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과 함께한 “아름다운 가을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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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인과 함께한 “아름다운 가을동행”
  • 이덕오
  • 승인 2010.11.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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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오(한경면주민자치위원장)



이덕오(한경면 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가을동행”이라는 주제로 장애인들을 모시고 1일 탐방을 한지도 어느덧 3회째를 맞고 있다. 농촌마을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중 경제적 어려움, 몸이 불편하고 돌보미가 없는 분 등을 대상으로, 짧은 하루지만 모시고 싶은 마음으로 “장애인 1일 탐방”을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선정하여 우리 위원들이 도내 유명관광지를 직접 안내하면서 하루를 같이 호흡 할 수 있었다.

함께하는 당일 날 아침, 참가자들은 예정시간보다 이르게 면사무소에 도착하여 마치 어린아이들이 소풍을 가는 것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주민자치위원들이 봉사도우미로 행사에 참석하였으며, 면사무소까지 오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위원들이 직접 집으로 가서 모셔오기도 하였다. 봉사활동 참여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들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라 거동이 더 힘들어 보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뇌병변1급 장애로 도움 없이는 거동을 못하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주민자치위원들은 부모님을 대하듯 조심조심 어르신들을 모시는데 정성을 다 하였다.

버스는 면사무소를 뒤로하고 첫 번째 관람지로 출발하였다. 저마다 마을이 다르고 처음 보는 사이지만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얘기를 나누며 차안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관광지에서는 공연을 보기로 되어 있었다. 공연시간이 되어 입장을 시작하였으나 2층인 공연장안으로 들어가는 곳은 계단으로 되어있어 휠체어 하나를 장정 세명이 들어올려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참가한 분들 중에는 도움 없이는 걷지도 못하시고 시각장애까지 있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어차피 자신은 눈이 보이지 않으니 공연을 보지 않겠다 하셨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을 텐데 버스에 혼자 앉아 계시게 할 수 없었다. “할머니 여기까지 오셨는데 같이 들어가서 소리라도 들으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 그러지 마시고 같이 가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마지못한 듯 하면서도 엷은 웃음을 지으시며 그럼 가시겠다 했다

양옆에서 할머니를 부축해서 버스에서 내리고 휠체어에 앉히기까지 할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낮은턱을 내려 가실 때도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힘들어 했다

할머니 가족은 세명이 참여하였는데 할아버지도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하였고 아들은 지적장애1급이었다.

세명 모두 장애인데 그중에서도 거동이 자유로운 아들이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병들고 나이든 부모 모시기를 꺼려하는 요즘 시대에 그 아들은 보기 드문 효자인 셈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족의 따뜻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까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 짧은 나들이 였지만 다들 피곤해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들이 중간 중간 어려운 고비들이 있었지만 참여자들과 봉사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었기에 별 문제없이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나들이를 하면서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준비를 하고 진행을 하면서 관광지나 대중시설 등 사회시설이 장애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무심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버스의 높은 계단, 휠체어를 타고는 탈수 없는 버스내부 구조,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 있는 계단이 누군가에는 에베레스트 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생각 해 본적이 없었다.

유모차는 빌릴 수 있어도 휠체어를 빌릴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구멍이 뚫린 보도 블럭은 휠체어를 끌 때 마다 바퀴가 걸려서 이동이 어려웠다. 기본적인 시설조차 장애인들이 이용하려면 주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일부만을 보았지만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장애인들을 배려한 시설을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거 같다. 비 장애인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시설 확충이 시급한 것 같다.

하루빨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들이 개선되어 장애인ㆍ비장애인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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