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생리와 여성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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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생리와 여성의 인권
  • 강익자
  • 승인 2016.09.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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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익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깔창 생리대’ 사건은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국민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을 접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리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매우 고귀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과거부터 숨겨야하는 일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몸을 비렸다’라며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 등 부정적으로 여겼다. 이 외에도 가부장적 문화와 인식들은 생리를 입 밖에 내뱉는 것을 어렵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먹고, 배설하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여성이 생리를 하지 않으면 인간의 종족은 번식이 불가능하다. 생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며, 여성의 임신・출산과 직결되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고귀한 것으로 여기고 강조하면서 정작 임신의 가장 기초가 되는 여성의 생리에 대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 지자체에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성의 생리에 대한 지원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 성남시, 대구시, 부산시, 전주시 등 여타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깔창 생리대’ 사건이후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무상 지급정책을 발표하고, 지원을 위해 조례를 제‧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 도에서는 아직 아무런 대응이 없다. 타시‧도의 발빠른 대응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우리는 공중화장실에 화장지, 비누 등이 비치되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화장실에 화장지가 비치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되었고, 그 이후 지자체에서는 조례로 화장지,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 등의 편의용품을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편의용품에 생리대가 포함되면 어떨까?

호텔이나 백화점 뿐 아니라 일부 병원과 음식점 등에서도 이미 생리대를 비치하는 곳이 많이 있고,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즉 여성이 필요로 하는 필수품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배설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듯이 여성으로서 생리에 대한 필수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생리대가 공중화장실에 비치되는 것은 어떨까? 제주를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모든 가임기 여성들은 갑자기 찾아오는 생리로부터 좀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 생리대 비치는 여성의 생리적인 현상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보장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국회에서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예산을 편성하고 보건소에도 생리대가 무료로 비치된다. 서울시는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배송하고,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생리대를 비치했다. 청소년들의 건강 기본권을 위해 다방면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생리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는 미국 뉴욕시는 생리대를 공중화장실에 비치하고 있으며, 호주의 시드니, 미국의 위스콘신 주 등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 중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소비해야 할 것을 왜 공공에서 지원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낭비성 또는 대량으로 가져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처음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했을 때도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지금은 제도적으로 잘 정착되었다. 화장지와 마찬가지로 생리대도 종류가 고급형, 중저가용 등 다양하다. 공중화장실에 비치되는 생리대는 중저가용일 것이다. 생리대를 가져가는 사람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부정적 측면보다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품이며,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는 원론적인 문제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장이 너무 앞선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기본권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리대가 공중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길 바래 본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있는 것이 당연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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