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제정의에 반하는 (구)한국방송통신대학 건물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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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제정의에 반하는 (구)한국방송통신대학 건물 철거
  • 김정수
  • 승인 2016.10.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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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김정수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중국말에 ‘만만디’ 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는지요?”라는 질문에 ‘천천히’라는 대답이 나오자 ‘아니’라고 하면서 ‘찬찬히’ 라고 말해주었다.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말 그대로 slow(느리게)라는 뜻이고 찬찬히는 꼼꼼하고 세심하게라는 뜻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제주에 산적해있는 많은 현안들을 이제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바라보며 풍요로운 미래를 추구할 수 있는 깊은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임해야 된다.

제주 틀 안에 있는 노·사·민·정이 서로 생각이 다르다며 신경전만 벌일게 아니라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 안할 수가 없다.

이번 구 한국방통대 건물 철거 건에 대해서도 2014년에 행정에서 받은 안전진단 D등급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건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육안으로 본 건물은 너무 멀쩡해서 철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말을 한마디씩 한다. 주변 주민들까지도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어 각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내 자신 역시 멀쩡한 건물을 도민의 혈세인 1억원을 들여 철거한다고 할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경실련은 실제로 도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수행했던 도외 업체에 정밀안전진단을 맡겼는데 C등급 판정이 나왔다. 조금만 보수하면 40년은 더 쓸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받게 되어 도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최근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지난 8월 도의회 청원심사 때도 행정에서는 건물 철거 후 주차장 부지로 쓰겠다는 답변을 했었다. 그러나 제주경실련에서 의뢰한 정밀안전 진단 C등급이 나온 후 제주도는 건물 철거 후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급조하는 제주도의 정책을 보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구 방송통신대 건물에 입주해 있었던 경실련은 이미 지난 8월 이사를 했고, 그 건물을 우리가 욕심내어 철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철거하는 비용을 들여서 보수한다면 관리하기에 따라서는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도민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건물을 1억원이나 들여 철거한다는 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36세대 행복주택을 짓기 위해 약 10억원 이상 가격으로 평가되는 350평 3층 건물을 철거해야만 하는가? 행복주택이 약 10억원 이상 평가되는 건물을 당장 철거할 만큼 절박한 문제는 아니다.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다른 부지에 지어도 된다. 모든 것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찬찬히’ 들여다보며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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