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엔진 움직여 목적지 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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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엔진 움직여 목적지 향해라”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5.10.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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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1호를 만나다] ③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정부출연연 첫 여성 기관장…대표 여성 유치과학자

 

올해는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되는 원년이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의 실질적인 양성 평등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 인재의 활용이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 재도약을 위해 여성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여성가족부와 공동기획으로 각 분야 여성1호들의 인터뷰를 싣는다. 여성1호들이 전하는 조언은 그들을 뒤따를 후배 여성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편집자 주)

 

어렸을때부터 모든 것에 왜라는 의문을 품었던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자연현상부터 어른들이 시키는 일까지 예사로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가졌던 의문이 이해가 되야 비로소 수긍하고 행동으로 옮겼던 그녀. 왜라는 물음이 해소되면 끈기와 집념 하나는 누구도 못 말렸다.

그 소녀는 커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우리나라 대표 유치과학자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첫 여성기관장 타이틀을 얻게 된다. 바로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의 이야기다.

여성과학자가 아니라 여성의 지위를 논할 상황도 아니었던 70~80년대 열악한 당시의 국내에서 정광화 원장이 여성리더로 성장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고비와 시행착오들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의 리더로, 인생의 언니로 후배 여성들을 위해 그간의 성장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본인의 경험담과 위기 극복의 노하우를 정책브리핑에 공개했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과학자로 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되돌아보면 제 삶의 과정들은 이 시간에 뭐가 필요하다, 해야되겠다 생각하면 그것을 최선을 다해 추진하던 것들의 연속이었지 않나 싶어요. 과학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모님의 영향과 뭐든지 논리를 찾아 파고드는 제 성격이 만나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지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제가 배운 것을 국가를 위해 사용해 보고 싶어 귀국했습니다. 당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굉장히 좋은 직장이라 여자 연구원들을 거의 뽑지 않았는데 저는 운 좋게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던 소장님을 만나 출연연에서 일할 수 있었죠. 1978년 한국표준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이 출연연과 제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Q.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학자의 지위는 어땠나요?

제가 처음 출연연에 입사했던 시기의 한국은 여성과학자뿐만 아니라 여성의 지위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죠. 전 처음에는 연구소로 걸려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멋모르고 전화를 받으면 제 목소리 “여보세요” 한 마디에 상대는 바로 반말을 툭툭 내뱉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여직원이라고 하면 비서 뿐이니까 여자가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반말을 하더라고요. 하나의 에피소드지만 그 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또 여성은 지도력이 없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간부급인 부장자리를 돌아가면서 하는 분위기였는데 제 차례가 되면 갑자기 제도가 바뀌어서 저한테는 부장직이 안 돌아오는 거예요. 그런식으로 여성의 지도력에 대해 굉장히 의심을 많이 하기도 했었죠.

제가 2005년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으로 출마했을 때도 사람들이 저에 대한 평가 중 가장 큰 약점으로 경영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꼽더군요. 여성이라는 장벽에 갇혀 경영경험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는데 조금 속상하긴 했죠. 그랬던 시절도 있었답니다(웃음).


한국을 찾은 외국과학자들에게 장비 소개를 하고 있는 젊은시절의 정광화 원장.
 

Q.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여성과학자의 사회적 지위나 근무환경도 많이 개선됐나요?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일단 제가 일하면서는 전혀 없었던 출연연 선임부장 자리에도 여성연구자들이 지금은 많고, 부장들도 많고, 전문연구원들도 많아요. 여성과학자를 여성연구원으로 보기 보다는 이 사람이 능력이 있나없나를 보죠, 이제는. 어떤 면에서는 여성 할당제라는 게 있어서 되려 남성과 같은 능력이 있음 여성이 발탁될 확률이 높아지기도 했답니다.

근무 여건도 후배들 보면 많이 좋아진 걸 느껴요. 제가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만 해도 임신하고 출산하면 굉장히 조직에 죄스러워해야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임신이나 출산을 눈치 볼 필요가 없지요.

Q. 사회의 지속성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인재 양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가정 양립 등 여성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워킹맘의 가장 큰 고충은 역시나 육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일하는 엄마로 두 딸을 키우면서 육아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들었던 생각은 육아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체가 국가든 사회든 개인이든 간에 말이죠.

한 아이를 키우는 일 만큼 위대한 일이 있을까요? 육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제대로 해준다면 출산문제도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덧붙여서 한 가지, 아이를 키우는 요즘의 엄마들에게 개인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내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얘기를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요즘의 엄마들은 아이의 교육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만 반면 정말 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 등 내 아이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지금에 와서 되돌아 보니 저 또한 두 딸이 어린시절 대화할 여유도 없었고 같이 많은 시간을 못 보냈더라고요. 못내 아쉬웠어요. 내가 범했던 과오를 지금의 엄마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해요.

지난 2008년 12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 후 기념촬영 하고 있는 정광화 원장.
 


Q.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습니까? 그 중 일·가정 양립을 돕기 위한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연구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보직 및 과제책임자에 임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본부장급 이상 주요보직자의 남성과 여성 비율이 50:50으로 이뤄졌고 여성 과제책임자도 증가하게 됐습니다.

또 육아에 대한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장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죠. 어린이집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3월에 개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연구원은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 연구원의 경력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주관하고 있는 ‘이공계 여성과학기술인 경력복귀 지원사업’에 2012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력복귀를 원하는 여성 연구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총 8명 여성연구원들의 경력복귀를 지원했고요 지원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WISET 주관 우수경력복귀상의 수상자 배출을 출연연 중 두 번째로 많이 하기도 했지요.



정광화 원장은 위기의 순간에 용서하고(forgive), 내려놓고(forsake), 잊어버려라(forget)는 3F를 기억하라고 얘기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제가 연구원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연구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대한민국에서 연구하는 모든 사람을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가장 대표적인 연구장비 중심 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최고가는 기초연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전 세계 연구원들이 우리 연구원 장비를 쓰고, 또 우리 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노벨상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고비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 또한 숱한 고비와 어려움을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거치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3F리더십을 기억하라입니다.

제가 만들어 낸 말인데 3F란 forgive, forsake, forget입니다. 첫 번째는 용서해라(forgive), 두 번째는 내려놔라(forsake),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런게 있었나 생각도 안나게 잊어버려라(forget)는 것이죠. 쉽지 않지만 훈련을 통해서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나 3F가 감성적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성적인 여성들은 가족이나 동료들과 감정적인 갈등이 생기면 많이 꺾이고 포기하더라고요. 감정조절을 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걸 저도 여러 과정을 겪으며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바꿔 말해서 자기 내부에 엔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걸 하고 싶어!하는 그런 엔진이 자기 안에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의 시선이나 요구에 따라 좌지우지 되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스스로 생산하는 엔진을 갖고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주변을 파악하고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따라 내 엔진을 멈춰서는 안되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랄게요.

 

(기사출처=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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