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높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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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높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2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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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05.3m 비고: 175m 둘레: 4,318m 면적: 951,657㎡ 형태: 원형

높은오름

별칭: 고악(高악)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213-1번지

표고: 405.3m 비고: 175m 둘레: 4,318m 면적: 951,657㎡ 형태: 원형 난이도: ☆☆☆

 

 

 

넓고 높은 산 체의 기슭은 망자들을 받아들여 한을 풀어주는 곳이 되었고...

 

 

구좌읍 권역에는 40개를 넘어서는 오름들이 있어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소재한 만큼 오름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제주 전역을 통틀어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많이 있으며 탐방객들의 수나 인기면에서 보더라도 단연 압도적이다.

동부권 최고이자 제주도 오름의 랜드마크이면서 제왕이라 할 수 있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최고의 곡선미와 예술적인 각선미가 돋보이는 오름의 여왕 용눈이(오름)도 이 지역에 포함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인기 오름들 속에 가려져 일부는 저평가 되거나 비인기 산 체로 찾는 이들이 비례적으로 적은 곳도 있다. 이런 경우는 잘 알려진 오름을 만나는 과정에서 주변에 소재한 오름을 포함하여 연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높은오름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특별함이 따르는 산 체이다. 주변에 있는 오름들에 비하여 높이 솟아오른데 따른 결과로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실제를 논할 경우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상 동부권 전체를 포함하고 특히나 이 일대에서 비고(高)만을 놓고 볼 때는 다랑쉬(오름. 227m)가 가장 높으나 지대와 해발을 고려하여 높게 보인 데서 유래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산 체의 특성이나 입지적인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붙여졌을 수도 있다. 다만, 일대의 오름들에 비하여 높이는 물론이고 면적 등 규모 면에서 돋보이는 점은 참고를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일찍이 산 체의 등성에서 기슭 아래로 이어지는 곳은 묘지로 이용이 되었으며 지금은 공설 공원 묘지로 변해있다.

구좌읍 공설묘지가 조성된 기슭과 아래쪽은 면적이 무려 만 평이나 된다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에서 만나게 되는 무덤들과는 다른 차원이다. 높은오름으로서는 이처럼 망자들을 받아들이고 그 한을 달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면적이 말해주듯 넓은 산 체의 내부 역시 넓은 원형의 분화구를 지니고 있으며 그 둘레가 500m에 달하고 이를 따라 세 개의 봉우리가 이어지면서 화산체로서의 당당함과 위용을 뽐내고 있다. 등성을 따라 소나무와 삼나무들이 차지하고 있으나 빽빽한 숲을 이룰 정도는 아니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바위들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일부 잡초 외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굼부리 주변이나 등성에서는 흔하게 붉은 송이(스코리어)들을 볼 수가 있다.

오름 명칭이 말해주듯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일대에서 내놓으라 하며 인기와 탐방의 묘미가 있는 동거문이를 시작으로 백약이와 좌보미를 비롯하여 동쪽과 북쪽의 오름 군락들 너머로 멀리 해안까지 눈에 들어온다. 높이 솟은 때문에 일찍이 고악(高岳)으로 불렸던 이곳은 일대의 오름들을 거스르는 보스 격인 셈이지만 아기자기한 오름 탐방의 묘미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운동 모드나 전망 또는 높은 곳이기에 일출 촬영 장소나 행글라이더 동우회에서 찾는 정도이다. 그나마 높은오름의 능선은 중간에 일부 평지 형으로 이어진 곳이 있으며 험난하지는 않은 편이다.

 

 

-높은오름 탐방기-

 

주변 오름을 오른 후 내친김에 찾았는데 입구에 도착을 하니 수많은 묘지들이 기슭 아래와 주변을 차지하고 있다. 입구에 안내판과 오름 설명 문구가 있고 이곳에 주차를 하고 갈 수도 있지만 공동묘지가 조성된 만큼 차량 진입이나 오름으로 가는 과정이 수월한 안쪽까지 들어갔다.

무덤가 옆을 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구좌읍 하도리 새마을회의 소유였으나 기부가 되어서 지금은 공설공원 묘지로 사용이 되고 있는데 그 규모가 1만여 평이라고 하니 놀랍기도 했다. 이곳 묘지 사이를 따라서 오름으로 향하게 되는데 어쩔 수없이 걸음은 알레그로 템포를 따르게 되었다.

초입을 지나면서 편백 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분위기 전환에 한몫을 해줬다. 전반적으로 오름 자체가 잘 보존되기는 하였으나 아래쪽의 능선을 제외하고는 민둥산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런 입지를 지닌 오름은 야생화들을 많이 볼 수도 있지만 높은오름은 제철에 간다 해도 특별한 만남은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여느 오름에 비하여 화산송이를 많이 볼 수 있는 오름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면 된다. 친환경 매트와 나무 계단으로 정돈이 된 곳을 따라가는데 워밍업이 없이 바로 오르막이 이어졌다. 초입을 지나서 급경사를 만나게 되지만 중간 정도의 능선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두 곳의 경사를 이어가는 평지와 작은 오르막을 가게 되는 것이다. 이 능선에도 명당으로 알려졌는지 묘들이 있고 견고하게 쌓인 산담(묘의 돌담)까지 보였다. 경사면을 따라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탄탄하게 안전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공사가 완성된 지 오래지 않은 것 같았다.

정상 능선을 따라 이동을 했는데 탐방로는 분화구 둘레를 따라 정직하게 구성이 되었고 오름의 동쪽 방향에 경방 초소가 있다. 높은 오름이면서 시야가 트이는 환경을 이루고 있어 산불감시초소로 적합하게 느껴졌다. 경방 초소 바로 옆에도 무덤이 있는데 주변을 에워싼 산담이 있고 능선이 최고(高)에 자리했다.

아마도 명당을 운운하며 오래전에 이곳까지 차지를 한 것이다. 화구를 돌면서 안쪽을 바라보니 오래전부터 누군가에 의하여 일대의 돌을 모아서 쌓아놓은 돌탑들이 몇 개 있다. 둘레의 한쪽에는 화산송이를 감싸 안고 자생하는 나무가 보였는데 특별한 광경이 되었다. 정상 봉우리인 만큼 주저하지 않고 풍경 놀이를 시작했는데 동부권의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고 일출봉과 해안선까지 두 눈을 뺏어갔다.

하나씩 이름들을 불러보며 발을 디뎠던 순간들을 회상하니 역시 오름은 오름에 올라서 바라보는 것이 제맛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서투른 시기에 찾은 때문에 깊고 그윽한 맛은 느낄 수 없었지만 계절을 달리하여 다시 온다면 분위기와 느낌은 덧셈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날씨도 상황도 남의 편이었지만 일대를 호령하는 거대한 오름의 실체를 알 수 있었고, 이 산 체를 두고 일찍이 높은오름이라 명칭을 붙인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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