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진나라 병사들도 몸펴기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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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칼럼)진나라 병사들도 몸펴기운동을 하고 있다?
  • 이범
  • 승인 2017.04.2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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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구부리고 일하고 더 생활하게 돼'


진나라 병사들도 몸살림운동을 하고 있다???/이범의 몸펴기칼럼 

 

 


1월 초에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독립운동 역사탐방으로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상해 임시정부부터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을 폭살시켰던 홍구공원, 이 사건 때문에 김구 선생이 일시 피신해 있던 가흥, 연안파들의 활동 무대였던 연안 등을 보고 마지막으로 진, 수, 당 등 10개 이상 왕조의 수도였던 서안을 들렀습니다.

개 눈에는 무엇밖에 안 보인다고 하는데, 역시 몸살림운동을 하는 사람한테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사람들의 자세였습니다. 아직 문명에 덜 물들어서인지(이 말은 중국을 비하하는 것이 아님) 중국 사람들의 자세는 한국 사람들보다 좋았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고개 푹 숙이고 다니는 것에 비해 중국 청년들은 고개를 들고 다녔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보행기 세례를 덜 받아서인지 고개를 쳐들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직 덜 개발된 연안의 산동네 아이들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놀고 있었습니다.

서안에 갔을 때에는 진시황 병마용을 들렀는데, 여기에서 같이 간 일행들이 진시황 친위부대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저에게 농담을 던졌습니다. “쟤네들은 몸살림운동을 하고 있네!” 그랬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병사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고개를 번쩍 쳐들고, 따라서 허리를 쭉 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몸살림운동을 하고 있다고 농을 던진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좀 더 유심히 병사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주 기이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위 병사의 배를 잘 보십시오. 윗배가 약간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병사만이 아니라 모든 병사의 윗배가 조금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인즉슨, 이들 병사는 진시황의 친위부대이기 때문에 배불리 잘 먹어서 배가 나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먹어서 배가 나왔다?

제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굶주리지만 않는다면 배가 나오거나 들어가는 것은 자세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 먹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들 병사는 진시황의 친위부대이기 때문에 항상 무술을 연마해야 했을 것이고, 따라서 운동량도 상당히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다 배가 약간씩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 병사의 얼굴 모습은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친위대의 얼굴과 몸의 모습을 화공들이 그려서 그 모습을 보고 도공들이 똑같이 등신대(等身大: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다만 다리는 예외로 대량 생산해서 붙였다고 합니다. 병사들의 키는 모두 180cm가 넘는데, 이는 각 나라에서 키 크고 힘 좋고 무술 잘하는 사람들을 차출해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배가 왜 나와 있을까요? 실제로는 나와 있지 않았는데, 도공들이 만들어 낼 때 어떤 이유로, 예컨대 배가 좀 나와 보여야 건장한 남자로 보인다든지 하는 이유로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특정 무술을 연마하면 윗배가 조금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윗배를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윗배에 대고 그 위에 갑옷을 입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윗배가 조금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남자의 체형인 것일까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고개를 번쩍 쳐들고 허리를 쭉 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나라 때 몸살림운동이 있었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자세를 하고 있었을까요? 아직 문명이 몸을 구부러지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구부리고 일하고 더 구부리고 생활하게 됐습니다. 몸펴기운동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명이 사람들의 몸을 구부러지게 하지 않았을 때에는 몸펴기운동 같은 것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선 보행기가 없었을 테니 어려서부터 몸이 쭉 펴져 있었을 것이고,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고개 푹 숙이고 일하거나 놀지 않았을 테니 몸이 구부러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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