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나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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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나시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2.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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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64m 비고: 29m 둘레: 932m 면적: 51,624㎡ 형태: 말굽형

 

나시리

별칭: 나시리오름. 나시악(螺施岳). 나시리악(羅時里). 나슬이악(羅瑟伊)

위치: 성산읍 난산리 2,683번지

표고: 164m 비고: 29m 둘레: 932m 면적: 51,624㎡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낮고 허접하지만 굼부리가 있고 전망이 좋은 산 체...

 

얼핏 듣기에도 오름 명칭으로 구분하기에는 어설프고 어색함이 든다. 이 오름에 붙여진 이름과 관련하여 확실한 유래나 그럴듯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언제부터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에서 찾아보는 일반적인 내용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근접한 내용은 이 산 체의 모양새가 나사형의 소라(고동. 고둥)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으리라 추측을 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자로 나(螺)+시(施)라고 한 것을 보면 대역임을 알 수가 있는데 이 역시 소라형의 모양새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나슬이악(羅瑟伊)이라고도 표기를 하고 있는데 낮고 길게 퍼진 산 체의 모습에서 거문고의 형상을 그려본 때문(거문고 슬瑟)으로 추측이 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성산과 성읍으로 이어지는 1119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만나게 되는 오름이다.

도로를 지나면서 바라볼 경우 동서로 길게 뻗은 등성이 가로로 길게 뻗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반대편의 초지에서 나타나는 모양새는 둥글 납작하면서도 낮고 펑퍼짐한 몸 체로 확인이 된다.이 산 체의 특징 중 하나는 북향의 말굽형 분화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인데 야트막하고 부드럽게 펼쳐진 모습에서 앙증스러움을 느낄 정도이다.

전 사면에 걸쳐 잡초들이 차지하고 있고 소나무와 일부 잡목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으나 정상은 민둥산처럼 트여있다. 숲을 이루지 않은 환경으로 인하여 깊은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사방으로 열린 공간을 통하여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슭의 일부에는 10여 기의 묘들이 있으며 기슭 아래 주변은 일부 농지로 개간이 되었거나 초지로 남아 있다.나시리는 현재 승마 체험장으로 이용이 되고 있는 특별한 산 체이다. 그런 만큼 자유스럽게 탐방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따른다. 그래도 자연 파괴나 큰 변화가 없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며 관리와 보존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오름들과 그 주변에 도로나 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을 생각하면 나시리의 경우 승마 체험장으로 이용이 되는 상황 자체가 자연과 입지를 비교적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의 고장 제주의 특성을 살려 이색적인 정취와 체험의 관광자원으로 연계한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직접 말을 타고 올라간 후 둘러보는 기회는 물론이고 등성이나 기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의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건너편으로는 유건에(오름)와 모구리(오름)가 있는데 이들 오름의 명칭도 일반적인 곳과 달리 특별하게 느껴진다. 삼각편대를 이룬 산 체들에게 붙은 이름 자체로만도 궁금함이 더해지는 데다 나시리 정상에서 훤하게 보이는 만큼 함께 연계하는 탐방을 계획하거나 진행해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나시리 탐방기

-산 체의 규모나 접근성 등은 탐방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아니다. 사유지를 포함하면서 현재까지 승마 체험장으로 이용이 되고 있어서 출입에 제한이 따른다. 그럼에도 이곳을 좀 안다는 지인을 동반하여 산 체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 따른 것이라고나 할까.산체의 크기나 숲이 없는 허접함 때문일까. 딱히 정해진 탐방로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행여 이방인의 출입에 말들이 놀랄까 염려가 되어서 곧바로 기슭을 거슬러 올랐다.낮고 작은 산체를 두고 선택의 망설임도 필요하지 않으며 평소에는 사실상 탐방로로 개방을 안 할뿐더러 승마로 외에 산책로도 없는 상황이다. 불과 29m의 비고(高)이면서 기슭에 숲이나 다른 방해물이 없는 상황이라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올랐다. 맨 먼저 중앙의 굼부리로 눈길을 향했다.

나지막한 북향의 말굽형 화산체로서 그 모습은 차라리 앙증맞을 정도였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정상 둘레를 따라 중앙에 뚜렷한 분화구가 있으며 그 모습은 원형에 가깝게 보이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로를 따라 수도 없이 다녔지만 정상에 오르고서야 그 치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말 타기 체험을 통하여 오름 기슭을 따라 정상부까지 올라오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름 정상부에 숲이 없다는 것은 볼품이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망의 조건이 좋게 따르게 된다. 나시리도 이러한 경우인데 환경이나 입지 조건이 맞는 때문인지 오름과 일대는 사설 승마장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승마장으로 이용되었지만 코스로 인하여 특별히 훼손되었거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자연의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고 현장의 좋은 입지를 선택한 레저 활용은 오히려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제주의 상징 중 하나인 말을 타는 체험을 통하여 푸른 초원과 오름 군락을 만나고 청정의 제주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개간이나 심할 정도로 변화가 이뤄진 오름들에 비하면 나시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즐거움과 추억을 안겨주는 착한 산 체이이다.오름을 보려면 오름으로 올라야 한다고 했던가.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함께하는 모습과 여름을 맞아 초록으로 물들여진 오름들은 참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심하게 시기를 하지만 그래도 계절풍에 실린 시원함이 제법 불어왔다. 오래 머무르지 않더라도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그림이 되었다.굼부리 안은 물론이고 등성의 곳곳에도 묘들이 있다. 명당을 운운하기 보다는 일찍이 사유지로 된 때문에 소유주 일가와 관계가 있거나 마을의 공인들이 묻혔으리라.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유건에(오름)가 반갑게 보였다. 여름을 맞은 유건에의 모습은 일부 숲을 이루고 있어 푸름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숲이 없는 데다 낮고 작은 산체이지만 전망 하나만은 부러울 게 없는 나시리이다.

주변에 큰 숲이나 건물 등이 없는 것도 조건이 되지만 넓게 펼쳐지는 농작지와 초지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하나같이 볼품이 있었다. 비로소 나시리를 무시할 수 없는 오름이고 저평가 될 오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도 없이 이곳을 지나쳤지만 나시리의 어깨를 짚은 것은 처음이었다.높아서도 아니고,힘들어서도 아니며,무시한 것 또한 아니었다.낮고 작은 산 체이지만 확실하게 매력이 있는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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