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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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6.12.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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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48.5m 비고: 53m 둘레: 1,337m 면적: 119,062㎡ 형태: 말굽형

 

 

가친오름
별칭: 갇힌오름. 마은이옆. 마안이(馬安伊). 난악(卵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58번지
표고: 548.5m 비고: 53m 둘레: 1,337m 면적: 119,062㎡ 형태: 말굽형 난이도:☆☆☆

 

마은이(馬隱伊오름) 옆에 위치한 때문에 ‘마은이옆’이라고 알려진 오름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제주의 오름 재조사 당시 찾아낸 산 체이며 별도의 소화산체라는 점을 알았지만 명칭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월 권역의 검은들먹이 웃거문과 알거문으로 부르는 대신 다래오름 옆에 있다고 해서 ‘다래오름북동쪽’이라고 한 것이나 망월악이라 부르는 산 체를 삼형제 남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삼형제남쪽’이라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따라서 이 오름에 관해서 아는 과정은 마은이의 유래를 먼저 알아야 하며 탐방 루트 역시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맞다. 마은이의 유래는 역시나 말(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의 남조로(118번 도로) 변은 과거 가시리 일대와 더불어 대단위 목장 지대였다. 특히나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하여 그 맞은편의 구두리오름과 쳇망오름에 이어 여문영아리로 이어지는 일대는 지금도 넓은 초지가 있다.

 

말들의 터전이면서 사육과 방목을 하기에 용이했던 곳과 달리 마은이가 있는 곳은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방목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결국 마은이는 말(馬)을 은거(隱居. 隱遁)하는 장소를 표현했을 것으로 추측이 되며 이와 관련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볼 수가 있다.

달리 마안이(馬安伊)로도 표현을 하는데 이 역시 말들의 쉼터나 안전한 거처 지를 떠오르게 하는 만큼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또한 방목되는 말을 감시하기 위하여 머물던 장소 정도로도 그 유래가 어울릴 법하다.


오름 등성의 한 비문에 난악(卵岳)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른바 새끼오름을 뜻하는 알오름으로 여겼음을 알 수가 있다. 이 알오름의 모체 역시 마은이로 여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근래 들어서는 가친오름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가친은 갇힌(갇히다. 갇혀있는)을 의미하며, 이 오름의 동. 서편에 위치한 내(川)에 갇혀있는 것과 연유해서 붙은 명칭이다.

어쨌거나 이 가친오름은 오름 탐방이라기보다는 사려니 숲길을 포함하는 도보여행과 더불어 마은이를 함께하는 오름과 숲길 탐방의 3중주로 진행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 좋다.

자연미가 어우러진 깊은 숲을 거닐고 낮은 경사를 따라 진행하는 동안에 깊고 그윽한 환경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으로 최적지가 아니겠는가.

찾는 이들이 적은 데다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소 번거로움 있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느낌은 곱셈이 된다.이렇다 할 전망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변화가 이뤄지는 숲 안의 세상은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느낌을 얻기에 너무 충분하다.

북동향의 말굽형 화산체로 이뤄졌으며 아이러니한 점은 실제 마은이오름 보다 산 체의 크기나 둘레를 비롯하여 높이 등 모든 요소는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높이가 말해주듯 산행이라기보다는 깊은 자연을 탐방하는 맛이 더 풍기는 오름이다. 마은이나 가친오름 중 어느 오름을 먼저 간다해도 지금으로서는 사려니 숲길을 통하는 것이 수월하다.

비자림로의 초입을 통해도 좋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남조로 변이 더 낫다. 사려니숲길 자체가 워낙 많이 알려졌고 힐링 장소로 유명하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은 덤이 되어준다.

어프로치나 워밍업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곱고 부드럽기에 이보다 더한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사려니 숲길을 걷다가 가친오름과 거리가 가까운 지점에 팻말이 있다. 초입은 희미하게나마 길의 흔적이 있고 적당한 곳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무난한 편이다. 전망을 대신하여 간간이 만나는 단풍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애써 가을에 찾은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나 전반적인 상황은 여느 계절에 비하여 좋은 편이다. 깊은 숲에도 아침이 열리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계곡 주변의 일부에는 아직 계절을 붙들고 화려함으로의 변신에 늑장 부리는 모습도 보인다. 일부 잡목들이 그러하고 단풍나무에는 마르지 않은 연초록 색을 지닌 잎도 확인이 된다.

깊은 숲은 시간을 정지시킬 줄도 알고 계절의 변화도 더디게 할 줄 아는 모양이다.오름 기슭 주변에는 소곡을 이룬 내(川)들이 있다. 가친(갇힌)오름이라고 한 것도 산체가 소곡에 애워 싸인 모습을 두고 붙인 것이다.

건천의 소곡을 지나는 과정은 가친오름을 벗어나는 경로이기도 하다. 숲이 세상을 가린 때문에 현재의 위치조차 알 수가 없지만 자연의 깊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로 좋다.

산비탈은 스스로 기슭을 만들었고 소곡의 자리를 아낌없이 내어줘 물이 흐르도록 길을 터줘서 보기가 좋았다. 그런 곳을 지나는 순간에도 자연의 깊은 맛과 향은 끊임없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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