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봉의 마지막 개똥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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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봉의 마지막 개똥벌레(?)..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09.2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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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환경 만들어야

 

 

별도봉에서 보는 마지막 개똥벌레일까..?

3년전만 해도 입구에서부터 별도봉 정상까지 꾸준히 보이던 개똥벌레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때만 해도 산책을 하다 보면 하루에 10-15마리 정도가 관찰됐다.

그러 던 것이 2년전에서 5마리 정도가 보이더니 작년에는 3마리 정도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 수개월간 밤마다 별도봉을 찾고 있지만 지난 주에 딱 한번 한 마리의 개똥벌레만을 목격했다.

이를 숫자로 단순 계산해 보면 보이는 개체수의 10배가 살고 있다고 봤을 때 3년전에는 2-3백마리는 족히 서식했을 거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2-30마리 내외가 별도봉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방증이 된다.

올해는 특히 제주시내 도심에서 매미소리가 사라지고 잠자리까지 없어진 마당에 별도봉 개똥벌레의 실종은 충격이다.

개똥벌레가 사라지건 매미소리가 사라지건 환경에 관심조차 없는 우리네 삶의 팍팍함속에서 곤충 하나 사라지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할 것인가..


하지만 계절을 느끼게 하고 한 지역의 환경수준을 그들의 존재로 알려져 왔다는 사실에서 제주도가 과연 환경적으로 건강한 도시인가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개똥벌레는 환경지표종으로 공기가 탁한 곳에서는 서식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종 농약사용과 제초제 재선충병 방재 등을 통해 이들의 서식환경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이 분명하다.

다만 농약이건 살충제이건 뿌려놓으면 당시는 반짝 하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거기에서 살아남은 놈은 그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강력한 살충제를 써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방재를 하게 되면 종족번식을 위해 더 많은 종족을 만들어낸다고 하니 농약이나 살충제 등에도 꿋꿋하게 살아난 센 놈이 더 많이 생기게 된다는 점에서 늘 문제로 지적된다.

살충제나 농약을 뿌리면 뿌릴 수록 숫자는 더 많아진다는 사실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곤충이 사라짐으로써 생기는 먹이사슬의 파괴다.
곤충이 사라지니 새들의 먹이가 사라지게 됐다.
그래서 제주시내 도심에서는 새가 거의 없거나 새소리조차 간간이 들릴 뿐이다.

어릴 적 하늘을 수놓던 잠자리때, 나무마다 달려 울어대던 한여름 그 시끄럽던 매미소리, 밤이면 물이 있는 곳이건 동네어귀 어디서나 볼수 있었던 반딧불이, 집마당에 모이를 놓아 참새를 잡아보겠다고 설치던 그 때는 이제 영원히 이 세상에서 불 수 없을 것 같다.

투자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제주도는 지금 환경에 몸살을 겪고 있지만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전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의 신개념 개발트랜드는 각종 개발에 환경생태율이라는 룰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위안이다.

아파트를 개발할 경우 그 주변에 함께 도시의 숲과 인공호수를 만들어 다양한 생물종이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이같이 다양한 서식환경을 자연적으로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생태율 적용이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의 개발에 있어서도 인간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이를 바로 잡아가지 않으면 삭막한 인간들만 바글바글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한 영화장면이 생각난다.

“인간을 위해 지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간을 지구에서 추방시키겠다는 것이 하늘의 계획”이라는 주인공의 말.

하늘에서 내려온 바이러스가 모든 생명체의 몸에 파고들어 지구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말살해 버리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사랑하는 사랑이라는 의인(?)이 있어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다.

아직도 별도봉에는 밤벌레소리가 요란하다.
아직도 희망은 존재한다는 얘기다.

제주시민의 가장 중요한 휴식처이며 건강한 환경지표로서의 별도봉의 반딧불이..

이 마지막 한 마리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좋은 환경이라는 희망으로 남아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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