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생산,신앙공동체..월정리 서당머채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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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생산,신앙공동체..월정리 서당머채큰당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7.04.02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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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방에 시집가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와 정성 드려'


월정리 서당머채큰당


위치 ; 구좌읍 월정리 서쪽 버스정류소 남쪽 길을 따라 400m쯤 가면 동쪽으로 좁은 비포장도로가 있는데 이 길로 200m쯤 되는 곳에 당이 있다.
시대 ; 미상(조선시대 추정)
유형 ; 민속신앙

 

◆ 크기변환_월정리_서당머채큰당전경

◆ 월정리_서당머채큰당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초에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와 무속식 마을제인 당굿을 행하여 마을과 가정의 안녕과 화합, 생산의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를 거행해 왔다.

이러한 주기적인 세시풍속은 생산공동체이자 신앙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어왔다. 즉, 제주의 민간신앙은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삶에 무속신앙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강한 전승력을 유지하고 있다.
 

큼직한 팽나무 두 그루가 마주보는 사이에 분지처럼 움푹 패인 곳에 조그만 당집을 지어서 ‘서당국할으방’을 모시고 있다.

월정리 출신으로 제주시에 거주하는 심방이 제를 주관하는데 본풀이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도 산은 할로산 아흔아홉골  골 모자란 왕도 못 나고 곰도 못 나는 제주섬입네다. 고량부 삼성인이 도읍을  때 대정 광정당 정의 신무당 대정 현감 사령 명월 만호 조방장 참판 살던 성입네다. ……
상단궐 손덜 중단궐 손덜 하단궐 손덜 무주 월정리에 사는 할으바님 손덜 대제일로 오라수다. ……
밥 없는 이 공사 아닙네다 옷 없는 이 공사 아닙네다 궂은 일 당 거 막아 줍서 ……
서당국할으바님과 서당국 할마님이 곽지로 올라 제주→별도를 거쳐 깨끗한 좌정처를 찾아 설가물개→신촌 큰물→뒷개→함덕→김녕 영등물→동김녕 정세미→평풍이르→솔락개→보리수당도파당(?)→한배를 거쳐 덜레알에 좌정젠 난 개고냉이 댕겨 부난 좌정지 못연 당동산 올르난 초혼 소리 상여소리 때문에 좌정지 못연 이디 오란 보난 물성도 좋아지고 장안도 좋아지고 금성 토성 둘러진 것 보난 좌정연 살아수다.


애기 일곱 솟아난 살단 보난 할으방은 꿩사농 매사농을 연 사는디, 를은 할으방이 사농가부난 할망은 괴기 먹구정 연 단궐을 굽어보난 잔치젠 도세길 잡아신디 짐이 모락모락 나난 먹구정 연 입다실언 풍운조홸 일으키난 신랑신부가 와들바들 털멍 살질 못게 되연 알안 보난 서당국할마님 걸렸구나.

서화리 장에 간 도세기  자릴 사단 할마님 찍시 나 책값으로 나 바치난 도세길 잡아 먹었는디 먹은간씬간 안 난 돝술지 안 먹언 입다실안 앉아시난 할으방이 들어완 ‘난디어시 기시린내 동경내가 남시니?’ 

난 이영저영연 돝술지 안 먹었노렌 난 ‘여자가 돝괴길 다 먹고 돝술지 안 먹다니! 땅 갈르고 물갈르자.’ 연 할망은  아래로 갈라젼 살았습니다. 서당국할으방은 마불림 검불림 받앙 이월 열나흘 칠월 백중날 대제를 받고, 할망은 유월 드레 열드레 스무드레, 시월 드레 열드레 스무드렛날 청감주 감주 백돌래 백시리로 제를 받아 먹읍네다.

서당국할으바님 립서. 서당국할마님 립서.”
(1997년 2월 21일(음력 1월14일) 현장에서 듣고 메모한 것을 가지고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불명확한 내용들이 있음)


구좌중앙초등학교 향토지에는 다음과 같은 본풀이가 실려 있다.


황토고을에 사는 황정승은 사십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동관음사가 수덕(酬德)이 좋다는 말을 듣고 정성을 들이기로 작정했다. 상백미 중백미 일천석을 차리고 불공을 드리기 두이레 열나흘 황정승은 대사님의 권유에 따라 보시를 달아보니 아흔아홉근이었다.

‘백근이 찼으면 아들을 점지할 것인데 백근이 못차서 딸자식을 점지하니 아홉 살이 되거든 다시 불공을 드리시오.’대사님의 이 말을 듣고 곧 합궁일을 골라서 천정배필을 맺었더니 과연 딸이 태어났다.

대사님의 말대로 불공을 드릴 차비를 하노라니 정승판서 벼슬을 살러 오라는 칙지를 받고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아이는 아버지가 떠나는 가마채를 붙잡아 따라가다가 묵은 각단밭에서 떨어져 울다가 죽었는데 구렁이로 환생했다.

어머니는 딸을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하여 남편에게 관직을 그만두고 돌아와서 딸애기를 찾아달라고 편지를 띄웠다.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오는 길에 묵은 각단밭에 오자 쉴 양으로 가마를 멈추었는데 어느새 구렁이가 가마채에 휘휘 감아 붙는 게 아니가 ‘양반의 행차에 웬 짐승이냐?’는 호령에 구렁이는 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딸아이 방을 열어보니 또 그 구렁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분통이 터진 황정승은 야단을 치며 그 구렁이를 무쇠석갑에 담아 무주애 바다 멀리 띄워 버렸다.

그 무쇠석갑은 샛바람에 불려 뒷개(북촌) 북덕개에 떠올랐는데 고기잡이 갔던 김첨지 영감에게 발견되어 무심결에 열어보니 구렁이가 들어있어서 깜짝 놀라 나자빠졌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딸 셋과 더불어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하도 답답해서 점을 쳤더니 ‘손으로 만진 죄상이니 그것을 잘 위해야 하겠소이다’고 했다.

김첨지는 복덕개에서 무쇠석갑을 건드린 때문이로다 생각하고 온갖 재물을 장만해서 고사를 지냈더니 어느새 구렁이는 뒷뜰에 있는 유자나무 밑에 와서는 좌정하고 그 날 밤에 아가씨로 환생하여 화려한 옷을 입고 문복하러 나섰다.


나이가 연만하자 배필을 구하고자 점을 쳐보니 점괘가 나타나기를 남방국의 신산국이 천정배필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가씨는 신산국을 찾아 헤매는데 때마침 사냥을 하러 집을 나선 신산국이 아가씨를 만나자 ‘어디가는 여자냐?’고 물었더니 ‘신산국을 찾아가는 길이외다.’‘내가 신산국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둘은 서당머체(서당머세)에 가서 정담을 나누면서 천정배필이 되었다. 황정승의 따님은 이로부터 서당머체에 좌정하니 서당할머님이다. 신산국은 한라산을 드나들며 사냥을 한다.


세월은 유수하여 어느새 딸아이만 일곱을 낳았다. 어느 날 서당할머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마을 환갑잔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갈증을 견딜 수 없어 물을 찾았는데 돼지발 자국에 물이 있어 이것을 빨아먹었는데 이상하게도 돼지털이 코를 찌른다.

이 털을 뽑아 불에 그을려 먹고 집에 돌아왔다. 사냥갔던 신산국이 집에 들어오자 큰소리를 지른다. ‘종경내(돼지나 소의 불알을 잘라낸 데서 나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돼지털을 그을려 먹은 일밖에 없소이다.’‘양반의 부인노릇 못할로구나. 땅과 물을 가를 것이로되 사이에 자식이 있어 그러지는 못하고 자리라도 갈라 삽시다. 어서 서당머체로 가시오.’한다.

그리고 후딱 나오려고 하는데 서당할머님은 신산국의 도포자락을 잡으며 애원한다. ‘내 살 도리를 마련해두고 가십시오.’이 말에 신산국은 ‘마흔여덟 상단골 서른여덟 중단골 스물여덟 하단골을 굽어보시오. 열두 부술을 두었다 무엇에 쓰려하오?’한다.


서당할머님은 각골마다 조화를 부렸더니 단골들은 하도 답답해서 점을 쳤더니 ‘서당할머님의 조화이니 돼지 제법을 마련하시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돼지를 잡아 제를 올리는 법이 시작됐다.
 

신산국은 이만하면 됐다 싶어 당커릿당으로 발을 돌리며 말한다. ‘부인에게 올리는 밥그릇은 두 개, 아이 몫은 일곱 반기, 동쪽 서왕머들의 신 몫은 하나, 당에 들어가는 입구의 신 몫은 하나, 당의 심방 몫도 하나 이렇게 해서 돼지고기 일곱 그릇을 받으시오, 그리고 정월 열나흘 날일랑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오 나하고 대제나 같이 받읍시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러한 경위로 섣달 그믐과 정월 열나흘 제를 받고 서당할머님은 유월 초여름에 열여드레 시월초여드레 열여드레 스무여드레에 제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그마한 당집의 벽은 자연석을 다듬어 쌓은 뒤에 그 틈새에 시멘트를 발라 마무리했다. 동쪽은 트여 있다. 지붕은 슬레이트로 덮었다. 당집 안에는 시멘트로 궷집을 마련하였으며, 궷집 위에 촛대와 향로가 놓여 있다.

당집 바깥 왼쪽에 지전과 물색이 걸려 있다. 제장 바닥은 시멘트로 마감했으며, 비교적 넓다. ‘서당할망황토부인’을 모신다. 이 신은 육아를 관장한다.

마을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 날 제에는 다른 지방에 시집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와서 정성을 드린다고 한다.
《작성 041023, 보완 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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