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봄이 왔으나 해군 있는 강정에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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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봄이 왔으나 해군 있는 강정에는 아직”
  • 현정화
  • 승인 2017.03.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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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현정화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국방부 소송’ 갈등 해결 최악 방법. ‘최선 협상’ 외면하는 이유 밝혀야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갈등이 존재한다. 협상론으로 유명한 이달곤 교수에 따르면 갈등의 관리 방법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일방이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복종을 이끌어내는 ‘완전장악’과 갈등해소에서 손을 떼는 ‘무의사 결정’, 제3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마지막으로 ‘협상’이 있다.

상반되는 이해관계 상황에서 갈등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협상’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행정자치부에서 발간한 ‘갈등관리 매뉴얼’도 공식절차를 활용하여 우선적으로 이해 당사자 간의 협상, 제3자에 의한 조정, 갈등조정 협의회를 거치도록 했다. 소송은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에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즉 모든 대안적 해결방안이 무산된 경우에 한해 법률적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소송이 갈등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도 2012년 10월 민주화와 지방화 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국방 관련 갈등의 예방과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국방갈등관리 표준해결모델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여기서도 행자부의 ‘갈등관리 매뉴얼’과 유사하게 협상과 조정·중재가 사법적 해결에 앞서서 진행돼야 한다는 제안하고 있다.

소송절차 이외의 해결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분쟁을 해결하는 대안적 방법의 실익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 특히,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같은 입지 갈등의 경우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일관성 있게 지원 정책을 마련, 소통에 중점을 둔 결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성공적 협상’ 사례 분석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강정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소송을 제기한 국방부가 이미 입지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이어온 강정마을의 갈등해결을 위해 이해 당사자 간 협상이나 조정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민군복합항은 준공됐지만 입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갈등과 충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구상권 청구는 일방이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복종을 이끌어내는 완전장악의 시도로서 최악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증폭시키는 극한의 상황을 초래한 국방부는 제주사회와 정치권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정주민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구상권 청구는 국방부의 사업뿐만 아니라 국책사업 반대활동에 대한 사상 초유의 일로서 아무리 합법적인 조치라 할지라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전에 주민설명회나 제대로 된 사전환경성과 입지타당성 검토도 없이 일방적인 추진 등 부당성 문제의 시시비비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갈등의 사전적 예방과 분쟁의 사후적 해결을 시스템화 하면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이유를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공공갈등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지속적인 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어떻게 적극적인 합의 형성과 갈등 예방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국방부에서 조차 국방 관련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갈등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우리 제주에 봄이 왔지만 강정마을은 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얼어붙은 대동강 얼음이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얻어 녹아내리고 온갖 생명의 싹을 틔우는 물로 흐르듯, 강정 문제 역시 원만한 해결의 종지부를 찍고 지역주민과 도민들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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