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오염원인가 상수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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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오염원인가 상수원인가?
  • 한무영
  • 승인 2009.06.18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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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야기... 빗물은 가장 순수한 물 ...⑬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착하거나 악한 심성을 타고난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성선설과 성악설을 이용한다. 인간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답이 다르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적합성 여부는 철학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그러나 때묻지 않은 아기 웃음을 보면 인간은 모두 착하게 태어났다는 성선설을 믿게 된다.

그러면 물은 어떤가?
물은 타고날 때부터 더러운 것일까, 아니면 깨끗한 것일까? 그 대답은 자연계의 물 순환을 살펴보면 자명하다.

자연계의 물 순환을 살펴보면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은 빗물이다. 빗물은 태양에 의해 증발한 증류수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다. 그 이후 대기 중이나 땅으로부터 여러 물질이 녹아 들어간다. 빗물이 오물 위에 떨어지면 오수가 되고, 흙에 접해서 광물질이 녹아 들어가면 미네랄 워터가 된다.

그 후 오물이 섞이면 생활하수가 된다. 도로나 논바닥의 오염물질은 비에 씻겨 하천에 흘러 들어가 오염원이 된다. 그 속에 온갖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 바닷물이 되고 이 물은 다시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빗물이 된다. 가장 쉬운 진리는 멀리 갈수록 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은 타고날 때부터 깨끗하다는 성선설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 속에 녹아 있는 물질의 양이 얼마나 있는지 간단히 아는 방법은 물 1리터(ℓ)를 끓여 증발시켜 남는 양(총용존고향물: TDS)을 재보면 안다. 정상적으로는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였을 때 남는 물질의 양을 보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환경부의 빗물오염원 이론

최근 들어 환경부에서는 '빗물오염원'이란 용어를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비가 올 때 도로나 논밭에서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들어가 하천이 오염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데 돈을 써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과거 수년 동안 수 조원을 투자해도 하천수질을 개선하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고 그 모든 원인을 빗물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는 과거 수 천년 동안 내려온 것인데도....

아마 환경부에서는 원래 빗물은 깨끗한데 땅 위에 있는 다른 오염물질 위에 떨어져 전체가 오염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협조로 빗물관리를 통해 하천수질을 개선코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빗물오염원이라는 말에서 '빗물= 오염원'인 듯한 느낌이 들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물론 환경부에서는 빗물에 의해 발생하는 오염원을 빗물오염원이라고 했기로서니 무슨 문제냐고 할 것이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빗물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새로이 하고 빗물을 잘 활용토록 시민과 국민에게 올바르게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번 양적으로 따져 보자. 1년에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빗물의 양은 1,290억 톤이다, 그런데 들어오는 오염물질의 양은 몇 톤인가? 그 양이 13만 톤이라고 가정해도 100만분의1 밖에 안 된다. 그 작은 양의 오염물질 때문에 빗물을 오염원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도로 위의 오염물질 같은 것은 사전에 도로청소나 오염원의 소스컨트롤 같이 쉬운 방법으로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억울하다. 이것을 보면 아마도 환경부는 물의 성악설을 주장코자 하는 듯하다. 그래서 모든 물은 환경부가 직접 처리를 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약에 이런 경우(1)?

일전에 환경부 공무원 중 한 사람이 비리와 관련해 구속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때 환경부 비리 공무원이라고 하면 좋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부= 비리 공무원'이라고 들리기 때문에 매도하지 말라고 항변할 것이다. 양적으로도 1만분의1도 되지 않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며, 사전 예방도 가능했기 때문에 이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아마도 환경부엔 이런 예를 드는 것조차 못마땅해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약에 이런 경우(2)?

00중학교에서 학생이 약간의 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이 아이를 00중 비행 청소년이라고 얘기하는 게 좋은가? 그 수는 1,000명 중 한 사람도 안 된다. 00중 구성원 전체는 물론 중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 모두가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항의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빗물의 경우는?

그런데 빗물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 아무도 항의하거나 편들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사실은 빗물이야말로 자연계의 모든 물과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은 물론 동식물도 빗물이 없으면 당장 전멸할 것인데, 그리고 우리 자식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근본이 되는 물인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더 억울한 것은 환경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조차 이런 식으로 왜곡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환경부에 대한 건의

빗물오염원에 관심을 갖고 빗물을 올바로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며 늦었지만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빗물이 내린 그 자리에서부터 모아 잘 관리하면 수질오염은 물론, 물 부족 해소, 홍수 방지, 그리고 환경 회복이라는 다목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수질적인 어느 한 가지 효과만을 생각하기보다 수량과 환경 그리고 안전까지 포함한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충족시키는 범정부적 차원의 다목적 빗물관리를 더 추진키를 당부한다.


빗물오염원 대신 빗물상수원

그러나 환경부에서 도입한 빗물오염원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의 빗물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중요성이나 오염원의 양적, 질적 특성 등을 생각할 때 적절치 않다. 국내는 물론 국외 학계나 기술계에서도 이런 용어가 검증되지 않았고 통용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빗물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용어를 선정해 사용토록 건의하는 바다. 빗물은 갓난아이 같이 태생적으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빗물상수원'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다른 어느 상수원에 비해서도 이물질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물이고, 우리가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댐이나 하천의 수원도 알고 보면 바로 빗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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