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쓰레기정책, 비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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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쓰레기정책, 비전은 무엇입니까?
  • 홍기확
  • 승인 2016.11.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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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주무관

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주무관
두 달 전 우연한 기회에 제주대 환경공학과 모 교수님과 한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쓰레기에 관한 연구과제의 실무회의답게 폐기물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얘기 도중에 교수님이 나에게 질문하셨다. ‘서귀포시장의 쓰레기에 대한 비전은 뭔가요?’ 정문일침(頂門一針)이라는 사자성어가 번뜩 떠올랐다. 하지만 다음 질문은 더 가혹했다. ‘매번 시장 바뀔 때마다 얘기합니다. 시장정도면 자기의 비전쯤은 있어야 한다고. 홍주사가 시장한테 가서 당신 비전은 뭐냐고 물어보세요.’

시장한테 물을 것도 없었다. 쓰레기에 대한 비전은 그 당시 나도 없었으니까.
며칠간 비전에 대해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업체, 자생단체들에 의견을 구했다. 시민불편은 간단했다. 한결같이 말했다. ‘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는 지 관심 없고, 신경 쓸 시간도 없어요. 그냥 쓰레기가 안 보였으면 좋겠어요.’

맞다. 시민들은 쓰레기만 버리면 된다. 어떻게 수집되는지 어떻게 처리되는 지 알 필요가 전혀 없다. 시민에게는 쓰레기가 보이니 문제고, 넘치니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서귀포시 쓰레기 줄이기 및 처리 기본계획』의 비전은 ‘깨끗한 서귀포시를 만들겠습니다.’이다. 단순하다. 미사여구가 없다. 시민의 입장이다. 시민에게 깨끗한 모습만 보이면 그뿐이다. 나머지는 바쁜 시민을 대신해 행정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 버리면 끝이 아닌 부분이 있다. 바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시설용량은 하루아침에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쓰레기는 하루하루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서귀포시는 지난 10월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 운동본부』를 출범하였다. 2019년까지 쓰레기 발생량을 순차적으로 3, 5, 7% 줄이는 ‘3‧5‧7 프로젝트’의 선봉장들이다.

위원들은 3년간 옴짝달싹 못하고 쓰레기 줄이기를 추진하고 책임을 진다. 다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민에게 또 다른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바탕은 굳건하다. 이런 부분은 본부와 행정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핵심 사안이다.

겨울이다. 언 발에 오줌을 누면 임시방편으로는 좋지만, 나중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서귀포시는 천명된 비전과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또 단계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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