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6)"..시인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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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6)"..시인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12.12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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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입성기)쇠소깍-외돌개입구,서귀포는 예술의 도시

 

(1부에서 계속)

 6코스는 늘 한라산과 함께 한다

 

서귀포는 예술의 도시다.

화가 작가 시인 등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한 곳.

올레6코스는 걷는 동안 서귀포 시인들은 바다를 가도, 길을 걸어도 시가 될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을 느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이, 이런 분위기에서 어찌 풍류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 한마디만 더 해도 이 지역 시인들은 그 한마디가 시가 되었으리라 하는 생각을 올레6코스의 아름다움과 접하면서 느낀 소회다.

 

 

그곳을 지나 부지런히 걸어 정방폭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중간스탬프지역이 보이지 않았다.

올레깃발을 따라 가는 중에 한 과일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서복기념관 앞쪽으로 스탬프포스트가 이전해 갔단다.

“여기 있다고 했는데요..”라고 하니 “예전에는 있었는데 얼마 전 옮겼다”고 해서 그냥 찾으면서 걷기로 했다.

서복공원을 지나 왔지만 포스트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모른다고나 하지..
그럼 찾아보기나 했을 것이 아닌가..

 

 

 

 

어쩔 수가 없었다.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중인데..

일단 그냥 끝까지 걷고 난 후 중간스탬프는 나중에 찍기로 했다.

거리에 나서자 서복전시관을 지나쳐 두갈래로 갈라진다고 했는데 어느게 A코스인지, B코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자구리라고 써있는 바닷쪽으로 들어섰다.
이곳 또한 절경이다.
숨어있는 보물같은 서귀포바다.
암맥군으로 보이는 길게 늘어선 통 용암석이 바다에 누워있었다.

 

 

내도 알작지 위쪽에도 천연항구인 암맥군이 있지만 이렇게 크고 긴 암맥은 처음 본다.
이곳을 올라 유토피아로에 이르니 바다를 항해 그림을 그리는 손이 나타났다.
예술작품 야외전시장이었다.
하나씩 감상하고 싶었지만 다 볼 수는 없었다.
코스를 잘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진만 몇장 찍고 지도를 보고 확인하니..그냥 올레깃발을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깃발만 확인하고 시내쪽으로 걷기로 했다

다음 나타난 곳은 솔동산 문화의 거리였다.
그곳에는 서귀포가 낳은 예술인들이 사진과 함께 크게 소개돼 있었다.

 유리의 성

한사람 한사람 소중한 서귀포 출신 예술가들이다.

그곳을 지나니 이제 서귀포항을 향해 걷는 길이 나온다.
작은 길을 따라 길을 내려오니 샛길로 난 천지연을 향해 가는 길이 있었다.
차는 다니지 못하고.. 걷는 이에게만 허락된 길.

하지만 오토바이 하나가 왔다 갔다 했다.

걷는 중간지점에는 천지연 생수궤라는 바위그늘집이 숨어 있었다.

2만5천년전 구석기시대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어 향토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걷다 보니 드디어 천지연 입구에 도착했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곳에는 물이 많은 계곡을 따라 각종 오리들이 노닐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열려있는 감나무도 보이고..

개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다음 코스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서귀포항 옆길로 올라가는 길이다.
조금 오르니 그곳에 11km 지점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남은 거리는 2.5km.

하지만 이곳에서 종점인 외돌개 까지의 거리는 그 거리의 2-3배는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길기만 했다.

아마도 감기로 몸 컨디션이 매우 안 좋은 때문이리라.

힘겹게 기듯 올라가니 이어 넓디 넓은 공원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새섬전망대에 올라 서귀포항을 잠시 바라보고..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에 ,누워 있는 아름다운 시들도 감상하면서..
천지연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 삼매봉을 향했다.

 

삼매봉은 솔동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오름이다.

하지만 그곳 삼매봉을 오르는 길의 가파름이 장난이 아니다.
오르고 또 올라도 계속 오르는 길이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정상에 가기 전 한라산을 훤하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한라산이 백록담이 바로 코앞에서 보였다.
지친 몸을 잠시 위안하고..더 오르기 시작했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팔각정이 있는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은..이제 내려가면 마지막 지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올레홈페이지에는 분명 난이도가 하로 나와 있어 마음의 편안함을 미리 가졌기 때문일까.

올레6코는 분명 난이도가 상 정도가 분명했다.

평소보다 빨리 걸었는데도 7시간을 걸었으니 길이도 생각보다 더 길었고 난이도도 높았다는 생각이다.
아마 올레6코스를 개설한 사람은 이 정도를 난이도 하로 표기한 걸 보면 전문산악인이 분명하다.

삼매봉을 터벅터벅 내려와 마지막 스탬프포스트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솔빛바다 카페앞에서 물어보니,, 그 안에 스탬프가 놓여 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 6코스 마지막 스탬프를 찍었다.

다시 위로 올라와 버스를 타려고 정류소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20여분 쯤 지나니 운전사가 나타났다.

 정방폭포 윗쪽이다. 이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한기팔 시인의 시비

효돈중학교로 간다고 하니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버스라고 한다.

이 행복..
나는 버스를 두 번 갈아탈 생각이었는데 그곳으로 직접 간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신혼부부인듯한 사람들도 쇠소깍을 향해 가려고 했다.

효돈중학교에 도착해 앞쪽 문으로 내리려고 하자 운전사가 한마디 한다.

“다음부터는 앞쪽으로 내리지 말고 벨을 눌러 뒤로 내려야 합니다..”

제주시에서도 가끔씩 타는 시내버스인 걸 잠시 잊었다.
그리고 그동안 701번 만 타다보니 몰랐던 것인데..
나는 “네, 알겠습니다”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보기 드문 암맥군이다

 

다시 조금 걸어 아침에 차를 세워둔 곳에 왔다.
차에 앉으니 “오늘도 잘 걸었다..”하는 성취감이 생겼다.

차를 몰고 6코스 시작점으로 갔다.
시작점 사진을 찍어 놓기 위해서..

그런데 웬일인지 6코스 스탬프포스트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에 보았던 스위스-올레6코스라고 표시된 안내판만 남아 있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우선 정방폭포로 가서 낮에 찍지 못한 중간스탬프를 찍고 다시 와서 찾아보기로 했다.

정방폭포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깜쪽같이 사라진 6코스 포스트

차를 세우고 그곳으로 가니..안내소에 스탬프가 놓여 있었다.

스탬프를 찍고 다시 쇠소깍으로 향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침에 스템프를 찍었으니 다시 가야할 이유는 없지만..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아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포스트가 사라진 이유는 불가사이한 일이다.

올레6코스는 분명 난이도가 상 정도의 어려운 코스였다.


거리도 분명 13.7km는 넘어 보일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이건 나의 짐작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레6코스는 걷는 길목마다 많은 변화를 주는 그런 매력적인 곳이었다.

주인공은 분명 한라산이었지만, 나는 이곳을 시인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사진과 함께, 그림과 함께 서귀포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함께 그런 시와 예술이 넘치는 느낌과 영감을 많이 주었기 때문이다.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있는 곳

 

 

 

 

 소정방폭포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는 실크로드를 걷던 초기  13일을 계속 강행군한 후 나타난 몸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예순 하나의 나이, 걱정도 많았지만 육체의 젊음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았다.
내 신체기관을 내가 뛰어든 모험에 적응시키는 것, 이 첫 싸음에서 나는 승리한 모양이다.

나는 세포 하나하나마다 취기같은 것을 느꼈다. 이 환상적인 풍경속에서 몸이 공중에 뜨는 듯 했다.
마침내 보행자의 열반에 들어선 것이다.."


(중략)"..스페인의 고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신들과 친숙해졌다.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가지 상황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로 완벽한 고독, 이는 구름속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조건이다.
비밀과 경계심이 너무나 많아 일부러 거리를 두는 신들은 단체여행객들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소를 잘 택해야 한다. 대도시의 방에 혼자 있는 것은 고독이라 할 수 없다.

제단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한한 공간을 골라야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충분하지 않다.

마지막 조건은 육체와 정신 사이의 완벽한 조화다.
정신, 그 순수한 정신은 광야와 초원 혹은 산꼭대기 위로 날아오른다.

무한함속에서 보이지도 않고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모래바다 속의 모래알이 되는 그때, 우리를 가두고 있던 일상이라는 감옥의 창살이 순식간에 부서져버린다.

그제야 비로소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다음에 걸어야 할 올레는 7코스다.
그곳에서는 나도 신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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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사랑 2016-12-12 15:27:50
시인의길 6코스, 한라산과 남쪽의 바다까지 멋있는 광경의 올레길 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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