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문학] 사랑과 미의 유혹, 아프로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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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문학] 사랑과 미의 유혹, 아프로디테
  • 안종국 기자
  • 승인 2016.12.29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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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의롭지 않고 도덕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아프로디테의 탄생. 알렉산드르 카바넬

사랑과 미의 수호신

 

로마인들이 비너스(베누스)라고 불렀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모든 여신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시인들은 그녀의 얼굴과 육체의 아름다움, 그녀와 황금빛 머리카락과 빛나는 두 눈, 부드러운 피부와 아름다운 가슴에 대하여 노래하였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그녀는 잘 웃고, 매우 매력적이다. 그녀는 또한 조각가들이 즐겨 찾는 주제였는데 이들은 그녀의 우아하고 육감적인 육체를 드러낼 수 있게 옷을 벗은 상태나 옷을 조금 입은 상태로 조각하였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로마인들의 복제품으로만 알려진 밀로의 비너스와 코니도스의 아프로디테가 가장 유명하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황금빛’이라는 말은 아프로디테를 찬사하는데 가장 즐겨 썼던 수식어였다. 황금과 꿀, 황금과 연설, 황금과 정액은 신화에서나 언어학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프로디테의 출산과 언어 창조 능력을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녀는 서로 애무하며 사랑의 말을 주고받는 사랑의 새인 비둘기와, 아름다움과 짝지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백조, 그리고 꽃 가운데서도 특히 전통적으로 연인들이 주고받는 선물로 알려진 장미, 그리고 달콤한 향기와 과일 특히 황금빛 사과와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붉은 석류와 연관되어 있다.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안토니 반 블로칸트

그녀를 부르는 이름은 매우 많은데, 관능적 사랑과 섹스 심볼로서 필로메이데스(웃음의 연인)과 필로메데스(생식기의 연인)으로 불렸다. 시인 사포는 페이토(설득의 여신)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암불로제라(젊음을 유지시키는 신)라고도 하며, 안드로포노스(남자들의 파괴자), 칼리피고스(아름다운 엉덩이), 포르네 등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아주 드물게 자신의 마법 허리띠를 다른 여신에게 빌려주는데 이 허리띠를 차고 있으면 상대가 마력에 걸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좋아하는 새로는 비둘기, 백조, 제비 등이 있고 여신이 탄 이륜차는 비둘기 무리가 끌었다. 꽃 중에서는 장미과 도금양 꽃을 좋아했고 여신에게는 비둘기를 공양하고 향을 피웠다.

 

 비너스의 탄생.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아프로디테의 탄생과 신화

아프로디테의 신비스러운 탄생과 근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는 두 개의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평범하게 출생하는데, 그녀는 단지 제우스와 대지의 여신 디오네의 딸로 등장한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폭력 행위의 결과로 태어났다. 후에 타이탄의 지배자이자 첫 세대 올림피아 신들의 아버지가 된 크로노스가 자기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성기를 낫으로 잘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정자와 바다가 섞이면서 하얀 거품이 일고 아프로디테가 거기서 태어났는데 대양이 임신한 결과 완전히 성장한 여신으로서 나타난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

바다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의 이미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에서와 같이 영원한 이미지로 각인되게 되었다. 그의 그림은 조개 위에 서 있는 우아하고 민감한 나체의 모습으로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서풍의 신 제피로스에 의해 바닷가로 밀려온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바다에 살고 있을 때 첫 연인은 네리테스였다. 바다의 신인 네레우스의 외아들이었던 그는 아프로디테가 함께 올림포스로 가자고 하는 제안을 뿌리쳤다. 아프로디테는 날개까지 주면서 노력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대신 아프로디테는 에로스에게 날개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네리테스는 조가비로 변신시켜 지중해 바다 속이 산호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연인은 아르고나우테스 부테스인데 후에 아르고호 원정대원이었다. 그런데 이아손의 원정대원 중에서 세이렌의 유혹을 받는 것은 그자뿐이었다. 다른 대원들은 하프소리를 안 들으려고 귀를 막았지만, 부테스는 배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것은 아프로디테가 흠모할 만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부테스를 구해낸 아프로디테는 시실리에서 사랑을 나누고 아들 에릭스를 낳았다.

 

 비너스. Jan Massys

아무튼 바다를 떠난 아프로디테가 처음 상륙한 섬은 키테라 혹은 사이프러스 섬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에로스(사랑)와 히메로스(욕망)의 신과 함께 신들의 집회에 안내되어 신으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신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남편이나 연인을 손수 선택하지 못했던 다른 여신들과는 달리 아프로디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장인의 신이자 대장간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헤라가 거부한 아들이 아프로디테의 남편이 되었는데 그녀는 가끔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사귀곤 했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는 자식이 없었다. 그들의 결혼은 미와 기능의 결합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로부터 예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간통에 대해 말하자면 아프로디테는 2세대 올림피아 남신들과 관계들을 가졌다. 아버지 세대의 신들인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보다는 그들의 아들들과 관계를 가졌다.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 로맨틱하게 만났는데 그녀는 그와 오랫동안 관계를 가졌으며 자식을 몇 두었다. 그녀의 또 다른 연인은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로 그는 영혼들을 지하세계로 안내하고, 여행자, 운동선수, 도둑, 그리고 사업가의 동행신이고, 의사소통의 신이고, 악기의 창조자이고 또한 올림포스의 책략가였다.

 

 비너스와 에로스. Lambert Sustris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세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딸은 하모니아(조화)였고 두 아들은 데이모스(공포)와 포고스(두려움)로 아버지를 따라 전쟁을 수행했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가장 억누를 수 없는 두 열정의 결합, 즉 사랑과 전쟁의 결합을 나타내는데 이 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하모니, 즉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 사이에 난 자식은 부모의 아름다움과 성적 특성을 모두 지닌,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양성신인 헤르마포로디투스(Hermaphroditus)였다. 이는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호기심을 느끼는 양성애 또는 자웅동체(androgyny)를 나타낸다.

 

 우르비노의 비너스. 티치아노

다른 전승에 의하면 사랑의 신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고 한다. 아프로디테와 마찬가지로, 에로스의 계보와 그가 우주에 출현한 시기에 대해서도 서로 상반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에로스는 타이탄과 올림포스 신들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나타난 창조의 주된 힘이었다. 에로스는 또한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부터 나타날 때 동행한 신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중의 신화는 그를 아프로디테의 아버지 없는 아들로 묘사한다. 그리스인들은 에로스를 주로 씩씩한 젊은이로 묘사해 왔으며 로마인들은 그를 아모르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초의 원동력으로 묘사된 에로스의 신화는 점차 희미해 가고 오늘날에 와서는 큐피드로 알려진 기저귀를 차고 활과 화살을 든 어린이의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마르스와의 불륜을 들킨 아프로디테. Alexandre Charles Guillemo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불륜

거품 속에서 완전히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탄생한 아프로디테는 조개껍질에 몸을 실은 채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미는 대로 흐르다 마침내 키프로스 섬에 도착했다. 그윽한 향기와 함께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여신이 도착하자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 세 자매가 여신을 맞이했다. 그들은 아테나 여신이 짠 옷으로 아프로디테의 발가벗은 몸을 가리고 머리에는 관을 씌워 올림포스의 신들 앞으로 안내했다.

제우스는 그 자리에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거두어 다스림으로써 인간과 뭇짐승들이 널리 번성하도록 하라는 직분을 주면서 아프로디테를 주신의 대열에 넣어 주었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남신들은 모두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짝이 되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기아하게도 아프로디테는 그 많은 남신들을 놓아두고 하필 신들 가운데서 가장 못생겼을 뿐만 아리나 절름발이이기도 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남편으로 선택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와 가장 못생긴 남신 헤파이스토스의 결합을 두고 후세의 식자들은 그 상징하는 바를 아름다움과 숙련된 기능이 결합함으로써 예술이 탄생한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풀이하였지만 정작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아름답기는 하였으되 아프로디테는 참으로 정숙치 못한 아내였다.

헤파이스토스를 놔두고 다른 남신들과 수시로 밀애를 즐겼던 것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유명했던 스캔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불륜이었다.

헬리오스의 귀띔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눈치 챈 헤파이스토스는 어느 날 짐짓 나들이를 가는 척 집을 나섰다. 아프로디테는 얼른 정부인 아레스를 집으로 불러들었다. 둘이서 한창 사랑을 나누는 중에 헤파이스토스가 들이닥쳤다. 놀란 두 신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으나 어찌된 일인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파이스토스가 청동을 거미줄 보다 더 가늘게 늘여 짠 그물을 침대 위에 던져 놓고 갔던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의 그물은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강철보다 단단한 것이었다.

 

사랑의 신에게 무장해제 당하는 마르스. 자크 루이 다비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그물에 묶이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헤파이스토스의 전갈을 받은 여러 신들이 그 불륜의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제우스, 아폴론, 헤르메스, 포세이돈은 물론이고 몇몇 여신들까지 민망한 얼굴로 낯 뜨거운 모습을 지켜보았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두 신은 포세이돈이 헤파이스토스를 달랜 덕분에 겨우 그물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딸 하모니아(조화)와 두 아들 데이모스(공포)와 포보스(두려움)를 낳았다. 두 신의 결합은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두 종류의 열정, 즉 사랑과 전쟁의 결합을 상징하는데 그 둘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룰 때 탄생하는 것이 조화라고 한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그런 창피 주기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레스에 이어 헤르메스와도 관계를 가져 그 사이에서도 자식을 둘 낳았다. 하나는 헤르마프로디토스였고 다른 하나는 에로스였는데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닌 자웅동체로 전해진다.

 

 비너스의 탄생. Eugène Emmanuel Amaury Duval

 

 

천상의 신이자 지상의 신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이력은 여신의 몸가짐으로서는 지나치게 문란하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사랑을 주재하는 신이었고 그것은 즉 성욕, 관능, 생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으므로 그리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

아프로디테의 이력은 사랑이 반드시 의롭지만은 않다는 것, 때때로 도덕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인간사의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드러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프로디테가 늘 쾌락을 즐기는 데만 빠져있었던 건 아니었다. 사랑을 통한 새로운 창조의 전범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일도 많이 하였다. 지순한 피그말리온을 위해 상아 처녀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 일, 남자들에게 도무지관심이 없는 처녀 아탈란테를 사랑한 히포메네스를 도와 두 사람을 맺어 준 일 따위가 그러하다.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와 사티로스. 브론치노

신화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플라톤은 대화편 가운데 하나인 ‘향연’에서 파우사니아스의 입을 빌려 아프로디테가 지닌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을 지적하였다.

우라노스의 뿌리로부터 어머니 없이 태어난 신화에 근거한 아프로디테 우라니아는 천상의 아프로디테이다. 다른 하나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신화에 근거한 아프로디테 판데모스, 즉 일반 서민이라는 지상의 아프로디테가 그것이다.

지상의 아프로디테는 생식과 종족 보존을 관장하며 쾌락과 열락을 추구하는 관능적인 속성을 말한다. 이에 반해 천상의 아프로디테는 정신을 높은 경지로 고양시키고 창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고매한 사랑의 속성을 일컫는다. 아프로디테는 그래서 양면적인 사랑과 미의 이중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비너스의 휴식. Dirck de Quade van Ravesteyn

 

비너스의 토일렛. 디에고 벨라스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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