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 '좋은 생태계'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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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책', '좋은 생태계'만 버렸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09.07.1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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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3)하도철새도래지는 파래 썩는 냄새 진동
논으로 만들려다 실패 바닷길 막아..생태계만 파괴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다. 정책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수립으로 인해 훌륭한 생태계를 고스란히 날려버린 현장을 다녀왔다.

성산읍 하도리 창흥동. 64호가 살고 있는 철새도래지가 있는 이곳은 논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후 바다물길을 막아버려 속이 다 썩어버렸다. 잘 잡히던 고기들과 가리비 등 풍성한 수확물들은 다 사라지고 썩은 파래들이 온통 호수를 뒤덮고 있었다.(편집자주)

 

입구부터 썩는 냄새 진동하는 철새도래지

겨울이면 청둥오리 등 철새들의 낙원이 되는 하도철새도래지. 겨울에야 철새들을 보러 온다고 사람들이 북적이겠지만 더운 여름날. 동네노인들이 삼삼오오 나무아래 모여 앉아 평화로운 정담을 나누는 전형적인 시골모습이었다.


그러나 입구부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하도철새도래지는 더 이상 철새의 낙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파란 파래. 하얗게 썩어가는 파래. 길 위로 올라 와 길을 덮은 하얀 썩은 파래 등 그동안 얼마나 많은 파래 피해를 입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동네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단번에 말을 시작했다. "여기는 45년전에 논을 만들려고 했던곳이야. 그래서 뚝을 쌓은 건데 중간에 용천수가 터져서 논으로 만들지 못했지. 실패한 정책이었어. 옛날에는 이곳에서 손바닥보다 더 큰 조개도 수없이 많았고 그물을 치면 멜과 갓돔이 수도 없이 잡히는 그야말로 어부들의 천국이었지. 그러나 물길을 막은 후 그런 재미는 다 사라져 버렸어"

 

물 막는 잘못된 정책, 생태계 실종현장


그 좋던 생태계가 물 흐름을 막아 버린 단 한번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아쉽기만 한 현장의 소리였다.


그리고 물을 막아 새로 만들어진 해안도로 바로 옆 조그마한 해수욕장.
하도해수욕장은 동네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여름철 장사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되고 있다고 한다.

갓돔이 많이 잡히면 팔지 않고 나눠 먹어


계절음식점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어르신은 "옛날 이곳에서 그물을 놓으면 갓돔이 그렇게 많이 잡혔어. 숭어 장어 가리비 조개 등 없는 게 없었지. 그러면 갓돔은 내다 팔지 않고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 주었었어. 지금도 딱 한분만 그물을 놓는데 그런 좋은 고기들은 다 사라졌다고 해. 아직 장어는 있어.... 잡힌다고 해"


마을 어르신들은 그 옛날 고기를 잡아 나눠먹으며 정담과 이웃간의 정을 나눴던 그 시절을 끝없이 그리워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파래가 철새도래지를 모두 덮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돈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치울 수가 없다"고 말한 한 어르신은 "읍에 얘기해도 예산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자연히 없어질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생태자원 국고 지원되면 해결될 듯


하도철새도래지는 제주도의 중요한 생태자원이다. 앞으로 생태슾지 탐방 등 활용도가 높은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파래가 온 천지를 뒤덮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놓아 둔다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강태석 해양자원담당은 "옛날에는 비료로 쓰이던 파래를 농민들이 가져가지 않아 파래가 제주해안의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현재 파래를 이용해 사료를 만드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어 신양리에 이물질 제거 시설만 만들어지면 파래문제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도철새도래지 문제에 대해서는 "하도와 종달리를 잇는 생태체험 시설 등 자원화 계획을 세우고 국비를 요청중인데 아직 실현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국고지원이 되면 생태체험장 등 하도철새도래지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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