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7)"..'미완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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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7)"..'미완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3.14 14: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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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7코스 탐방기)광령-제주시, 여전히 부족한 아쉬운 아름다움

 

(1번에서 계속)

 

 

 

 

 

 

남은 거리는 11.4km.
길은 현사마을로 이어진다.
이호테우해변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곳도 마찬가지..
해안가에는 온갖 해안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멀리 빨갛고 하얀 두 개의 목마등대가 보이는 바다색은 완전 코발트빛으로 빛났지만 해안쓰레기는 그 아름다움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얼마전 해안쓰레기를 전담하는 봉사단이 만들어졌는데도 17코스 올레길을 걷는동안 청소가 참 잘됐다는 곳은 한 곳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호테우해변을 걸으면서 이제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거닐며 즐기고 있는 모습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들 탐방객들은 특히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아 봄이 오는 해변에서 마음껏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해변 동쪽 주차장에 있던 큰 해녀상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제주해녀상이라고 쓰여진 대만 남아 있어 의아했다.

 

 
 

 

이호테우해변은 여름이 가까워지면 늘 모래를 해수욕장으로 실어 나른다.
모래가 바닷속으로 자꾸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곳을 메워 만든 매립지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많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패해서 다시 더 많은 돈을 들여 원상복구한다고 하는데도 제주도의 개발 방식은 늘 거꾸로다.


이곳을 지나면서 보니 도로에 모래가 길이 안보일 정도로 가득 했다.
올레길은 이제 이곳 매립지를 따라 도두항쪽으로 안내한다.

 

 

도두입구쯤에는 9km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제 반 정도는 걸은 셈이다.


도두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해안가에는 해안쓰레기와 몰래 버린 생활쓰레기들로 가득 했지만 이를 청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어진 길은 도두마리나항을 지나 도두봉을 향하게 했다.

 

 

섬의 머리라는 뜻의 도두봉은 제주시와 가장 가깝고 제주국제공항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야트막한 이 오름은 오르기도 편하지만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각종 시설물들이 들어서 도두봉의 노두를 막아버렸지만 쇄설층의 이 노두는 제주화산활동의 흔적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제주시의 유일한 지역이다.


늘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이곳도 이제는 오래된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예전처럼 가까이로 가 볼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도두항은 또 다른 공사를 시작하는지 큰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두봉을 오르는 길..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겸해 또는 오름 구경을 위해 이곳을 오르고 있었다.
이곳에 앉으면 바다도 한라산도 마음껏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이제 용담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종점이라는 생각에 이곳에 홀로 앉아 한참을 쉬었다.
도두봉을 내려오니 이제 남은 거리는 8km.
올레길은 용두암해안도로로 이어진다.

물이 다 빠진 바다는 검은색 용암돌과 어우러져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뤄 색다른 감흥을 준다.
이런 모습이 해안도로를 걷는 묘미다.

 

 

 

언제 이 길을 이렇듯 마음껏 걸어볼 것인가.
가는 곳곳마다 기암이고 괴석이다.

풍광에 빠져 걷다가 어느 지점에 잠시 앉았는데..
숨어있는 안내 석판이 보호책 안으로 보였다.


우연히 큰 돌을 하나 사진을 찍고 앉았는데 보니 그곳에 왕돌과 할망당이라는 표지석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왕돌은 둘레가 56m, 높이가 5m50cm로 푸른 넓은 바다위에 홀로 우람하게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왕이 용상에 앉아 있는 왕의 위용과 같다 하여 왕돌이라 한다는 설명이 쓰여져 있고 한해의 풍어와 만물의 태평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할망당은 몰래물의 본향당으로 진빌래원 왕돌 앞당이라 했고 풍어를 가져다 주는 선왕신을 모신 당이며 부녀자들이 지전 등을 준비하여 마을의 제반사를 수호하도록 치성을 드리던 곳이라는 설명이 쓰여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몰래물(모래물,사수)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몰래물쉼터가 만들어져 잇는데 이곳은 신성마을 제성마을 명주마을 동성마을 등이 고향인 몰래물 사람들이 애향정신을 모아 쉼터로 가꾸어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표지석이 서 있었다.

 

 

 

제주도에 흔히 있는 바닷가 용천수이지만 물이 정말 맑고 깨끗했다.
한번 물을 마셔보려고 했지만 물에 모레가 많이 섞여 있어 물맛을 보지는 못했다.

바로 옆에는 엉물이라는 표지석도 있었다.
몰래물(沙水) 남쪽에 있는 물동산 아래 바위 밑에서 나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제주어로 '엉은 해안이나 하천가의 큰 바위밑'을 말한다.
이곳 해안도 해안쓰레기가 가득 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목인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안쓰레기는 환경적으로나 미관적으로도 심각했다.

 

 

     
 

용담해안도로 가장 위쪽인 방사탑이 있는 곳을 지나자 제대로된 경관과 만날 수 있는 넓은 어영마을 공원이 나타났다.

이곳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로렐라이 요정상이었다.


독일 로렐라이시와 우호협력도시를 맺은 제주시가 21세기 공동번영을 기원하며, 라인강의 전설이 된 로렐라이 요정상을 제주시민들에게 기증한다는 니터 클라젠 로렐라이 시장의 뜻을 담은 설명이 이 요정상에 함께 붙어 있었다.

이 공원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요즘엔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사실 여행 다니기가 훨씬 편해졌다.


길도 덜 막히고 사람들에 치이는 일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관광객들은 중국인들로 있었지만 거의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이곳 어영마을 공원에는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놓여 있었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4시48분이었다.


이 해안도로를 따라 용두암으로 가는 동안 보여지는 바다 풍광은 가히 용암돌들의 향연을 보는 듯 했다.
어떤 곳에서 이런 장관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인가.


차를 타고는 수백번도 더 다닌 길이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해안도로는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용두암이 있는 곳 가까이 오자 이제 4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이곳에도 넓고 편편한 암반지대를 일컫는 소금빌레, 소금밭(물염전)이 있었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드디어 용두암..


용두암은 용의 머리형상 그대로를 닮은 2백만년전 용암이 분출하다 굳어진 바위높이 10여미터,길이가 30미터가 되는 형상기암으로 지질학적으로 학술가치가 인정되는 향토적인 자연유산이라는 설명이 입구에 붙어 있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그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관광객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용두암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용두암은 이제 늙어가는 듯,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 앉아 있었다.
얼마전 용담2동에 이에 대한 대책을 물었으나 한번 알아본다고 하더니 아직 이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연락이 없다.


아마 새들이 똥을 싸 놓은 것을 어떻게 하느냐는 무언의 항변으로 들린다.
아무리 세계적인 물건이라 해도 관리를 하지 않겠다면 이 아름다움이 사라진 들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있을 것인가...


청소를 하든가, 전혀 문제가 없다든가 하는 설명 정도는 필요한 법인데..대책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듣지 못했다.


그 늙어버린(?) 용두암을 지나치면서 보니 용두암 꼬리쪽에 가마우지 몇 마리가 앉아 쉬고 있었다.

용두암에 하얀 서리를 싸 놓아  늙게 만들어버린 새들이다.

 

 

이제 길은 용연다리 쪽으로 이어진다.

제주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한천 하구에 있는 깊은 계곡 형태로 발달한 용연은 예부터 취병담이라 불렸다고 한다.


주위 경관이 수려해 영주 12경중 용연야범의 장소로 안성맞춤이어서 제주에 부임한 목사들은 밤에 용연에서의 뱃놀이를 풍류로 즐겼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곳 용연 수직절벽은 현무암에 비해 기공발달이 빈약하고 표면이 치밀한 조면안산암으로 이뤄져 글자나 그림 등을 조각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양쪽 벽은 두께가 약 10미터 정도인 두꺼운 용암류로 구성돼 있으며 수직절리가 잘 발달한 브이자형의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다.

용연다리 입구에는 사랑의 징표로 자물쇠를 달아놓는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하트모양의 조형물에 수많은 자물쇠가 열매처럼,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여름철이면 수영을 즐겼는데 1단부터 10단까지 있는 절벽길을 걸어올라 용기를 시험하며 다이빙을 즐기던 곳이다.

용연다리를 지나니 남은 거리는 이제 3km.
드디어 제주시 시내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무근성이라는, 탐라국 시절 성주성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구제주 원도심을 걷기 시작했다.


골목골목..길은 제주도 최초 호텔인 동양호텔(이승만 대통령이 제주에 오면 묵었다는 곳이다)을 지나 관덕정으로 이어진다.

관덕정과 목관아지를 지나는데 올레리본을 잃어버렸다.
어딘 가에 있었을 텐데..종점이 산지천광장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이를 소홀히 했다.

 

 

일단 산지천광장에 종점이 있다는 생각에 시내 중심가인 칠성로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올레리본이 보이지 않아 다시 중앙로로 올라와 걸었지만 리본은 보이지 않았다.
산지천 광장까지는 그렇게 띄엄띄엄 걸어서 도착했다.

산지천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나는 올레종점을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그때 나타난 안내문..

 

"종점이전..걸어온 길로 5백 미터를 뒤로 돌아가 (구)중앙양과 뒤편 골목길 간세올레라운지 앞에 있다"는 설명이었다.


중앙양과는 알겠는데..(구)중앙양과는 도대체 어디 있었다는 얘기일까..


이렇게 제주시가 상전벽해로 변했는데 (구)중앙양과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를 생각하며 누구에게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일단 중앙양과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생각하니 다시 뒤쪽으로 5백미터를 가라고 했으니 직선코스인지 곡선코스인지도 잘 모르겠고..
참 난감했다.

버스정류소 옆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했다.

(구)중앙양과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다시 돌아가 볼까 하다가 내비게이션을 열었다.
이 기계는 다시 P턴으로 돌아가도록 안내했다.

내비게이션이 가르키는 길을 따라 중앙성당쪽으로 들어가니 올레리본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본을 따라 가다 보니..
골목길에 올레라운지가 예쁘게 서 있었다.

 

 

나는 반대편 길 의자에 앉아 어딜까 찾았던 곳이 직선거리 10여미터 앞에 있었다니..

참으로 허무한 일이었다.


종점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7시 10분..
거의 8시간 이상을 걸은 셈이었다.

바뀐 올레지도를 가지러 올레라운지로 들어갔다.
손님은 없었지만 식사도 되고 차도 파는 카페였다.

17코스에 대해 물어보니 간세올레라운지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고 종점코스는 12월에 바뀌었다고 한다

이 라운지 옆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었는데..설명을 들어보니 "임대로 사용하는 곳이라 하루종일 세우면 1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올레꾼들에게는 무료개방을 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얘기.
"시간당 2천원의 주차료를 받고 있지만 라운지에 오는 손님에게는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이곳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길고 긴 대장정의 길을 마친 것에 내심 스스로 고마워졌다.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나는 걷는다(3권)'에서 실크로드의 거의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쓴 글이 있다.

 “광활한 실크로드의 종착점까지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두 가지 목표를 따랐다.


첫째는 근육은 나이를 먹지 않고, 살갗도 아무리 약하다 해도 강인한 정신력을 따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의지만 있으며 아무리 정신나간 것처럼 보이는 계획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나는 또한 거리를 가늠하며, 성급한 태도를 비웃고 싶었다.


죽음이 성큼 다가오고 있고,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이유로 급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
시간이 기다려주기를 바랄 수밖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소외시키고 싶지 않았다.
갖고자 하는 욕망의 덫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중략)..나는 모든 장애물을 끊어버리고 미래를 걸었다.
내게 있어 지혜는 참여를 뜻한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더 좋은 모습으로 세상에 되돌아오기 위해 가끔 고독이라는 치료법을 쓰고, 고립이라는 약을 먹어야 하지만 말이다.
...
내게 지혜란 좀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활기차고 따뜻한 삶이다.
내게 있어 지헤란 잠자코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올레를 걷는 일도 또한 그런 지혜를 얻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걷지 않는다면 절대로 모르는 비밀이 올레길에는 숨겨져 있다.


그건 다 걷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비밀같은 감정일 것이다.

다음은 제주시내에서 조천까지 가는 18코스다.

올레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중이다.

다음 코스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주올레코스

제주올레지도(제주올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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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아빠 2017-03-14 23:17:53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가 코발트 빛 바다와 현무암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하얀포말입니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이들이 늘어감에 따라 온갖 쓰레기가 널려있어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무색하게 합니다. 저도 그날 오전 용두암 해안도로를 거닐며 그렇게 느꼈답니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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