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1)"..'미지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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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1)"..'미지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4.1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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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1코스)우도 한바퀴,익어가는 보리와 유채꽃이 환상적인 길

 
 

(1번에서 계속)

 

 

 

이 하고수동 해변에는 바다쓰레기가 가득했다.
하얀 모래사장을 다 덮고 있는 해양쓰레기와 바다에서 밀려온 해조류가 해변을 덮었다.
악취가 풍기는 해변..
그곳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그런 냄새나는 길을 피해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제주도 해변에 널려있는 이 쓰레기는 누가 치울 것인가..
어떤 곳은 아예 모래속에 박혀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상태를 보니...아무도 치우지 못하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누가 치워야 하나..

이렇게 해안쓰레기가 가득한 곳에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놓여 있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1시30분..
이 해변정자에 앉아 잠시 쉬며 우리는 이곳 해변쓰레기 문제를 토론했다.

 

 

“이런 쓰레기는 우도주민 그리고 이곳에 입주한 모든 사람이 나와 1백여명 정도가 힘을 합치면 2시간이면 치울텐데..”

“관광객과 함께 주민들이 쓰레기를 치우자고 제안해도 될 것인데..”

“관광객들이 함께 한다면 좋은 일 했다는 추억도 남을 거고..”

“어쨌든 우도에서 이를 해결해야지..”

“그러나 치워도 매립 등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
“치우면 또 다시 올라오고..그러니 어려운 문제긴 한데..”

등등..
우리는 우리 일처럼 열심히 논의를 해 봤지만 결국 우도민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모두가 힘을 합쳐  치우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올레길은 정말 아름다운 백사장 해변이 쓰레기로 뒤덮인, 그 안타까운 현장을 지나 아스콘 포장이 된 1차선도로가 이어진 들길로 이어진다.

 

이 길에 들어서자 7.5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우도조일리로 이어진 길이었다.
조일리는 비양도 해신탑 봉수대 무인등대 신비의 돌의자 환해장성 검멀레 등의 볼거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유채꽃보다 양파와 대파가 많은 곳이었다.
무수한 밭담을 따라 걷도록 안내하는 길..


이제 길은 제주도의 토종집들이 돌담길과 함께 걷도록 안내했다.
드디어 우도봉을 앞에 둔, 남은 거리 4.5km지점에 이르렀다.

밭에는 싱그럽게 잘 익어가는 보리가 가득하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니 우도산 소라껍질과 조개 등으로 만든 작은 기념품을 파는 곳이 나왔다.
이곳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아이디어가 참 참신하다.

 

 
 

이제 우도봉을 향하는 길..

그 길을 가는 동안 보리와 유채꽃이 장관이었다.

우도봉을 올라 이곳을 바라본 사람들이 일부러 내려와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바다색깔과 함께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이제 길은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르막길..

한참을 오르고 올라야 갈 수 있는 코스였다.

계단을 따라 몇 번 숨을 헐떡여야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한참을 오르고 올라 드디어 능선에 도착했다.
능선을 따라 우도등대를 향하는 동안 보이는 바다는 참으로 경이로웠다.

 

우도봉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르는 사람..내려오는 사람..
우도는 어디를 가나 늘 만원이다.


능선길에는 9km지점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우도봉길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길이다.

오르고 또 오르고..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야 정상에 도착한다.

우도봉 능선길에서 바라다 본 바다는 그야 말로 환상이었다.
지평선이 지도처럼 그려지는..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유람선이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바닷길..
푸른 바다가 마음을 어지럽힌다.

 

 

 

 

 
 

 

능선에서도 우도봉 정상의 우도등대까지는 또 계속 오르막이다.
오르면서 바다를 바라보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까마득한 바다가 바로 눈앞에 황홀하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올레길은 우도등대를 지나쳐 하산길로 이어졌다.
이곳에는 세계의 모든 등대를 전시한 항로표지 체험관이 있었다.
이 길을 따라 내려오니 푸른 자연잔디가 빛나는 넓은 들판이 나왔다.

 

 

 

 

 

이 들길따라 내려오면 주차장..
이곳은 얼마전 문을 연 전기자동차가 가득 들어선 곳이었다.
이제 길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들길로 안내된다.
이 들길 끝에 종점이 5백m가 남았다는 표시가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돌하르방 부부와 멧돌이 서 있는 조각공원(?)이 있었다.
만들다가 만 것인지.. 돌하르방 공원이라도 계속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올레길의 벡미는 바닷기에 늘어선 소원기원 돌탑길이었다.
우도의 돌로 쌓은..성산일출봉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이곳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런 곳에 이런 돌무더기가 있다는 것도 실은 놀라운 일이지만..
그 돌로 탑을 쌓아 볼거리를 만들어 놓은 그 정성이 더 대단하다.

드디어 종점인 천진항에 도착했다.
우도를 오가는 관문이다.
종점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3시31분이었다.

 

 

 

 
 

3시간여를 걸은 셈이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거리를 적당히 걸었다.

이제 휴식 겸 점심을 먹을 시간..

우리는 김진형의 안내로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인 '노닐다'를 찾았다.

 

 

각종 차와 함께 떠서 먹는 피자와 소라죽을 파는 아주 넓고 넉넉한  곳이었다.
이곳 카페안에 놓여있는 책들을 보니 모두가 환경과 생태농업에 관한 내용이 많아 슬쩍 물어보았다.

“환경을 공부하시느냐..”고..
박신옥 사장은 “환경을 생활화 하여, 집에서 농사를 짓는데 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식당에서 파는 재료를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든 친환경적인 생활을 훌륭한 도서를 통해 읽고 또 읽으면서 체득한다고 했다.

그는 글을 쓰려고 조용한 우도로 들어온지 6년째인데 지금은 너무 소란해져 다시 나갈까를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는 명함을 주자 대단히 반가워하며 우도에서 노닐다라는 책 2권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앞의 내용은 그 책에서 인용한 글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조용하게 살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올레는 걷기의 끝자락에 글을 쓰고 있는 작가를 만나 더욱 화기롭게 마칠 수 있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나는 걷는다(3권)’에서 종착지인 시안을 아주 가까이 앞두고 이렇게 썼다.

 

“..나는 4년전 시작한 이 길고 외로운 행군이 이틀 뒤면 끝난다는 것을 생각했다. 끝이 다가왔다는 사실이, 나 스스로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중략)..이렇게 자문해 보았다.
‘여행의 끝에 도달한다는 것,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지금으로선, 여행의 끝이 검은 구멍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운 어떤 다른 것을 향한 부름일까, 아니면 미지의 공포속으로 추락하는 것의 근원일까?
나는 콤포스텔라 대로의 끝이라고 써 있는 표지판들을 발견했을 때 느낀 실망감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복수심으로,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50km 전, 첫 번째 표지석에 오줌을 누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단 하나의 목표를 정했다.


내가 왜 이렇게 걸어야만 하는지를 이해하도록 애쓸 것,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 점에 대해 내가 출발하던 날만큼이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언가 나보다는 훨씬 크고 강한 어떤 것이 나를 앞으로 이끌고 간다.
호기심?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첫 번째 동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혼자인 나를 발견하고 싶다는 바람일 것이다.
그런 고독속에서는 사회생활의 거짓과 탐욕은 줄어들고 내적인 진실함은 더욱 커지니까.


또한 세상의 광대한 신비로움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기적적인 만남의 시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여행은 끝이 없어야만 하고,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담처럼 잠시 삽입된 것이 아니라, 삶의 도정속에서 아주 길게 지속되는..
(중략)..좀더 혼자이기 위해서는 항상 더 많이 버려야 한다.


그럴수록 나의 진실이라 믿는 것에 더 가까이-적어도 그렇게 믿는 것이 좋다-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진실이란, 나보다 더 빨리 달려가고 있어서 결코 따라잡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중략)..


어느 화창한 날, 바람은 집으로 돌아가 잠시 쉰다. 친구들은 말한다.
그는 침착해지고, 고요해 졌다고.


어디론가 돌아다니든 한 곳에 정착하든 삶은 계속되고, 역시 가야먄 하는 것이다.
결국은 모든 것이 아마도 여행일 뿐일 테니까..“

 

 

우도올레를 걷고 나니, 이제 18-1코스인 추자도올레 하나만 남겨놓게 됐다.
제주올레가 그동안 주었던 그 행복한 충만감은, 사실 말이 필요없는 영혼의 자극으로 남아있다.

감전된 듯 느껴지는 이 자극은 내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틀어버릴 강력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다음은 이제 마지막 남은 구간, 추자도올레다.
처음 가 보는 추자도..
그 섬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주올레지도

 제주올레 전도(제주올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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