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논오름(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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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논오름(화순)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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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86m 비고: 56m 둘레: 1,360m 면적: 92,556㎡ 형태: 말굽형

논오름(화순)

별칭: 답악(畓岳). 논악위치: 안덕면 화순리 12번지

표고: 186m 비고: 56m 둘레: 1,360m 면적: 92,556㎡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논이 있던 자리는 밀감밭으로 변했고 원형의 일부를 잃어버린 산 체...

 

국공 지역의 오름을 제외하고 출입이 허용되는 오름들은 변화가 심하게 이뤄진 곳도 있다. 단순히 산책로나 전망대 또는 쉼터 정도를 떠나서 변화의 정도가 심한 곳은 오름으로서의 가치마저 잃어버린 곳도 있다. 특히나 산남 지역을 비롯하여 각 지역의 일부 오름들은 밀감 밭으로 변한 곳들이 있는가 하면 농경지 등으로 개간이 된 곳도 있다. 목장이나 초지 또는 과수원 등으로 변한 것은 물론이고 건물이 들어선 곳도 있다.

삶을 위하여 땅 한 평이라도 더 농지로 개간을 한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로 이해할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 요소나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아쉽다는 생각도 들 수밖에 없다. 어느 오름이나 변화가 이뤄진 후의 모습은 원형의 산 체를 훑어보기가 어렵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사유지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화순리의 논오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름의 굼부리 안에 논이 있었다고 해서 논오름이라고 부르지만 논농사와 관련한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다만 밀감 과수원으로 변한 현장이 논농사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고 그 변화의 시기 역시 이미 오래 전임을 알 수가 있다. 오름 굼부리 안에 논이 있었던데 연유하여 논오름이라 하였고, 논악(論岳)이라고 한 것은 부르는 명칭인 논오름을 표음화 한 것으로 풀이가 된다.

답악(畓岳)으로 표기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맥락이 다른 논악(論岳)의 표기는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맥락으로는 이 산 체의 등성과 정상 주변에서 활을 쏘며 놀았다고 하여 논(놀다. 놀던)오름이라 불렀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다만, 외형으로 드러나는 펑퍼짐하고 넓은 등성이가 말해주고 마을과 인접한 지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네 어린이들이 놀이터로 이용을 했을 법도 하다.

세월이 흐르고 변화가 이뤄진 지금 오름의 기슭에는 펜션이 들어섰고 일대는 논오름 관광농원이 만들어졌으나 숙박시설 외에 이렇다 할 부대시설은 없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일부 단장되어 있고 인공 연못과 사유지와 관련한 일부 시설이 있으며 전망의 요지에 가림형 정자가 있다. 남동향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북쪽은 잡목들이 차지하고 있고 정상부의 일부는 곱게 자란 잔디와 잡풀들이 펑퍼짐한 등성마루를 이루고 있다.

 

등성과 기슭을 따라 일부는 층을 이룬 채 농경지로 개간이 되었고, 논밭이 있었다는 굼부리는 밀감 밭으로 바뀐지 오래되었다. 기슭 곳곳에는 일제시대 때에 파놓은 인조 동굴들이 있으나 사유지인데다 목장으로 이용이 되면서 출입의 제한을 두고 있어 직접 만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정상부에서 해안 풍경을 전망하는 곳에는 폭낭(팽나무) 몇 그루가 있으면서 논오름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과 등성에 서면 남쪽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하여 산방산과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운 곳으로는 굴메(군산. 오름)를 시작으로 다래오름(월라봉)을 거쳐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모습과 드넓게 펼쳐지는 화순곶자왈 지대를 전망할 수가 있다. 논오름의 매력 중 하나는 굼부리로 이어지는 허리 능선인데 북동향으로 터진 말굽형 화산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으나 이 역시 진입에 한계가 따른다. 조금만 더 정비를 하고 일부 개방형의 산책로를 만든다면 더없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시 삼양동에도 동명의 산 체가 있으나 이곳처럼 논(答)과 관련하지는 않았으며, 놀기 좋은 터나 편안(평안)함 정도의 입지를 고려하여 논오름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논오름 탐방기-

행여 주인이나 관리인이 있어 제제를 하면 어떡할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불심검문은 없었다. 개방형으로 놔두는 건지 아니면 마침 자리를 비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건물 옆으로 진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애완견 한 마리가 심하게 견제를 했다.

짖어도 너무 요란하게 짖어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째깐한 것이........ 56m의 비고(高)라지만 펜션 앞 주차 장소가 있는 곳을 따라 진입을 할 경우 경사나 거리에 대한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펜션 뒤편으로는 인공 연못이 있고 넓게 구성을 한 공간은 휴식과 전망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상부로 가기도 전에 산방산이 보이고 바굼지오름(단산)과 모슬봉도 흐린 가시거리를 밀어젖히며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오름 군락만으로도 넉넉한 풍경이 되었건만 끝없이 이어지는 숲이 밀림처럼 드넓게 펼쳐지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화순 권역의 곶자왈을 포함하는 대자연의 중심지인 셈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목재 계단으로 구성이 되었다. 낮은 경사이며 거리 또한 길지가 않지만 그나마 유일한 산책로이면서 진입이 가능한 곳이다.

계단을 따라 이내 정상에 도착을 하니 특별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정자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원두막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하다. 휴식과 전망을 하기에 좋은 위치이자 여건을 갖춘 곳인데 유리막을 설치하여 우천 시에도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문이 열려 있어서 안을 자세히 살피니 역시나 개인이 시설을 한 게 틀림이 없다.

 

초롱불을 비롯하여 방석과 찻상 등이 있는 것을 보면 자주 드나들고 머무는 모양이다. 전망이 있는 위치인지라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명상이나 사색에 잠겨도 좋을 법하다. 밖을 보면 시원스러운 풍경과 마주하기에 그 맛과 기분은 덧셈이 될 거다. 날씨와 가시거리가 말해주겠지만 이보다 더한 조건이 있겠는가. 유리문을 열어젖히고 바람에 실려오는 상큼한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을 추스르는 장소로도 최고일 것 같았다.

건물 옆으로 펑퍼짐하고 넓은 등성마루가 이어지지만 철저하게 봉쇄를 해 놨다. 하나는 우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함일 테고 하나는 방문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산세도 경사도 무난해 보이고 나무 더미와 낮은 돌담을 넘으면 금방 갈 수 있겠지만 더 이상은 전진은 포기를 했다. 행여 주인이라도 나타났으면 양해를 구하고 일제시대에 파 놓은 동굴이라도 몇 개 만날 생각이었는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정자가 있는 남쪽에는 논오름지기 역할을 하는 퐁낭(팽나무)이 몇 그루 있다. 구태여 나무에 기대지 않아도 편안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원함이 넘쳐 후련함을 느낄 정도로 멋진 풍경이 열렸다. 굴메오름(군산). 산방산. 바굼지. 모슬봉..... 구태여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산방산. 형제섬. 송악산 끝자락까지의 모습은 눈 놀림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산 체의 특성이나 환경을 살피는 데는 아쉬움이 따랐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부족함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구태여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다짐은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발길을 돌렸다. 출발할 때 대충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유심히 분화구 쪽을 살폈다.

물이 고이는 농지인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굼부리 일대를 지나는 수로가 있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과연 논농사를 했는지에 관해서는 정확한 정보도 없고 일부에서 구전되는 내용이 전부이다. 말굽형의 화구 일부라도 뒤져서 우물이라도 고이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으면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었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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