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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무영
빗물도 곡식과 마찬가지로 수확하자빗물이야기..곡식을 곳간에 저장하듯 빗물저장시설도고려..(17)
한무영  |  my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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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09.06.29  20: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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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에 들판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의 손이 즐거워 보인다. 곡식을 정성껏 거두어 곳간에 보관하면 1년 동안 먹을 것이다. 만약, 곳간이 없거나 작다면 수확한 곡식을 보관하지 못하여, 그 다음해 수확 할 때까지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곳간을 만드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요새는 사 먹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집에 곳간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는 만약을 대비하여 곳간을 비롯한 유통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쌀, 과일, 생선, 제수용품, 기름, 돈 등의 보관시설을 만들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므로 개인적으로 이익을 보았다고 좋아하는 것은 장님이 제 닭 잡아먹는 격이다.

곳간의 경제성 검토

개인이든 국가든 곳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경제성 논리만을 가지고 곳간을 안 만든다면, 유사시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방이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곳간은 단순한 경제성 논리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방시설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것을 만들지 않았을 때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교육시킬 때 경제성을 따지는 사람은 드물다. 즉 경제성을 검토할 때에는 현재의 물건의 가격이 아니라 만약 그것이 없었을 때 고통을 받을 비용을 가지고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수돗물의 가격은 리터당 1원 정도이다. 그런데 물이 없을 때의 고통비용을 생각하여 보자. 아파트에 물이 안나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여 인간의 존엄이나 권위를 잃어버릴 정도의 사태가 발생된다면, 그 가격의 1,000배인 리터당 1,000원이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사람도 생길 것이다.

만약 산불로 산림이나 문화재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방헬기로 비싸게 물을 나르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을 보면 그 고통비용은 10,000배도 넘을 것이다.

물과 곡식의 다른 점

물의 공급은 곡식의 공급보다 어렵다. 곡식이 없으면 고기라도 먹으면 되는데 물은 대체수단이 없다. 며칠을 굶을 수 있어도, 물이 없으면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 곡식이 모자라면 사람만 고통을 받는데, 물이 모자라면 생태계 전체가 고통을 받는다.

필요한 곡식의 부피는 1인당 100~500g 정도인데 비하여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300 리터 (300kg) 로 곡식부피의 1,000배 정도가 필요하다. 비상시 이 많은 양을 운반하거나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곡식을 위한 곳간이 당연하다면, 그보다 더 고통비용이 크고 공급이 어려운 물을 위한 곳간을 만드는 것은 더욱 당연하다.

반면에 빗물이 곡식보다 좋은 조건도 있다. 곡식은 밭에서만 나기 때문에 모아서 소비자에게 운반해야 하지만 빗물은 도시나 농촌 어디에서나 떨어진다. 떨어지는 근처에 모아서 사용하면 운반을 하지 않아도 되고 조그만 곳간을 여러 개 지어도 된다.

또한, 곡식은 가을에만 수확을 하는데 비는 올 때마다 수확을 한다. 즉, 다모작인 셈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기숙사에 만든 200t짜리 빗물탱크는 지난 봄 가동이후 약 7~8개월 계속하여 빗물을 사용한 양이 일년에 1,600~2,000t 정도 된다. 그동안 유지관리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새로 짓는 건물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든다.

곡식은 배고픔만 해결해주지만 빗물은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을 줄일 수 있고, 하천에 물을 흘려주어 건천화를 방지하고, 친환경조성, 그리고 열섬의 방지 등 빗물이 가지고 있는 양적, 질적, 에너지적 가치를 머리만 잘 쓰면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돈과 노력을 들여 곳곳에 인공의 저수지를 파 놓은 것이 다 이 때문이고, 그 덕에 우리 후손들이 금수강산에서 잘 지내왔다. 지속가능한 삶을 이루어 온 것이다. 우리도 후손에게 이것을 그대로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빗물곳간의 경제성


우리나라는 수돗물 값이 싸기 때문에 빗물모으기 시설을 만드는 비용에 비하여 보급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그 반대이다. 즉, 홍수와 가뭄의 대비 측면, 환경 친화적인 측면, 비상시를 대비하기 측면 등 많은 사회적인 이득이 있다.

물 공급은 중요하므로 다소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공급을 하여야 한다. 대안들로는 댐, 중수도, 해수담수화 시설, 인공강우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경제성이 좋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앞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빗물모으기를 물 공급의 대안에 넣고 경제성을 비교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섬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빗물모으기를 한 것을 보면 타당성이 있다. 특히 요새같이 유가가 올라갈 때는 더욱 경쟁력이 있다.

건물의 빗물저장시설은 작은 댐과 같은 효과가 있다. 댐을 만들 때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듯이 이를 개인이 설치하는 것을 국가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그에 앞서 정부차원에서 빗물이용시설의 표준모델이나 관리기준을 개발하여 제시하여야 한다.


물 공급의 새로운 패러다임 - Rainwater Harvesting


빗물모으기는 영어로는 Rainwater Harvesting 이다. 곡식을 정성껏 수확하듯 빗물도 한 방울, 한 방울 정성껏 수확을 하자는 개념이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이다. 또 다른 추세는 분산화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중적인 물 공급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보완책으로 빗물모으기에 의한 분산화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가을에 거둔 곡식을 곳간에 저장하면서, 빗물곳간은 어디에 어떻게 만드는 것이 우리 자식들을 위하여 좋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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