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4)"..'사공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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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4)"..'사공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2.20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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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4코스탐방기)'저지마을에서 한림항까지,특별하고 매력적인 코스'

 

(1번에서 계속)

 

 

 
 

데크길을 다 나오니 조그만 포구가 나타나고 이 포구에는 곳곳에 전남 고흥출신 남선현 시인의 시가 줄지어 서 있는 곳이 나타났다.

남선현 시인은 이곳에 새긴 서문에서 5년간 이 마을을 다니면서 느낀 시 70편을 상재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마법의 해변/ 남선현 시

 

선인장꽃이 노랗게 피어있는 밤
이정표 따라 걷다 잠시 멈추고
검푸른 바다에 떠있는 둥근달
바라보다 해변에 머물면 조막손바닥
펴고 한들한들 노오란 꽃물결 일으킨다.

닮은 꽃 겨울날의 복수초
슬픈 추억 남기며 쓸쓸히 지지만
초여름 손바닥 선인장 꽃은
사랑과 기쁨 한 아름 포만감 안겨주고

달빛 머금은 황금빛 꽃망울 파르르 떨면
까르르 웃어 보이는 연인의 콧노래
달빛에 젖어 천사의 속삭임 되었고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 만들지

월령리 해변은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들을
스치는 바람까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든
요술공주 살고지고 있나니..

 

거침없는 바람이 부는 포구에, 한 시인이 마을 하나를 주제로 처음 썼다는 시들 중.. 이곳에 길게 이어져 서 있는 시 중에  하나를 골라 적어 두기로 했다.

 
 

이곳 포구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돈가스로 점심을 했다.
거의 15시가 다 돼 가는 중이었다.

이날 처음 올레길에 함께 나섰던 둘둘님이 "자기가 오늘 신고를 하겠다"며 흔쾌히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서 감사히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하고 나와 포구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비양도가 보이는 돌길로 인도한다.
제주올레 안내판에는 "월령에서부터 한림항까지는 내내 비양도를 눈에 담고 걷는다"며 "걸을수록 조금씩 돌아앉는 비양도의 앞모습 옆 모습을 빙 둘러가며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비양도는 1002년(고려 목종 5년)에 분출한 화산섬으로 제주 화산섬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설명과 함께..

돌길 올레를 걷는 동안 11km 지점에 도달했다.,

둥그렇게 보이는 비양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바닷가 돌길이 이어진다.

 
 

 


이곳에 해녀콩 서식지가 있었다.
안내판에는 콩깍지의 길이는 4-5cm로 강낭콩과 비슷하지만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고 소개돼 있었다.
해녀들이 원치않는 임신을 했을 때 먹었으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토끼섬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주올레 탐사팀이 처음으로 이곳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이 코스는 들길 따라 바다올레로 이어지는 코스로 검은색 현무암이 비양도와 바다색깔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금능리마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포구가 나타났다.
금능포구를 향해 가는 동안 이 마을 끝에 누군가를 위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마을을 살펴보니 지나는 길마다 집 돌담벽에는 예쁜 그림들이 글과 함께 길을 안내하며 붙어 있어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마을을 지나는 동안 이런 정겨움이 묻어나게 했다.
드디어 13km 지점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이제 골목길은 겨울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보이는 금능으뜸원해변을 향해 안내했다.

이 길 또한 돌담과 어우러져 올레꾼들을 위한 많은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푸른 바다가 출렁이며 가슴을 뛰게 만든다.

하얀 모래사장이 보이는 이곳에 들어서자 돌하르방과 해녀상을 앞에 두고 비양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 바다를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겨울해수욕장에 가득 했다.

 

 
 

이제 바다올레는 협재 하얀 모래사장쪽을 향했다.

길이 온통 하얀색이다.

모래가 얼마나 날리는 곳인지 의자는 아예 모래속으로 들어가 있을 정도였다.
모래유실을 막고 모래날림을 방지한 시설위로 걷는 동안 모래사장을 걷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걷기에도 지친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했다.
이곳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겨울바다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협재해수욕장을 지나자 4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옹포리마을 입구에 도달하니 15km 지점이라는 표시가 나타나 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종점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사실은 발에 힘을 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돌담과 함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이 마을은 옛것과 공존하는 대비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 옹포마을을 지나면 곧 한림항이다.

한림항을 들어서는 초입에는 명월포 수전소와 최영장군의 격전지라는 안내판이 하나 눈에 띄었다.

 

이곳은 옛 명월현의 소재지로 동쪽의 김녕과 같이 제주목 관내로서 중요한 행정, 교육, 국방의 요충지였다.


명월마을을 안고 흐르는 명월천 하구를 명월포라 하며 지금은 옹포천이라 한다.
1270년(원종11년) 삼별초군이 이 포구로 상륙하였다.


1374년(공민왕23) 8월에 최영 장군이 전함 314척에 군사 25,605명을 싣고 추자를 거쳐 명월포로 상륙, 목호를 토벌하였다.


조선시대에 좌방 3개 처인 화북포, 조천포, 어등포와 우방 4개 처인 벌랑포, 도근천포, 애월포, 명월포는 각기 수전소가 설치됐는데 이 명월포에는 전선을 배치하고 군인을 주둔시켰으며 또 물류를 수송하던 중요한 요새지였다


후일 농토로 개발하면서 명월포는 토사가 밀려와 포구로써 쓸모 없어 수전소도 없어졌다는 내용이 안내판에 적혀져 있었다.

 

 

 

이곳에서 한림항을 향해 걷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도 일품이었지만 뒤로 돌아선 비양도는 물론 한림항에 들어서자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석양 또한 출항을 앞둔 선원들의 바쁜 손길과 함께 뜨겁게 내려가는 중이었다.

14코스 종점..모두 포스트에 앉아 뿌듯한 기념사진을 찍었다.

17시49분이었다.

나는  이 14코스는 일을 추진함에 있어 서로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사공의 길'이라 부르기로 했다.

 

 

 
 

 

'나는 걷는다'(3권)의 베르나르가 쓴 글에는 그의 여정에 대한 일단의 느낌을 전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제 나는 사막에 있다.


굴곡 하나 없는 곳이지만 이곳에도 낙타풀이나 꽃이 핀 위성류같은 식물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 당나귀 수레조차 없는 사막에서, 하늘 아래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내일 저녁부터는 다시 인파 속에 있는 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 고독을 음미했다.


..(중략)..이렇듯 살다보면 마법같은 순간이 나타나 모든 것을 초월하고, 세상의 무게를 덜어주고, 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걷기는 목표를 정하고 걸으면 그 길을 향해 가는 한 외롭지 않다.
걷다 보면 결국 종착지에 도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올레 각 코스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오늘 이만큼 걸었으면 다음에는 또 얼마 정도를 가야한다는 계획이 있다는 건 올레를 걷는 의미와도 통한다.

이날 14코스 걷기를 다 마친 후 송헌은 명언을 한마디 남겼다.

"올레는 연속극입니다.."
"왜..?"
"다음 편이 기다려지니까요.."


송헌은 다음 주에도 계획대로라면 15코스 도전에 다시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15코스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주올레코스지도

 

▲ 제주올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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