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모르는, 공포의 제주시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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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모르는, 공포의 제주시 밤풍경,.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5.11.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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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제주시청 숙직 함께 서 보니.. 별의별 괴전화 골머리

 

 

제주시의 밤풍경은 어떨까..

시민들이 조용히 집에서 쉬는 동안 공직자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불침번을 선다.

관공서에는 ‘당직’이란 것이 있다. 주말.공휴일과 평일 밤에 근무하는 것이 숙직이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 낮에 근무하는 것이 일직이다.

낮에 서는 일직근무는 여자직원들이 서고, 밤에 서는 숙직근무는 남자직원들이 선다.

기자는 25일 저녁 제주시청 당직(숙직)자들과 함께 당직근무를 함께 서며 이들 공무원들의 밤을 들여다 봤다.

제주시청 공직자들에 따르면 당직자들은 "당직 근무하는 날이면 늘 괴전화(?)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괴전화란 별의별 민원전화가 많다는 것이다.

당직자들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9시까지 민원전화는 물론 1시간마다 숙직순찰시계를 들고 청사 내 순찰까지 돈다.

이날 당직사령은 양창용 행정시기능강화T/F팀장 등 4명이 맡았다. 오후 7시가 되자 청사 건물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당직자들은 교대로 인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교대로 마친 후 당직실에 들어서자 당직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당직근무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날 첫 민원전화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도 될 것을 아파트 장애인주차장에 내 차량을 주차해야 하는데 다른 차량이 주차했다며 차량을 이동시켜달라는 민원전화였다.

특히 이 민원인은 차량에 있는 차주 전화번호를 당직자에게 불러주면서 차량을 이동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전화를 끊을 수도 없는 게 현실. 이어 당직자는 차주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차주는 전화를 받지 않자 민원인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민원인도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어 가로등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민원전화까지 걸려왔다. 가로등 민원은 야간에 할 수 없어 당직일지에 기록하면 익일 총무과에서는 당직일지에 기록된 사항들을 확인해 관련부서에 연락을 취한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잠시 후 오후 8시50분경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당직사령인 양창용 행정시기능강화T/F팀장은 황급히 직원과 소화기를 들고 화재현장으로 뛰어가 소방차량이 출동하기 전 초동조치로 더 이상의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

경찰은 성명불상의 한 남성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 조사키 위해 남문지구대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양창용 행정시기능강화T/F팀장이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이번에는 자정이 넘었는데 PC방에서 흡연을 한다는 민원전화다. 이에 당직자는 PC방 상호를 알려주면 내일 보건소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이 민원인은 지금 와서 단속하라는 얘기만 반복했으나 당직자는 겨우 설득해 상황이 종료됐다.

 

이어 새벽1시에는 삼양해수욕장 인근에서 하수도관이 파열됐다는 민원 접수를 받은 후 당직자는 수자원본부 제주지역사업소 당직자에 연락을 취했다.

본 기자는 민원전화가 걸려온 현장인 삼양해수욕장으로 취재에 나섰다.

 

현장에는 김성현 수자원본부 제주지역사업소 주무관이 현장에 출동해 신속히 조치를 취했다.

 

김 주무관은 “상수도관이 파열된 것이 아니라 건물신축 시 수도계량기를 연결시킬 수 있도록 예전 택지개발 당시 미리 임시로 막아놓은 밸브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수자원본부 제주지역사업소 주무관이 조치를 취했다.

이어 본 기자는 현장에서 다시 시청 당직실로 향했다.

 

드디어 술기운이 올라오는 새벽이 되자 민원인들의 별의별 민원으로 당직실 전화기를 춤을 추게 만들었다.

이날 당직사령인 양창용 행정시기능강화T/F팀장은 “자정이 넘어가면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전화를 걸어 개인 넋두리까지 늘어놓는다.”며 “당직 공무원의 질문과 안내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혼자서 넋두리를 하지만 당직자는 전화를 끊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팀장은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술값이 비싸다는 등 술을 팔아주지 않는다는 민원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특히 불금(불타는 금요일)에는 전화기에 불이 날정도”라고 토로했다.

본 기자는 이날 당직자들과 숙직을 함께 하면서 모범시민(?)들의 민원전화로 3대의 전화가 밤새 춤을 추게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당직실의 벽시계는 고장 난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고 날이 밝았을 때는 지옥에서 겨우 헤어난 기분이었다.

“공무원은 헌법 제7조에 따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요,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한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시민들이 사는 공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날 제주시청 당직자들은 공무원 헌법 내용을 충실히 수행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며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자다. 따라서 국민을 섬기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노예는 아니다. 술값이 비싸다는 술주정을 받아주는 마음 착한 아내도 아니다. 그들 역시 공무원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내요, 자녀다.

한편 지난 9월1일 부터 10월31일까지 제주시청 당직실로 걸려온 민원전화는 3,876건으로 1일 평균 65건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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