은 아무래도 빨간 열매와 사철 푸른 잎,
보기 좋은 수형에 들어있나 봅니다.^^
온몸이 빨간 고추잠자리가 백량금 끝에서 쉬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조금 느슨하게 지내는 것도
여름을 잘 나기 위한 지혜겠지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