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케이블카와 신공항이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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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케이블카와 신공항이 다른 점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01.1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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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국토부는 느긋한데 도지사는 왜 그렇게 급한가..

신공항 문제도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처럼 풀어나가야 한다

 

 

제주도와 국토부가 추진하는 성산지역 신공항 건설계획을 보면서 수년전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당시 상황이 떠올랐다.


한라산 케이블카는 관광업계 등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로 거의 만들어지는 듯 했다.
물론 그 때도 늘어나는 관광객 증가가 그 요인이었다.


당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의 명분은 한라산 보호였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한라산을 파괴하도록 놓아두는 것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한라산을 오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당연히 환경단체 등에서의 큰 반대에 부딪쳤다.
오죽 했으면 당시 환경국장은 본지 기자에게 “한라산 케이블카에 대한 반대여론을 언론에 펴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을 정도로 추진의지가 컸었다.


당시 담당국장은 기자에게 “적어도 모든 타당성 검토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문제점에 대한 보도자제”를 요청했고 기자도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이에 대한 기사작성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 한라산 케이블카 건설은 전문가 집단에 의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모든 부분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후 건설 불가 결론을 내렸다.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만들 경우 환경적으로는 한라산 정상에 있는 오름 하나를 없애야 한다는 점이, 경제적으로는 1년에 100일 이상을 그냥 세워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는것으로 판단했다.


사회적으로 볼 때에도 멀리서 바라보는 한라산 조망권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멀리에서 볼 때 한라산 고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경관훼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한라산케이블카에 대한 건설 여론은 사라지고 말았다.


성산지역 신공항 건설의 경우 지난 11월 처음 성산지역 5개 마을이 포함된 신공항 건설 용역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신공항 추진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임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빨리 건설해야 한다느니..어떤 보상이라도 다 하겠다느"니 하는 환상적 약속부터 하며 무척 서두르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발표부터 해놓고 기정사실화 하듯 밀어붙이기에 나섬으로써 신공항 건설계획 자체를 부정적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신공항은 해군기지나 매립장처럼 입지를 공모한 것도 아니다.


국토부에서 성산지역을 택했고 국가계획이 만들어졌으니 주민들에게 그냥 삶의 터전을 모두 내놓고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건 순서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가장 먼저 주민들의 의견부터 들어야 하는 일임에도 찬성여론몰이를 하는 등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일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하지만 신공항은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건 이 지역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인가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국토부의 35년 4천5백만명이 찾는다는 계산대로라면 5-60여년 후에는 제주도에 1억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얘기인데 이런 환상적인 숫자를 풀어놓으며 도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이같은 관광객 숫자도 실은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단순논리로 주민들을 설득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원희룡 지사는 얼마전 도내 한 방송에 나와 “국공유지는 물론 기채를 발행하는 등 일반 토지를 사서라도 주민들이 대토를 요구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토부 담당관의 “지가가 신공항 건설의 주된 요인은 아니”라는 말과 “토지보상 문제가 모든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는 것과 배치되는 얘기였다.

국공유지가 도지사 마음대로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고 기채발행이라면 제주도민이 그만큼의 빚을 갖고 산다는 얘긴데 그 기채발행사업도 도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면 뭐든 해 줄 것처럼 도민들을 호도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원 지사는 또 "현재 1분여마다 비행기가 내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거침없이 하며 신공항 건설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기자가 공항 주변에서 바라본 비행기는 30분에 11대가 내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정확히 1대당 2분 25-7초 정도에 한 대씩 내리는 수준이었다.

결국 도지사가 1.5배 정도 부풀려 이를 설명하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도자의 말은 정확해야 한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뢰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실상 계획을 세운 국토부는 느긋한데 도지사는 너무 서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게 과연 타당한 계획인 지에 대해 먼저 도내 전문가들과 함께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정당한 근거를 통해 도민들과 소통에 나서야 하지만 도지사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도지사는 1-2년 건설을 앞당기려 서두르는 느낌이지만 아예 건설을 2-3년 늦추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신공항에 대한 도민공감대를 만드는 일이 순서상 맞는 일인 것 같다.

드디어 강창일 의원까지도 그의 의정보고회에서 "신공항 건설은 바다쪽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입지 재선정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공항 건설은 지금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만약 건설이 된다 해도 계획은 원도정이, 건설은 다음 도정에서 이를 추진해도 절대로 늦지 않을 일이다.

신공항 추진은 서두르면 서둘 수록 일은 더욱 꼬이게 되어 있다.


도지사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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