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4)"..'사공의 길'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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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4)"..'사공의 길'을..(1)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2.20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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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4코스탐방기)'저지마을에서 한림항까지,특별하고 매력적인 코스'

 

 

 

특별했고, 매력적인 길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처음엔 아닌 듯 보였다가..나중에 보니 굉장히 괜찮은..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맞는 말일까..?

제주올레14코스는 19.8km라는 장거리 코스였지만, 지루할 만 하면 다른 길을 잡아주고..
또 일직선으로 난 길이 부담인 듯 하면 다시 옆길을 통해 가도록 안내함으로써 길을 걷는데 많은 배려가 숨어있는 코스를 자랑했다.

처음의 반은 숲속과 들길 또는 돌길이었지만 또 나머지 반은 바닷길로 이어져 이 코스를 통털어 말한다면 숨은 매력을 뽐내는 그런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4코스를 걷는 지난 2월18일은 오래전에 송헌 김형권이 제주에 오면 단체로 걷기로 약속한 길이다.
벌써 4번째 올레를 찾는 송헌은 서울에서 일을 보다가 일부러 금요일에 내려와 토요일이면 올레를 걷고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는 일을 즐기고 있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많았던 이날, 걷기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5명(유인택 송헌 김형권 안종국 둘둘님(제주문화유산답사회원))이었다.

둘둘님은 중고교 교사를 하다  2년전 정년퇴직한 후 제주에서 한의원을 하는 아들을 따라 부부가 함께 제주로 이주해 온 분이다.

이 인원은 차 한 대로 출발점과 종점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딱 좋은 숫자였다.

5명이 모두 모인 시간은 09시50분경, 14코스 종점인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앞이었다.


먼저 도착한 4명이 유 대표를 기다리는 동안 송헌을 위해 올레수첩을 사려고 대합실 2층에 있는 제주올레 족은(작은)안내소에서 올라가 봤으나 이곳 주인이 서울로 출장중이라 수첩은 사지 못하고 그냥 내려왔다.

송헌은 수첩에 스탬프 확인도장은 찍는 대신 사진으로 증빙(?)을 남기고 있어 유대표가 오래전에 수첩을 하나 사주기로 결정했던 일이었는데..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에 차 한 대를 세우고 모두 저지마을로 달려가 지난 주 추위에 떨며 앉아 있었던 추억의 14코스 출발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0시17분.

 

 

그리고 저지오름 쪽으로 안내된 길을 따라 14코스 올레걷기에 나섰다.

이 저지리지역은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가는 곳마다 보리가 자라고 대파 브로컬리 양배추 등 다양한 작물이 가는 길마다 분위기를 달리했다.

이 밭길을 따라 계속 걸어 대로로 나와 보니 우리가 걸어 온 길은 저지오름 구간에 포함돼 있는 길이었다.
이 대로를 따라 걷다 다시 오른쪽 밭길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 한라봉과 양배추가 자라는 지역을 지나니 이번에는 조용한 초원 들길로 안내한다.

이 곳, 밭 사이에 난 비좁은 돌담길은, 난생 처음 걸어보는 길이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예전 마을 사람들이 밭 중간에 있는 맹지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해 배려해 만들었다는 따뜻한 길이다.

 
 

이 돌담길을 추억하며 길을 지나니 곧 큰소낭 숲길 안내판이 나타났다.
큰 소나무가 많은 숲길로 제주올레가 길을 개척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지만 재선충으로 소나무를 많이 베어버린 탓인지 눈에 띄는 소나무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  호젓한 들길로 안내한 길은 거대한 덩굴들이 우거진 정글같은 곳이었다.

계절이 바뀌면 엄청난 풀숲으로 변할 것으로 느껴졌다.

이 들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숲길로 안내한다.
작은 곶자왈을 느끼게 하는 이곳 또한 신비롭게 다가왔다.

작지만..아름다운,,그런 길이었다.

 
 

그런 길을 다 따라나오니 대로와 연결되고 다시 밭길이 나타난다.
밭담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보는 한라산이 또한 장관이다.

이어진 길은 다시 밭길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쉬고 싶었으나 앞서 간 4명은 저만치 멀리 걷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져 나는 1백미터 정도 지름길을 찾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길고 긴 밭길을 따라 걷는 길에 다시 돌길이 나타났다.

이 돌밭을 지나니 다시 밭길이 나타나고 곧 들길로 안내된다.

이처럼 아기자기한 길이 끊임없이 나타나 걷는 이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런 쉼없는 변화를 느끼며 걷고 있는데 드디어 5km지점을 통과했다.

 

 

이곳부터는 평온한 들길이다.
이 호젓한 들길 속에 보이는 하나의 밭은 가운데에 마치 선사시대 유물처럼 거대한 돌무더기가 몇 개나 놓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돌무덤이라 하기에는 너무 정교해 보인 것이다.

보통 제주도 밭에는 밭을 갈다 돌이 나오면 한 곳에 쌓아두곤 했다.

그런 돌무더기로만 보기에는 이 밭속 돌무덤은 너무나 웅장하고 특이하게 나뉘어져 있어 옛날 유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 것이다.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면서, 우리는 이 특이한 밭속 돌무덤을 바라보며 들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궁금하기만 한 이 지역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이름도 특이한 굴렁진 숲길이라는 곳이 나타났다.
움푹 패인 지형으로 제주올레가 이 길을 개척하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명.

거의 곶자왈 수준의 숲속길이다.

너무 좋다 하고 걷는데 심한 악취가 풍기고 있어 나는 주위에 무슨 양돈장이 있나 했다.

길가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있고 비닐쓰레기가 온통 나무에 붙어 있어 올레길에 잔뜩 부푼 분위기를 단번에 깨고 말았다.

이 숲속길을 다 나오니 수수께끼가 풀렸다.

매립장쪽으로 올레코스는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올레길을 매립장쪽으로 놓았나 하는 점이 참 아쉬웠다.
다른 좋은 길도 많이 있을 텐데 왜 매립장쪽으로 길을 내야하는가가 궁금하다.

이곳 사무실을 멀리 바라보니 보통 입구 머리부분에 도정방향을 정하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도 전 도정의 것을 그대로 붙여놓고 있었다.

도지사가 바뀌거나 말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한 곳이었다.

냄새가 나는 곳은 또 있었다.
매립장 옆 길가에 양돈분뇨를 그대로 쏟아놓은 듯 악취가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사료공장도 있었다.

배는 또 왜 그곳에 하나가 놓여 있는지..

그곳을 다 내려와 계곡 옆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쉴 때 유인택이 물었다.

“아까 위에서 배 하나 봤지요..
그 배가 왜 거기 있는지 아십니까..?“하고..


“왜 그럴까..?”
“사공이 많아 산으로 올라간 것입니다.”고 해서 웃고 있는데..


송헌이 거들었다.

“그 배는 아마 보령에서 왔을 겁니다.
배 이름이 보령호였거든요,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아마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갔을 겁니다.“
라고 말해 우리는 많이 웃었다.

 

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조그만 선인장밭이 나타났다.

월령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들길과 숲길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자 아주 긴 계곡이 나타났다.
이 길고 긴 계곡길을 따라 나오니 9km 지점을 통과했다.
길가에 선인장 군락이 차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월령리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돼 보존 관리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야생군락지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구역이다.


엄청난 선인장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가히 이 지역이 왜 선인장마을이 됐는지를 알게 된다.
이 바다쪽 마을에 들어서니 9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드디어 얼추 전체 코스 길이의 반 정도를 걸었다.
이제부터는 바다올레로 이어지는 길.
바람과 함께 하얀 포말을 그리는 바다는 포효하듯 다가왔다.


돌담길 따라 걷는 이 해안길에도 바다를 향해 선인장들이 곳곳에 자생하고 있었다.
검은 용암돌과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 그리고 초록 선인장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는 가히 장관이다.

이 아름다운 이곳에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놓여 있었다.
중간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3시47분..

 

 

선인장 자생지에 대한 소개

 

한림읍 월령리의 선인장은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선인장류 등 국내의 유일한 자생종이다.


선인장이 이곳에 자라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해류(쿠로시오난류)를 타고 이곳에 밀려와 모래땅이나 바위틈에 기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인장은 민간약재로서 소염 해열제로 쓰이며 월령리에서는 뱀이나 쥐가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의 경계인 돌담에 심게 되었다고 한다.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에 강해 가뭄에도 고사하는 일이 없고 6-7월이면 노란꽃이 피고 11월에는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어가고, 이 열매는 백년초로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이 마을의 고소득 작물이다.

 

곱게 놓여있는 데크를 따라 걷는 이 길은 바다색깔과 어우러져 제주바다의 상큼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내용이 많아 2번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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